행위

게이트 키퍼즈 - 1970년과 1985년의 틈새기에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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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amel (토론 | 기여)님의 2016년 4월 8일 (금) 01:05 판 (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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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키퍼즈

  • 때는 1969년 일본은 미증유의 위기에 당면해 있었다. 마이너스 게이트 키퍼 카게야마 레이지가 인베이더들을 조정해 인류를 지배하려고 했다. 그러나 격렬한 싸움 끝에 게이트 키퍼즈대가 승리를 거두고 카게야마는 생사불명인 채 자취를 감추었다.

등장인물

우키야 슌 : 질풍의 게이트를 사용한다. 카게야마를 쓰러뜨리고 인류를 구한다.
카게야마 레이지 : 인류를 증오하고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세운다.
이쿠사와 루리코 : 생명의 게이트를 사용한다. 슌과는 어렸을 적 친구
코노에 카오루 : 박격의 게이트를 사용한다. 슌에게 연민을 품고 있다.
아사기리 레이코 : 환각의 게이트를 사용한다. 노력가로 상냥한 소녀
훼이 : 적열의 게이트를 사용한다. 분위기 메이커 같은 존재.
쿠로가네 : 철벽의 게이트를 사용한다. 카게야마 쪽으로 붙는다.
호죠 유키노 : 빙운의 게이트를 사용한다. 강력한 능력으로 모두를 구했다.
반쵸 조타로 : 괴력의 소유자, 싸움 도중에 능력에 눈떴다.
메가네 : 이지스 극동지부에서 메카닉을 담당했다.
사에미 : 슌의 여동생, 밝은 소녀로 유키노와 친해진다.
짐 스카이 락 : 음속의 게이트를 사용한다. 우키야들을 도와주었다.
오치아이 케이코 : 비서로서 대원들을 따뜻이 지켜본다.
사령관 : 이지스 극동지부 사령관, 신망 할 수 있는 존재였다.

게이트 키퍼 21

  • 다시 활동을 개시하는 인베이더, 예전의 기계장군, 악마백작까지 재생해서 현시대의 게이트 키퍼들을 습격한다. 비밀에 둘러싸인 유령소녀의 꿍꿍이는 무엇인가. 아야네, 미우, 리카 그리고 카게야마와 유키노가 인류를 구하기 위해 싸운다!!

등장인물

이스즈 아야네 : 질풍의 게이트를 사용한다. 아버지를 미워하는 외톨이 소녀
신가쿠 미우 : 도약의 게이트를 사용한다. 아야네와 함께 싸우는 소녀
타도센 리카 : 절단의 게이트를 사용한다. 아야네를 라이벌로 여긴다
유령소녀 : 수수께끼의 힘으로 모든 것을 파괴하려는 소녀
카게야마 레이지 : 이지스 네트워크 지도자로 싸운다

초장

'"UNIQ--item-5--QINU"' 1970년 5월'"UNIQ--item-5--QINU"' '"UNIQ--item-5--QINU"' "진공 미사~일"'"UNIQ--item-5--QINU"' 방출된 무수한 공기탄환에 의지가 긷든 것처럼 목표를 향해 달려든다. 한점에 집중, 송곳 같이 구멍을 뚫기 위해, 격벽의 한 곳을 겨냥해서, 허나.'"UNIQ--item-5--QINU"' "역시 무리인가"'"UNIQ--item-5--QINU"' 이마에 땀이 번진 우키야 슌은 신음하듯이 고함지른다. 격벽은 너무나도 견고했다. 표면의 회색 페인트가 벗겨지고 약간 꺼졌을 뿐이었다.'"UNIQ--item-5--QINU"' "제길!"'"UNIQ--item-5--QINU"' 본디 진공 미사일은 대 인베이더 전에서야말로 그 진가를 발휘한다. 게이트에서 끌어 온 에너지는 인베이더를 소멸시키는 유일한 무기이므로 이처럼 튼튼한 물체를 파괴하기에는 걸맞지 않다. 혹은 격벽이 보통 철판이나 콘크리트였다면 이미 큰 구멍이 나있었을 것이다.'"UNIQ--item-5--QINU"' “설마 외부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한 설비가 반대로 장애물이 될 줄이야......”'"UNIQ--item-5--QINU"' 혼잣말하면서 이마의 땀을 닦는다. 핵병기의 직격에도 견딜 수 있게 계산해서 만든 특제 격벽은 티타늄과 마그네슘등 희소금속을 아낌없이 사용했고, 또한 최신 이론을 바탕으로 그것들을 조합한 압축구조로 되어있다. 가장 단단한 격벽에 두께는 2미터나 된다. 압축된 공기탄인 진공 미사일로는 구멍을 뚫을 수가 없다. 예를 들면, 거대한 일본도로 거목을 베어 쓰러트리려는 처사와 마찬가지다. 거목을 쓰러트리는데는 날카로운 칼은 필요없다. 대신 묵직한 손도끼가 필요하다.'"UNIQ--item-5--QINU"' '"UNIQ--item-5--QINU"'


  • 뜨겁다

'"UNIQ--item-5--QINU"' '"UNIQ--item-5--QINU"' 껴 입은 교복 앞단추를 풀어 헤치고 소매를 팔꿈치까지 접어 올렸는데도 불구하고 우키야의 이마에서 점차 땀이 흘러내린다. 그것은 환기가 안돼 눅눅해진 공기 탓 만은 아니다.'"UNIQ--item-5--QINU"' '"UNIQ--item-5--QINU"' 초조함.'"UNIQ--item-5--QINU"' '"UNIQ--item-5--QINU"' 어제까지는 막강한 요새였던 그들의 비밀기지가 지금은 단지 앞길을 막는 장애물이라는 사실, 꽉 닫혀있는 격벽은 문자그대로 그의 앞을 가로막는 ‘벽’이었다. 이지스 극동지부. 그것은 사립 다테가미 고등학교 지하 깊은 곳의 비밀리에 건설 된 극동방위 요새. 어제까지만 해도 지구 방위 기구 이지스에 소속된 많은 대원들이 각자의 맡은 임무를 다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UNIQ--item-5--QINU"' "우키야아아아아아 ~"'"UNIQ--item-5--QINU"' 또각 또각 낡은 나막신 소리를 울리며 굵직한 목소리가 다가온다.'"UNIQ--item-5--QINU"' "반쵸?"'"UNIQ--item-5--QINU"' 달려 온 건 반쵸다. 밤바 쵸타로 였다.'"UNIQ--item-5--QINU"' "대땀시 이건 우찌 된 일이려라?"'"UNIQ--item-5--QINU"' 격렬한 싸움을 헤치며 온 것 같다. 너덜너덜 해진 교복이 그 무시무시한 광경을 보여준다. 팔과 볼에는 아직도 선명한 핏자국이 베어 있었다.'"UNIQ--item-5--QINU"' "미안해, 보는 그대로야. 반쵸가 몸을 던져서까지 길을 열어 주었는데 격벽에 막혀서 그저 갈팔질팡 못 하고"'"UNIQ--item-5--QINU"' "시방 그런 소릴 듣고 싶은 기 아녀"'"UNIQ--item-5--QINU"' 난폭한 고함소리를 내며 우키야의 양어깨를 붙잡고 흔든다.'"UNIQ--item-5--QINU"' "내가 알고 싶은 건 이곳 극동지부의 현 상황이여"'"UNIQ--item-5--QINU"' 그는 울고 있었다. 그의 두 눈에서 폭포처럼 눈물이 왈칵왈칵 쏟아진다.'"UNIQ--item-5--QINU"' "당삼빠따 니도 그 참상을 보았을 거 아녀!"'"UNIQ--item-5--QINU"' 바로 전까지 반쵸가 뛰어 온 어두운 통로를 가리킨다.'"UNIQ--item-5--QINU"' 그 곳에는,'"UNIQ--item-5--QINU"' '"UNIQ--item-5--QINU"' ......... 시체.'"UNIQ--item-5--QINU"' '"UNIQ--item-5--QINU"' 이지스 작업복을 입은 수많은 대원들의 시체가 마치 내 팽개친 마네킹인형 마냥 온 바닥에 널 부러져있다. 널 부러진 그들의 몸 어디에도 외상은 없다. 바닥이나 천장에는 피 한 방울도 묻어있지 않다. 그뿐만이 아니라 싸운 흔적조차 엿 볼 수 없다. 그야말로 백화점 마네킹인형을 무조작하게 바닥에 내 팽개친 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UNIQ--item-5--QINU"' "대체 우째 돌아가는 겨? 시방. 작업원이라도캐도 전투훈련은 받았을 거 아녀, 그기다 금년 2월 예의 카게야마 사건 땜시 기지가 점거당했던 사건을 계기로 보다 전투력이 높은 대원이 배속되었을 텐디"'"UNIQ--item-5--QINU"' 반쵸가 소리 칠 때마다 그의 머리 위에 얹힌 낡은 학모가 위 아래로 움직인다.'"UNIQ--item-5--QINU"' "반쵸 이게 놈의 능력이다"'"UNIQ--item-5--QINU"' 우키야는 눈앞을 막아선 격벽 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등을 보인 채 얘기했다. '"UNIQ--item-5--QINU"' "놈?"'"UNIQ--item-5--QINU"' "그래, 인베이더 대 간부 사신신사"'"UNIQ--item-5--QINU"' "이것이.......?"'"UNIQ--item-5--QINU"' "녀석의 이름대로 녀석은 쳐다 본 모든 생물의 생명력을 앗아가지"'"UNIQ--item-5--QINU"' "거짓부렁 하지마"'"UNIQ--item-5--QINU"' 반쵸는 숨을 삼키고 안쪽에 쓰러져 있는 무수한 시체를 다시 본다. 족히 20 ~ 30명은 될 것이다. 즉 지하 수십 층부터 시작되는 극동지부의 총 피해자 수는.....'"UNIQ--item-5--QINU"' '"UNIQ--item-5--QINU"' 부들.......'"UNIQ--item-5--QINU"' '"UNIQ--item-5--QINU"' 반쵸는 그 거대한 몸둥이를 떨고 있다.'"UNIQ--item-5--QINU"' "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한 순간에 우얘 싹쓸이 한다는 겨!?"'"UNIQ--item-5--QINU"' "아무리 그것이 이지스에서 수집한 자료에 실려있었어도 나도 루릿페에게 처음 들었을 때에는 전혀 믿지 않았어”'"UNIQ--item-5--QINU"' "이지스 자료에?"'"UNIQ--item-5--QINU"' "그래. 이지스가 설립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의 이야기야"'"UNIQ--item-5--QINU"' 우키야는 등을 돌린 채 계속 말한다.'"UNIQ--item-5--QINU"' "각국에서는 인베이더의 기원을 알아내고자 중세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연구와 분석을 행했다고 해. 거기서 밝혀진 사실이 하나, 중세 유럽에서 발병한 흑사병. 즉, 페스트의 만연. 아니면 제 1차 세계대전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독가스 병기. 그 이면에는 인베이더로 간주되는 그림자가 인지되었어"'"UNIQ--item-5--QINU"' "뭣이여!?"'"UNIQ--item-5--QINU"' "신출기몰한 수수께끼의 청년. 그 눈으로 노려보기만 해도 모든 생명을 쇠약하게 만들어 조용히 죽여버리는 두려운 존재. 다수의 목격기록을 다 방면으로 검토 해 본 결과 오리지널 인베이더. 즉, 인베이더의 간부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UNIQ--item-5--QINU"' "째려보는 것만으로 죽여 삔다는 기가?"'"UNIQ--item-5--QINU"' "그뿐이 아니야"'"UNIQ--item-5--QINU"' "그라문?"'"UNIQ--item-5--QINU"' "어느 지부였지? 맞아. 파리 지부였어. 그곳에 이지스 지부가 들어서고 곧장 영상이 포함된 수상한 전파가 통신망에 날아 든 듯해. 그때까지는 텔레비전의 공공방송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지스만은 전용 수상기를 가지고 있었어. 하지만 그 영상을 접한 대원들은 아무런 외상이 없는데 돌연히 죽어 벼렀다고 하더군 “'"UNIQ--item-5--QINU"' "한 대원이 죽기 직전 남긴 메시지엔 수신한 전파의 내용만이 기록되어 있었지. ‘새 지부의 설립을 축하해 인간인 너희들에게 나 사신의 눈을 선물로 보낸다’ 라고"'"UNIQ--item-5--QINU"' 우키야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예전에 들었던 내용을 냉담하게 그대로 전파 할 뿐이다.'"UNIQ--item-5--QINU"' "그 이후 이지스에서는 사신의 양상을 띤 인베이더 미확인 간부인 그 녀석을 사신신사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하지"'"UNIQ--item-5--QINU"' "시상에......"'"UNIQ--item-5--QINU"' 반쵸의 목소리가 흔들 리가 있다.'"UNIQ--item-5--QINU"' "우키야~ 지금 그런 호랭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나 하고 있을 때여?"'"UNIQ--item-5--QINU"' 반쵸는 달려들어 등지고 있는 우키야의 어깨를 세차게 거머쥐었다. 우격다짐으로 돌아 세운다. 그 때, 반쵸는 보고야 말았다. 두 눈에 맺힌 우키야의 눈물을,'"UNIQ--item-5--QINU"' "우키야........... 니.........?"'"UNIQ--item-5--QINU"' "알아, 반쵸. 알고있다고, 나도 여기에 오기까지 다 보았어. 어제까지 같이 싸웠던 이지스 동료들의 비참한 모습을, 메가네도 그래, 카오루가 병원에 데리고 갔지만 아직 어떻게 될지는 몰라. 그리고 지금쯤 밑에서는 분명 사령관님, 오치아이씨, 루릿페도 절망의 늪에 빠져있을 거야"'"UNIQ--item-5--QINU"' 그렇다. 우키야는 반쵸가 지나 온 길과 같은 길을 통해 여기까지 도달했다. 못 볼 리가 없다. 마네킹처럼 널부러져 있는 무수한 시체를,'"UNIQ--item-5--QINU"' "사신신사, 그 녀석이 소문대로의 능력이 있다면 메가네가 전해 준 대로 뉴욕 총본부, 그리고 세계 각국의 지부를 전멸시키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야. 강력한 전파를 날려 영상을 보내면 돼. 모니터에 비친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그 사람은 저승행이지. 이 극동지부도 마찬가지지만 지금은 어느 지부에도 감시용 모니터와 연락용 모니터가 무수히 설치되어있어. 녀석한테는 식은 죽 먹기라구!"'"UNIQ--item-5--QINU"' 우키야는 고함을 지르면서 격벽을 주먹으로 휘갈기기 시작했다.'"UNIQ--item-5--QINU"' "야, 반쵸?"'"UNIQ--item-5--QINU"' "그러니깐, 그러니깐 말이지. 한시라도 빨리 가야하는데, 이 아래야. 이 격벽을 돌파하면 작전 사령실은 코앞이야. 루릿페가, 사령관님이, 오치아이씨가, 모두가 기다리고 있어. 그러니깐 서둘러야 하는데......"'"UNIQ--item-5--QINU"' 몇 번이나 반복해서 주먹을 날리는 우키야. 둔탁한 소리. 우키야의 주먹뼈가 삐걱이는 소리다. 격벽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UNIQ--item-5--QINU"' "제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내 질풍의 게이트로는 이 두터운 격벽을 뚫을 수가 없어"'"UNIQ--item-5--QINU"' "우키야, 진정혀"'"UNIQ--item-5--QINU"' 반쵸는 우키야의 어깨를 재차 부여잡고 아까와는 달리 부드럽게 감싸듯이 어깨에 손을 얹는다.'"UNIQ--item-5--QINU"' "나가 어떤 몸인지 까먹은 건 아니겠제"'"UNIQ--item-5--QINU"' "반쵸, 하지만 너 지하에서 싸울 때....."'"UNIQ--item-5--QINU"' "멀었어. 나으 게이트 파워는 아직 쌩쌩하구마잉"'"UNIQ--item-5--QINU"' 반쵸는 히죽 웃고서 엄지를 쓱 내밀었다. 따봉, 그리고 우키야에게 손짓으로 ‘비키그라잉’ 하고 신호를 보낸다.'"UNIQ--item-5--QINU"' "손가락이나 쪽쪽 빨면서 지켜 보그라"'"UNIQ--item-5--QINU"' 양 다리를 벌리고 용맹스러운 맹수처럼 포효를 지른다.'"UNIQ--item-5--QINU"' "우오오오오오!"'"UNIQ--item-5--QINU"' 반쵸의 양 눈동자에 빛의 원이 떠올랐다.'"UNIQ--item-5--QINU"' "아자, 게이트 오 - 픈!"'"UNIQ--item-5--QINU"' 마치 산탄총을 쏘았을 때 마냥 작렬음이 발생한다. 이어서 반쵸의 눈앞에 오렌지 빛깔의 원이 나타났다. 어두컴컴한 지하통로 안에서 빛은 주위를 비추고 태양처럼 눈부시게 반짝인다. 그것은 희망의 빛인가. 이공간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반송해오는 미지의 문, 게이트. 사람들은 게이트를 여는 이들에게 경외심을 담아 이렇게 부른다.'"UNIQ--item-5--QINU"' '"UNIQ--item-5--QINU"' 게이트 키퍼라고,'"UNIQ--item-5--QINU"' '"UNIQ--item-5--QINU"' "우랴-! 반쵸 죠타로, 최강 딜럭스 필살 다이나믹 어택! 분해 이단 허물기다아아아앗!"'"UNIQ--item-5--QINU"' 격벽이 들썩인다. 두께가 몇 미터나 되는, 핵공격을 계측하여 만든 두터운 격벽이, 반쵸의 눈 앞에서, 축제북 마냥 드르륵 드르륵 흔들리고 있다.'"UNIQ--item-5--QINU"' "이야아아아아압!"'"UNIQ--item-5--QINU"' 반쵸는 기합을 내지르며 오른 주먹을 격벽에 내리 꽂았다. 주먹을 중심으로 격벽이 모래 알겡이 처럼 붕괴해 간다. 모든 물질을 분자레벨에서 붕괴시켜 그 조직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이것이 반쵸가 가진 분해의 게이트의 위력이다.'"UNIQ--item-5--QINU"' "우뗘여어어어어!"'"UNIQ--item-5--QINU"' 뻥 뚫렸다. 밀물 탓에 해안의 모래성이 무너지듯이 분해게이트라는 이름의 파도가 격벽을 허망하게 무너트렸다. 그렇다. 우키야의 진공 미사일이라는 명칭의 일본도로는 칼날이 서 있어도 큰 손도끼가 아니니 거목을 베어 버릴 수 없다. 반쵸의 분해 게이트는 그야말로 큰 도끼였다.'"UNIQ--item-5--QINU"' "나이스, 반쵸"'"UNIQ--item-5--QINU"' 우키야의 표정이 방긋거린다. 모래처럼 무너진 격벽이 먼지가 되어 공중에 떠다닌다. 모래먼지가 일대를 뒤덮었다.'"UNIQ--item-5--QINU"' "우키야, 우뗘......... 게이트를 열 수 있는 한 우리들은 절대로 포기해선 안돼지라"'"UNIQ--item-5--QINU"' "안된다고!"'"UNIQ--item-5--QINU"' "반쵸!!"'"UNIQ--item-5--QINU"' "이걸로 전진이여, 루리코 공주를 구하러!"'"UNIQ--item-5--QINU"' 반쵸는 먼지더미에 털썩 주저앉았다. 괴로운지 숨을 헐떡이고 있다.'"UNIQ--item-5--QINU"' "반쵸, 정신차려"'"UNIQ--item-5--QINU"' "까딱없제. 조금 무리한 것뿐이니께....."'"UNIQ--item-5--QINU"' "괜한 척 하지마. 지상전에서 그만큼이나 게이트를 열고, 거기다 게이트 키퍼로서 자각한지 2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잖아. 내가 처음으로 게이트를 연 때처럼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거야"'"UNIQ--item-5--QINU"' "2개월이라 고라? 허튼 소리 하덜들 말어. 내는 말여 히메지에 있던 때부터 틀림없는 게이트 키퍼였다 않카나"'"UNIQ--item-5--QINU"' 반쵸는 거칠게 숨을 내쉬며 그리 말하면서 가벼운 미소를 띤다. 농담이다. 그 말을 받아들인 우키야도 웃는다.'"UNIQ--item-5--QINU"' "맞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반쵸는 최고의 게이트 키퍼였어"'"UNIQ--item-5--QINU"' "헤헤. 자, 우키야 싹싹 가그라. 조금 쉬면 회복 될 텐께, 부아가 약간 치밀지만 니는 한 발 앞서 루리코 공주를..."'"UNIQ--item-5--QINU"' "알았어. 지금 당장....."'"UNIQ--item-5--QINU"' "그럴 필요 없네, 문지기 여러분"'"UNIQ--item-5--QINU"' 별개의 목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우키야는 돌아본다. 모래 머지 안쪽 즉, 닫혀있던 격벽의 건너편. 그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키야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아챘다.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몸서리 칠 정도로 잘 안다. 왜냐하면,'"UNIQ--item-5--QINU"' "네 놈은.....?"'"UNIQ--item-5--QINU"' 겨우 먼지가 가라앉았다. 흐릿하게 목소리 주인공의 실루엣이 떠오른다. 그리고 키가 큰, 홀딱 반할 정도로 두 다리는 길고 마찬가지로 훤칠한 양팔은 가볍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 먼지가 한층 가라앉는다. 입고 있는 옷은 아이비(ivy) 스타일에 전통적인 양복, 갸름한 용모, 틀림없는 미청년이다. 쓰고있는 셀 프레임 안경너머로 차갑고 이지적인 눈이 빛나고 있다.'"UNIQ--item-5--QINU"' "자네도 감상 할 텐가? 내 살육의 눈동자를"'"UNIQ--item-5--QINU"' 인베이더 대 간부, 사신신사는 산뜻한 목소리로 얘기한다. 그 목소리에는 눈앞의 상대를 비아냥거리는 어조가 담겨 있었다.'"UNIQ--item-5--QINU"' "역시 네놈이 사신신사!"'"UNIQ--item-5--QINU"' "과연 내 정체는 알고 있나보군. 파리에 있을 때 장난기가 약간 발동해서 인사를 했을 뿐인데..... 그 이후 장군이나 백작이 얼마나 꽥꽥거리던지 잠시 잠적했었는데 말이야. 이런이런, 유명인은 괴로워"'"UNIQ--item-5--QINU"' "이 자식......"'"UNIQ--item-5--QINU"' 우키야는 천천히 일어선다. 교복 안 주머니에서 신축자재 슈퍼 목도를 꺼내 늘인다. 철컹, 로드안테나(늘였다 펴졌다 하는 안테나의 일종) 상태로 늘어난 슈퍼 목도가 비상등 빛에 반사되어 미약하게 반짝인다.'"UNIQ--item-5--QINU"' "혼쭐나러 제 발로 찾아 올 줄이야"'"UNIQ--item-5--QINU"' "혼쭐난다고? 누가? 누구를? “'"UNIQ--item-5--QINU"' 큭큭하고 사신신사는 웃으며 손가락 끝으로 안경을 치켜올린다.'"UNIQ--item-5--QINU"' "이 내가 네 녀석을! 인베이더 미확인 간부 사신 신사를 말이다"'"UNIQ--item-5--QINU"' "앙? 하하...... 하하하하하!"'"UNIQ--item-5--QINU"' 처음은 차분한 웃음이었지만 이윽고 조소로 바뀌었다.'"UNIQ--item-5--QINU"' "뭐가 우습지!?"'"UNIQ--item-5--QINU"' 목도 끄트머리를 사신신사에게 향하고 묻는 우키야'"UNIQ--item-5--QINU"' "당연히 우습지 않나? 그 장군과 백작 아저씨들을 쓰러트렸다고 해서 얼마나 대단한 녀석인지 기대했는데 지능이 너무 낮아. 그리고 우아함이 없어"'"UNIQ--item-5--QINU"' "뭣이?"'"UNIQ--item-5--QINU"' "뭐, 어차피 동양 섬나라의 노란 원숭이다. 신사다운 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그것보다 이거 너무한데"'"UNIQ--item-5--QINU"' "다 조잘거렸냐!"'"UNIQ--item-5--QINU"' "진정하게. 참 신사는 없었지만 가까스로 숙녀는 있더군"'"UNIQ--item-5--QINU"' "숙녀?"'"UNIQ--item-5--QINU"' "하지만 아쉬웠어. 공교롭게도 내 보석 같은 눈동자는 인간과 사랑에 빠지는데 지장을 초래하거든, 모니터 상으로 아주 잠시나마 서로 마주 보았을 뿐인데 말이야"'"UNIQ--item-5--QINU"' "설마, 이 자식!?"'"UNIQ--item-5--QINU"' 손에 쥔 슈퍼 목도의 끝이 미약하게 떨리고 있다. 사신신사는 혀를 핥는 듯한 어조로 계속 말했다.'"UNIQ--item-5--QINU"' "맞아, 맞아. 그녀의 이름이 이쿠사와 루리코라고 했던가? 약간 인사치례나 할까해서 작전 사령실이라는 곳에 연락을 해봤는데 공교롭게 사령관씨는 생존자를 구출한다고 자리를 비웠었다네. 한 눈에 뿅 갔지 뭐야. 허나 아쉽게도 또 죽여 버린 것 같아"'"UNIQ--item-5--QINU"' "이 새끼야아아아아!"'"UNIQ--item-5--QINU"' 우키야는 그 말을 듣자마자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달려들었다.'"UNIQ--item-5--QINU"' "우키야 정면에서 달려들면 안디야아아아!"'"UNIQ--item-5--QINU"' 저지하는 반쵸의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우키야는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화신으로 변하였다. 눈 앞에 푸른 게이트가 전개되었다. 우키야 슌의 게이트, 압축되어 진동하는 공기가 우키야의 모습을 아지랑이처럼 번지게 했다. 초음속을 넘어 한 방향으로 제어 된 대기의 흐름은 그 자체가 예리한 날붙이이고, 타격을 가하는 망치가 된다. 이것이, 이것이야말로'"UNIQ--item-5--QINU"' "울트라아아아아! 선풍 베기이이이!"'"UNIQ--item-5--QINU"' "오호라, 이것이 자네의 최대기술이로군"'"UNIQ--item-5--QINU"' "뒈져라!"'"UNIQ--item-5--QINU"' 우키야는 휘감기는 바람과 함께 포효를 내갈겼다. 우키야는 정면에서 한바닥 높은 자세를 취하고 사신신사를 베려고 달려든다.'"UNIQ--item-5--QINU"' '"UNIQ--item-5--QINU"'

이 군신의 힘을 담은 일격의 결말이 어떻게 될 것인가?

우키야 슌은 눈앞의 적을 쳐부술 수 있을까?
그것을 논하기 위해 시계 바늘을 크게 돌려보기로 하자.
과거와 현재와 미래,
이야기는 큰 강줄기를 따라 결국 한 지점에서 만난다.
그를 위한 지금보다 앞선 미래,
‘그들’의 현재를 지금부터 그리게 된다.

'"UNIQ--item-5--QINU"'

제 1 장

1985년 10월 중순

1. 잊혀지지 않는 꿈

자신의 이름은 잊은 지 오래다. 일그러진 형태, 그래 마치 옛날 양복을 입은 노인이 머리에 쓰는 낡은 중절모 같이 헝클어진 머리 속은 단지 두 단어만으로 메워져 있다.

- 죽어라
- 늘려라
남자는 반복해서 외친다.
그 말에 따랐을 뿐이다. 적어도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죽였다"
중얼거렸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쓴맛의 토사물을 목구멍 속에서 짜내는 듯한 음만이 나왔다.
"그래, 그래서 나는......."
사고 할 수 없다. 마음이 내 것이 아닌 듯한 감각, 순간 남자는 생각한다.
꿈이다. 그래 이것은 꿈이야. 그렇지 않으면 설명이 안 돼. 유리를 긁는 듯한 불쾌하고 새 된 ‘음’을 들은 뒤 자신의 손발이 보는 내내 다른 것으로 변해 눈앞에 있는 회사 동료들을 있는 힘껏 갈기갈기 찢는.......
갈기갈기 찢는다.....
그 단어가 뭔가에 대한 비유표현이 아니라면 과장 된 형용사도 아니다.
"그래, 그래서 나는 죽였다"
문득 시선을 옮기니,
거기에는 일찍이 ‘살아 있던’ 것의 단편이 산재 해 있다.
그것을 표현 할 수 있는 알맞은 단어가 있다.
사체(死體).

남자의 눈앞에는 몇 구의 사체가 쓰러져 있다. 손발이 뜯기고 내장이 파헤쳐져 있고 뇌수를 주위에 쏟아 놓은 시체의 산. 선혈이 아스팔트 지면에 진홍의 피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죽였다. 허나 이걸론 부족해"

멍한 소리 속에 새로운 사고가 떠올랐다. 반복되는 두 단어 중 하나는 달성했다. 남은 한가지,
"늘려라. 그래, 그랬었다. 늘리는 거다. 나를, 나 자신을, 나와 같은 모습을 가진 자를, 지금 당장"
빌딩 골짜기, 번화가로 이어지는 골목길 출구를 찾았다.
어둠,
그 때가 되어서야 남자는 겨우 자신이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방금 전 까진 없던 선글라스를 왜 쓰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끓어오르는 본능의 외침은 모든 생각을 거부한다.
"늘려라. 늘려라. 늘려라. 늘려라. 늘려라. 늘려라. 늘려라. 늘려라. 늘려라"
드디어 출구를 발견했다.
흥청만청 취해 귀가 길에 들어섰을 때 동료 한 명이 ‘이쪽이 지름길이야’라고 말하고 억지로 끌고 간 골목길 뒤편, 거기를 빠져나가면 번화가로 이어지는 길,
그곳을 나서면 무수한 사람들이 있다.
얼마든지 줄일 수 있어, 얼마든지 늘릴 수 있어.
남자는 확고한 신념을 품고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출구를 향한다. 밝다.
번화가를 비추는 수은등의 빛이 골목길에 떨어지고 있다.
"?"
하지만, 
남자의 발걸음이 멈춘다.
기나 긴 그림자다.
수은광의 불빛이 아스팔트 바닥에 새긴 검은 인영(人影)
누군가 번화가로 이어지는 길에 서 있다.
"누구냐?"
그렇게 말 할 작정이었는데 반대로 야생개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났다.
적을 위협하는 낮고 탁한 소리
"또 네놈들이냐”
긴 그림자가 말을 내뱉었다.
톤은 낮지만 신기하게도 티 없이 맑았다. 또랑또랑 한 목소리였다.
"나는 재판관, 네놈들에게 판결을 내리는 자"
긴 그림자의 대사가 이어진다. 물론 그림자는 말하지 않는다. 그림자 본인, 자신을 가로막는 자의 대사다. 하지만, 남자에겐 그림자가 내뱉는 양 들렸다.
"아쉽게도 이 몸이 네놈들에게 내리는 판결은 매 한가지"
그림자 장본인이 되는 인물도 그림자처럼 보였다. 강한 수은등 빛에 역광이 되어 남자는 그림자처럼 보인다.
그 눈이 맹독류 같은 광채를 뿜어냈다.
"인간의 모습을 버리고 흉측하게 변한 자들이여, 아니 오히려 버러지라 해야겠지"
"........... 사형이다"
"!?"
남자의 뇌리에 ‘죽여라’ ‘늘려라’와 상반되는 새 단어가 떠올랐다.
- 공포
남자는 그림자 장본인이 하는 말 한마디에 몸도 마음도 얼어붙는 공포를 느꼈다. 각인 된 본능이 남자를 떠민다.
순식간에 걸치고 있던 코트의 가슴팍을 좌우로 벌린다.
"우고고고고!"
남자가 벌린 가슴팍에서 금속성의 차가운 광택을 품은 무수한 포신이 튀어나왔다.
지름의 길이가 가지각색인 무수한 포신이다. 인간의 몸에서 이런 것들이 튀어나오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렇다. 남자는 이미 인간이 아니었다. 자신은 아무런 자각증상을 보이지 않은 채, 맞서는 그림자 장본인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양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왼쪽 손바닥을 눈앞에 펴 들었다.
"헛수고다"
팟,
신비한 검은 원이 공중에 떠올랐다.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인간이 아니게 된 남자는 가슴과 복부에 전신의 힘을 불어넣는다. 중량음과 광채가 단속적으로 뿜어 나온다. 남자가 방출한 것은 압도적인 파괴력을 지닌 광탄, 에너지 뭉치였다. 
하지만,
그림자 장본인의 대사는 옳았다.
군신의 힘을 담았을 터인 광탄은 목표인 그림자 장본인을 비켜 머리 위 저 빌딩과 빌딩의 골짜기의 흐린 밤하늘에 흡수되듯이 사라져 간다.
그야말로 ‘헛수고’였다.
"사형은 집행했다"
계기는 그림자 장본인의 말이었다.
철푸덕, 남자의 하복부 주위가 양단 돼 그 자리에 상반신과 하반신이 겹치듯이 무너져 내렸다.
"!?"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남자는 이해 못 한다.
그림자 장본인이 왼손을 펴들었다. 
검은 원이 떠오른다.
그것을 보자 자신도 또한 복부에서 무수한 광탄을 쏘았다.
바로 그때
내 몸이 둘로 나뉘었다?
어째서?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남자는 소리쳤지만,
"구오오오오오오!!"
목에서 나온 소리는 의미불명의 의음(擬音)이었다.
시야가 어둠에 잠겨 간다. 그리고 일그러진다. 춥다. 얼음을 머리 위에 뒤집어 쓴 듯한 통렬한 추위, 동료들을 갈갈이 찢은 괴력도 뿜어져 나오는 광탄을 발포한 가슴과 복부의 포신은 지금도 무용지물이다.
"안심해라"
그림자 장본인이 천천히 다가왔다.
수은등의 강력한 역광 속에서 빠져나온 그 얼굴은 삼십대 중반쯤 될까, 청년이라 칭하기엔 다소 늦었고 중년이라 칭하기엔 너무나도 이르다.
째지고 치켜 올라간 두 눈이 인상적이었다.
"네 놈은 자신의 이름도 떠올리지 못한 채 곧 사라진다"
이름?
멀어져 가는 의식 속에서 남자는 자문했다. 내 이름은? 이름 ? 성은?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은? 떠올릴 수가 없다.
죽여라, 늘려라 그 두 단어 외에는
그 날 밤 남자는 이 뒤 골목길에서 다른 존재로 태어났다. 그리고 태어나자마자 눈앞에 선 그림자에게 살해되었다.
이윽고 남자는 희미한 빛의 물보라가 되어 말 그대로 사라졌다. 뒤에 청록의 빛을 띤 작은 결정만을 남기고,
  • 아아, 똑같다 의식 한 구석에서 또 다른 의식이 중얼거린다. 그래, 언제나 꾸는 꿈이었다. 특히 처형을 내린 날 밤에는 잊을 수 없는 15년 전의 그 날을 1970년 2월 26일 국회의사당에서 그리 멀지 않은, 당시로서는 일본유일의 고층빌딩으로 명성이 자자한 카스마가세키 빌딩 뒤 편 "나는 아직 지지 않았어. 알겠나? 내 손으로 너를, 모든 버러지들을......" 호흡조차 헐떡이면서 걷는다. 뼈마저 부러진 듯하다. 말을 듣지 않는 오른발을 질질 끌 때마다 뚝뚝 볼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진한 보랏빛 블레이져(blazer : 플란벨로 만든 웃도리)교복은 몸에 엉겨붙은 검붉은 걸레를 연상시킨다. "나는 아직............ 지지 않았어" 그런 강한 신념만이 그의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하지만 느닷없이 덮쳐온 현기증이 흐릿한 시야마저 앗아간다. 이대로 누구도 모른 채 차가운 콘크리트 위에 쓰러져 죽는 것인가? 자조적인 웃음을 띤다. 그 때, " 인정해. 너는 졌어 “ 목소리가 들렸다. 들은 적이 있는 젊은 여자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가 생명선이 되었다. 쓰러지지 않게 발을 벋디디어 얼굴을 들었다. 바로 눈앞에 목소리의 주인이 있었다. "붙잡아" 둥근 테 안경과 어딘가 쓸쓸한 표정을 지은 수수한 용모, 감색 세일러복을 입은 소녀가 가늘고 흰 손을 내밀었다. "메구미..........?" 얼떨결에 소녀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이어서 의문이 입을 타고 나온다. "왜지?" "너 같은 남자는 누군가 곁에 있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잖아" 메구미라고 불린 소녀의 말투에 따뜻함은 베어있지 않았다. 혹은 혼잣말로도 들린다. "자, 어서" 내민 하얀 손이 아무 망설임 없이 검붉은 피로 더러워진 어깻죽지를 잡는다. "메구미........ 나는....." 포옹하는 듯한 부드러운 온기를 느꼈다. 그리고 포근한 어머니의 품에 얼굴을 묻는 아기처럼 카게야마는 의지하려는 듯이 하얀 손에 기댄다. "메구미? 나는....... 진 걸까?" "응, 졌어. 우리..... 둘 다" "나는....... 나는......" "왜?" "지기 싫었어. 봤단 말이야. 거무틱틱한 미래가..... 그래서.... 구하고 싶었어. 무지하고 어리석은 인간들을, 적어도 내 손으로 인도해주고 싶었어. 내 손으로 모두를....." 가슴속에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른다. 창피도 주변도 없었다. 체면이나 자존심도 버렸다.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카게야마 레이지는 소리내어 마음껏 울었다. 그로부터 같은 꿈을 꾼 것은 몇 번째일까? 그리고 그 꿈을 다꾼 날 아침은 솜털이불을 육중한 납덩이처럼 느꼈다. 상반신만 일으켜 보조탁자에 놓인 디지털 자명종 시계를 본다. 오전 11시 21분, 짤칵 회전식 번호판이 넘어가고 22분이 되었다. 전자식이 아니다. 일력(日歷) 같이 문자가 쓰인 번호판이 움직인다. 기계 전자식 전자시계다. "잠을 너무 많이 잤군" 중얼거린 남자는 어제 늦은 밤 뒤 골목길에서 검은 원을 만든, 가늘고 매서운 눈초리를 한 그림자 이름은 카게야마 레이지다.
  • 새삼스레 같은 꿈을 너무 자주 꾸는 군 입가에 어렴풋이 미소를 띄우면서 자명종 시계 옆에 놓인 담배갑이랑 라이터를 끌어당긴다. 한 개피를 꺼내 불을 붙었다. 막 뜬눈에 자주 빛의 연기가 스며든다. 연기가 퍼지는 침실은 마치 최상급 호텔의 스위트 룸처럼 넓고 고가의 융단이 깔려있다. 허나 비치된 가구는 큼직한 더블 침대와 작은 목제 보조탁자뿐 도무지 사람이 살고 있을 것 같지 않은 방이었다. ".............." 카게야마는 담배 한 개피를 다 피우고 가까스로 침대에서 나오자 가까운 창문으로 다가갔다. 두터운 차광막 커튼을 조잡하게 연다. 스며드는 햇살, 내려다보이는 광경은 물결치듯이 이어지는 수도고속도로의 고가도로와 보라 빛에 물든 무수한 빌딩, 도심부의 그것도 상당히 높은 빌딩의 일실이다.
  • 아니, 오늘만은 틀리군. 그 꿈을 꾼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카게야마는 마치 거대한 비석같이 단조롭고 검은 빌딩의 연결 구조를 내려다보고 생각한다. 오늘만큼은...... 그렇다. 오늘은 카게야마에게 있어 특별한 날이었다. 몇 번이나 꿈 꾼, 그 날부터 이어지는 길고 긴 이야기. 어쩌면 그 한 단락이 될 날. 카게야마는 서서히 보조탁자 위의 수화기를 들었다. 다이얼은 없다. 직선인 내선통화 같다. 따르르릉, 벨이 4번 울리는 와중에 상대가 받았다. 여성의 음성은 투명했다. "편히 주무셨습니까, 사장님" "조금 늦었어. 곧 나가지" 인사도 하지 않고 카게야마는 말을 잇는다. "차 준비는?" "전부 준비되어 있습니다" "6번차로, 운전수도 필요없다. 나 혼자만 간다" "알겠습니다" 녹음테이프를 재생한 듯한 무기질적인 응답을 남기고 전화기는 끊겼다.
  •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군 카게야마는 가운을 침대 위에 벗어 던지고 왼팔에 애용의 제니스를 끼운다. 약속 시간은 오후 1시 뇌리에 새겨 둔 시간. 14년 만에 연락이 닿은 옛 친구, 우키야 슌을 만나기 위한 시간이었다.
  1. 칠흑과 질품 언제나처럼 246호선은 한산했다. 공사도 정체현상도 없다. 카게야마가 운전하는 로터스 터보․에스프리는 빙판 위를 미끄러지는 것 마냥 사뿐한 동작으로 차선을 변경하였다.

- 기어는 좋군. 하지만 엔진이 무뎌

둘레가 작은 가죽말이 스테어링을 찔끔찔끔 돌리면서 아직 몬지 얼마 되지 않은 22번째 애마의 성능을 음미한다.
골짜기를 흐르는 물 같이 흐느적흐느적 몸부림치는 풍경이 뒤로 흘러간다.
이제 막 오후가 되었는데 아케이드 게임처럼 느릿느릿 다가오는 고가도로 탓에 도로는 어두침침하다.
카게야마는 농도가 짙은 선글라스 너머로 머리 위에 치솟은 고가도로를 올려다보았다.
눈을 찡그리고 문득 생각한다.
- 그래, 그랬었어. 그 시절에는 이 고가도로는 없었고 아직 노면열차가 남아있었지?
246번 국도를 달리는 노면열차, 통칭 옥전이 일부만 남고 폐쇄된 것이 1969년. 승객이 줄고 고속도로에 고가도로 건설이 주된 이유다.
- 벌써 16년인가
시대는 변모했다.
머리 위를 뒤덮은 고가도로는 아득한 옛날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태양을 차단하고 거목같은 기둥을 뿌리박고 있다. 지금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은 더욱 늘어났고 도로 양쪽에 새로이 들어선 빌딩이 조금 남아있는 하늘색을  다투듯이 빼앗아 간다.
확실히 시대는 변했다. 그리고 지금도 한없이 계속 변하고 있다. 카게야마는 문득 미소지었다.
자조다.
- 생각해 보니 변화는 당연한 것이야. 그때 이후로는 나 자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히 변했으니깐
마음 속으로 말한 다음 입 밖으로 꺼냈다.
"그것 참"
자조는 쓴웃음으로 변화고 카게야마는 기분전환으로 휙 하고 카 오디오로 손을 뻗었다. 좋아하는 곡을 짜집은 카세트 테이프를 듣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때,
덜컹
에스프리의 뒤 타이어가 작게 튕겼다. 옆으로 튄 듯한 느낌.
단차(段差 : 차도와 보도의 높이 차)인가? 펑크인가? 아니면 차 고장인가?
- 아니야
카게야마는 단정했다.
그런 일상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건
- 적!
카게야마는 섬광과도 같은 순간적인 판단으로 더블크러치해서 기어를 2단까지 떨어트린다. 미터기(RPM전용 측정기)의 바늘이 요동쳤다. 터빈이 윙윙거리고 터보 발전기가 엔진 내부에 공기를 밀어 넣는다.
하중이동, 가속함과 동시에 카게야마의 가는 몸이 좌석에 파 묻혔다.
직후,
불과 수 초 전까지 에스프리가 달리고 있던 도로가
두! 두!
날카로운 자색 빛과 동시에 움푹 파였다.
콘크리트만이 아니라 그 밑의 적갈색 흙까지 도려나 있다.
공격
그렇다. 이것은 공격이다.
두! 두! 두!

한 번만이 아니다. 계속 이어진다.

두! 두! 두! 두! 두! 두!

마치 빛과 음의 굴삭기였다.
콘크리트에 구멍을 내고 도로를 파괴하고 마치 피 같은 흙을 주위에 사산시키며 카게야마가 모는 에스프리를 계속 추격한다.
따라가지 못한다. 왼쪽 오른쪽 광음(光音)의 굴삭기를 계속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고 있다.
카게야마는 백미러를 올려다봤다.
20미터 후방
뒤쫓아오는 검게 색칠된 중형트럭
트럭의 헤드라이트가 마치 카메라의 라이트 같이 단속적으로 강렬한 빛을 발하고 있다.
강력한 파괴력을 담은 광탄이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이런 병기는 실용화되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쫓아오는 트럭의 정체는 일체 알고 있다.
인베이더다.
"전언철회로군"
라고 카게야마는 중얼거린다.
"돌리면 돌릴수록 리니얼 압력이 상승하니 국산 오토제품과는 판이하게 달라. 원활하고 셋팅이 잘 되어있어"
카게야마의 이 혼잣말은 상황에 걸맞지 않은 말이다. 단순한 차에 대한 평가일 뿐이다.
하지만,
이것이 카게야마 레이지다.
그는 절대로 동요하지 않는다.
그는 절대로 놀라지 않는다.
그는 절대로 허둥대지 않는다.
한결같이 냉정히
현재 지금도 백미러를 통해 트럭에서 쏘아대는 찬란한 빛을 보고 즉석에서 탄도를 분석, 무결점의 미세한 움직임으로 탄도를 계속 회피하고 있다.
- 이 상태라면 틀림없이 일반인을 끌어들이게 된다.
한산하다고는 해도 정오의 246번 국도이다. 승용차, 장사차량, 갖가지 자동차가 도로를 지나가고 있다.
둣!
예상대로였다.
카게야마가 피한 광탄이 흰 탑차를 직격해서 붉은 가솔린 불꽃이 머리 위를 달리는 수도고속도로의 고가도로에 닿을 정도로 높고 격렬하게 피어오른다.
- 이런이런, 일반인에게 피하라는 것이 무리한 부탁이겠지.
그는 어디까지나 동요하지 않는다.
불타오르는 차 속에서 운전자가 죽더라도,
더욱이 현재진행형으로 불타고 있던 탑차의 바로 뒤차가 돌진하여 다중 충돌사고가 막 눈앞을 덮치더라도,
카게야마는 동요하지 않는다.
그저 백 미러를 힐끔 보았을 뿐이다.
- 끈덕지군. 아직도 쫓아오나.
틀렸다. 백미러로 확인 한 것은 여전히 쫓아오는 검은 트럭이다. 말려들어 일어난 일반인의 사고 같은 건 단순히 멀어지는 하나의 풍경에 지나지 않는 듯하다.
두! 두! 두!
검은 트럭은 서서히 간격을 좁혀왔다.
- 쳇.
전방에 빨간 신호등에 맞추어 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 무리, 짐짓 본 수 만해도 10명은 웃돈다.
샐러리면, 노인, 대학생, 유모차를 끄는 젊은 여인도 있었다.
그 곳으로,
카게야마는 망설이지 않고 돌진한다.
그는 이때도 동요하지 않았다.
몇 초 후에는 반드시 보행자 몇 명을 치어 버린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무사히 지나쳤다.
보행자 바리게이트의 좁은 간격을 뚫고
카게야마의 에스프리는 시속 1Km도 감속하지 않은 채 보행자의 행렬을 빠져나갔다.
눈앞에서 차가 지나쳤는데도 보행자는 아마 회오리바람이 스쳐지나간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에스프리는 그 정도로 속도를 내고 있었을 터였다.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 그렇게 되었어야 하는데.......
- 조금 얕잡아 봤는걸. 오른쪽으로 3인치 정도 벗어났어.
기적이 아니었다.
카게야마는 읽고있었다.
10명 가량의 보행자 전원의 움직임을, 개개인의 걷는 속도와 자신이 통과하는 틈새의 위치관계를 그리고 에스프리가 아슬아슬하게 통과 할 수 있는 1860mm의 틈새를 간파했다.
초월적, 충격적, 천재적 그 모든 수식어도 진부해지는 기량으로 보행자를 빠져나간 카게야마의 에스프리였다.
에스프리를 추격하는 검은 트럭은
때를 놓쳤다.
피할 틈도 없이 보행자의 행렬로 돌진한다.
누군가가 그것을 보았다.
비명.
유모차를 모는 젊은 여인이었다.
눈앞에 덮쳐오는 검은 트럭
이미 피할 겨를도 없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두려워 옴짝달싹 못하고 차에 치이고 마는 들고양이랑 똑 같았다.
그저 망연히 최후의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젊은 모친과 유모차 안의 작은 생명에게 확실한 죽음이 육박해 왔다.
동시에,
귀청을 뚫는 새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끼이이이익
급브레이클 해서 타이어가 지면을 끌 때 생기는 소리다.
소리를 지르는 것은 카게야마가 모는 에스프리.
비명과도 같은 새된 소리를 지질 끌면서 도로 폭을 마음껏 이용한 브레이킹턴을 해하고 있는 중이다.
마치 마법과도같이 방향을 딱 180°바꿔 움직임을 멈추었다. 완전정지 할 새도 없이 에스프리에서 카게야마가  나타난다.
"끈덕지군"
그 자체가 강력한 무기라도 되는 양 카게야마는 왼팔을 치켜들었다.
펑.
대구경 권총을 발포한 것 같은 소음이 울려 퍼졌다. 왼쪽 손에 검은 게이트가 떠올랐다.
칠흑의 게이트다.
게이트에서 끌어 온 칠흑의 에너지, 표적은 이제 막 젊은 모친을 치어 으깨버리려는 검은 트럭.
"사형 집행"
나직이 웅얼거리고서는
거은 게이트에서 이도 또한 검고 날카로운 ‘그림자’가 발사되었다.
완벽한 그림자, 두께도 무게도 없는 지면의 검은 얼룩처럼 보이는 짙은 그림자.
그것은 도로 위를 쏜 살 같은 스피드로 날아가서 검은 트럭을 향해 돌진한다.
카게야마와 트럭 사이를 아무 징조 없이 ‘단순한 그림자’로서 횡단보도를 통과하여 트럭을 향해 소리 없이 날아간다.
사라졌다.
아니 희미하게 들렸다.
새 식칼로 수박을 썰었을 때 나는 소리.
그것은 그림자가 덮쳐오는 트럭을 좌우로 양단하는 소리였다.
"모든 것을 절단하는 검은 이차원 단층, 즉 내 그림자로부터는 도망칠 수 없다"
탄성의 법칙에 따라 양단 된 트럭은 그 상태 그대로 횡단보도로 돌진, 그러나 젊은 모친은 카게야마가 양단한 틈새 덕택에 구원받은 꼴이었다. 코앞에서 이등분 된 선, 모친은 천하여장군 마냥 꼼짝도 않고 차도 위에 서 있다.
"........."
젊은 모친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닫지도 못한 채 트럭이 덮쳐왔던 때 와 마찬가지로 망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는다. 양단 된 트럭의 토막은 쾅하고 횡단보도에서 몇 블록 정도 떨어진 장소에 쳐 박혔다.
상황을 파악한 양도로의 통행인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한다. 비명소리도 들렸다.
카게야마는 약간 떨어진 곳에서 천천히 차로 돌아간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동요하지 않는다.
언제 어느 때라도,
"그럼"
다시 차에 타려고 에스프리의 손잡이에 손을 가져갔을 때였다.
번쩍,
양단 돼 횡으로 누운 트럭의 잔해에서 새찬 빛이 뿜어져 나왔다. 자색의 날카로운 빛.
"!"
순간적으로 카게야마는 탐지했다.
자신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광선을,
완벽한 불의의 습격.
피할 수 가 없다.
단말마처럼 방출 된 광탄의 속도는 음속의 몇 배, 아무리 뛰어난 운동신경의 소유자라고 해도 이것을 피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탐지 한 것만으로도 인간이라 할 수 없다.
- 피해, 라.
뇌리에 단지 그 한 단어만이 번쩍였다.
그는 결코 동요하지 않는다.
그는 결코 놀라지 않는다.
그는 결코 당황하지 않는다.
한결같이 냉정하게
그것은 자신이 죽는 순간조차도
즉,
카게야마의 평소의 냉정함은 자신의 죽음을 미연에 각오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닥쳐 올지 모를 죽음의 재난을 미리 각오해 두면 사람은 이렇게까지 냉정해 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어중이떠중이에게는 불가능하지만........
광탄은 카게야마의 눈앞에까지 덮쳐왔다.
이윽고,
흔적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사라졌다.
깨끗이 사라진 쪽은 카게야마가 아닌 광탄이었다.
".............."
카게야마는 보았다. 광탄이 자신을 직타하기 직전에 날아 온 날카로운 ‘바람’의 화신을.
카게야마는 들었다. 바람의 화신이 일으킨 칼의 휘날림을.
어딘가에서 날아들어 온 초음속의 탄환,
그것이 광탄을 분산시켜 카게야마의 생명을 구했다.
카게야마는 그 기술의 이름을 알고 있다.
"진공 미사일이로군"
나아가서는 그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이 세상에서 유일한 인물의 이름을,
바람의 진공 탄환이 날아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다.
낡은 보도다리 위, 바람의 탄환을 쏜 사수가 태양을 등진 채 서있다.
그 역광 탓에 실루엣만이 보였다.
"네 쪽에서 마중 나와 줄 줄이야, 우키야 슌"
보도다리에 선 인영은 카게야마가 말을 거는 것과 동시에 공격자세를 갖추었다.
"?"
명백한 공격자세다.
그 증거로 오른 팔을 전방으로 뻗는다.
펑!
진동음이 발생함과 동시에 오른 손에 푸른빛의 원을 만들었다. 질풍의 게이트,
그렇게 되면 그 인영은 우키야 슌이 틀림없을 터인데.....
- 설마, 쏘을 작정인가?
설마 그대로였다.
게이트를 중심으로 세찬 바람이 모여서 그 바람이 한 곳으로 집중 돼, 고압의 바람 탄환이 되어 날아간다. 방금 전 카게야마에게로 덮쳐 온 광탄을 쳐낸 압축 공기탄, 진공미사일이었다.
"큭!"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카게야마도 왼손을 뻗어 게이트를 연다.
"섀도우 엣지"
공중을 질주하는 검은 그림자, 이쪽은 인베이더로 변한 트럭을 두 동강 낸 검은 이차원 단층이다.
팟!
진공미사일과 섀도우 엣지
그것이
공중에서 세차게 맞부딪쳐 상호작용에 의해 소멸되었다.
충격의 여파로 솟아오르는 질풍이 카게야마의 앞머리를 나부끼게 한다.
"나를 시험 한 거냐?"
카게야마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고 보도다리 위의 인영에게 말을 걸었다.
잠시 후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 셈이지"
날카로우며 듬직한, 하지만 어딘가 달콤한, 그 목소리를 발산한 인영은,
"뒤에서 덮쳐오는 위험을 탐지 못 할 정도로 왕녀의 감이 둔해진 게 아닐까 걱정이 되어서 말이지"
천천히 보도다리 계단을 내려온다.
삐친 머리의 기세 좋은 두발, 키는 크지 않지만 다부진 체격,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횡으로 베인 상처.
틀림없다. 카게야마는 마음속으로 수긍한다.
보도다리에서 내려온 이는 틀림없는 우키야 슌, 그였다.
"그건 그렇고 장난이 지나친데, 우키야. 깜짝 진공미사일 환영회를 열어 줄 줄이야. 뭐, 그 후로 10년 이상 지났군. 인베이더 측으로 붙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지"
"너답지 않게, 관두지"
"잘도 말하는 군”
두 마디, 세 마디의 대화였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자연스레 오른손을 서로 내밀어
꽉, 둘은 묵직한 악수를 나누었다.
"우키야, 용케도 만날 생각을 해주었구나"
"뭐, 그냥"
그때 어렴풋이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전의 카게야마와 트럭의 추적극을 누군가가 신고 한 것일 것이다. 애당초 국도에서 저 정도로 난투를 벌였다. 너무 늦게 출동했을 정도이다.
"자리를 옮기지, 괜찮겠나?" 묻는 카게야마
"오오마 강가 근처가 좋겠어. 거기라면 인적도 뜸 할거야"
"알았어"
우키야는 하라는 대로 에스프리의 조수석으로 기어 들어간다.
"로스터 에스프리로군. 꽤 좋은 차를 타는데"
"국산차에는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말이야"
"로스터라고 하니 기억나는군"
"짐․스카이 락"
카게야마는 시프트커버를 1단으로 올리면서 대답한다. 엔진소리가 약간 올라간다.
에스프리는 조금 전까지의 자동차 추적극 같은 건 없었다는 듯 조용히 내달렸다.
"그래"
"겨우 연락이 닿았다"
"설마? 살아있었나?"
조수석에 앉아있던 우키야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앞으로 내밀면서 외친다.
"상당히 오랜 시간 소식을 쫓았지만 여기와 똑같은 처지다. 지원이든 뭐든 전무한 가운데 소수의 동료와 함께  여태껏 계속 싸워온 듯하다"
"그래?......"
잠잠해지는 우키야.
카게야마도 대화를 계속하려고 하지 않고 묵묵히 계속 조작했다.
  1. 흘러가는 강가에서 오후 2시경, 쌍둥이 타마가와 역에 아주 가까운 오오마강가. 제방을 달리는 좁은 길을 조깅하는 사람도 있고 캐치볼을 하는 사람도 있다. 게 중에는 태평하게 낚시 줄을 늘이고있는 사람도 있다. 그런 평소와 다름없는 화창한 풍경 속에서 카게야마와 우키야는 담담히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 일단 모두의 현 주소지는 조사가 끝났다. 아사기리싸와 휀 훼이린 만이 행방이 불분명하지만 둘 다 몇 년 전 까진 무사했었다는 확인은 끝마쳤다. 아사기리씨는 바이올린 리스트로 유명한 음악가와 결혼 한 뒤 1979년에 스위스로 이주, 훼이린도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 중국으로 귀국, 가족과 같이 홍콩으로 이사한 것 같다. 그곳은 영국의 조차지(1985년 당시), 그러니깐 문화대혁명의 물결에서 벗어났다는 얘기지 “ 카게야마는 양손을 바지 주머니 속에 푹 쑤셔 넣은 채 계속 말한다. "조사는 게속 진행 중이지만 대부분 게이트 능력을 잃고 각자 평범한 생활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이지스 그 자체가 붕괴 된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겠지" "그렇겠지" 그와 아울러 제방에 앉은 우키야는 뭔가 켕기는 것이 있는지 고개를 숙인채 대답했다. 그리고 계속 말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내 주변도 조사했다는 셈이군" "그런 셈이지" "꽤 오래 전부터 눈치채고 있었어. 그 쪽은 내가 탐지하지 못했다고 생각했겠지만, 훔쳐보기는 그다지 탐탁치 않은 취미야" "이런, 그래 보여도 토박이들만 모았다고 생각했는데" "네 부하냐?" "부하가 아니라 협력자라고 해야 옳겠지" "미츠오카 유우지의" "그 이름은 꺼내지마" "버린 것은 아니잖아?" 우키야는 싱긋 웃어 보였다. "포면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았지만 경제잡지를 구석구석까지 주의 깊게 훑어보면 알 수 있어. 아메리카식 Research & Development를 채택하여 막대한 자산을 운용. 주취인(株取引)뿐만 아니라 주로 도심부의 토지 매매를 해서 불과 10년 만에 거대한 부를 낳은 남자, 이름은 미츠오카 유우지" 미츠오카 유우지, 그 이름은 예전 카게야마 레이지의 통칭이었다. 아니 호적상은 그쪽이 본명이다. 하지만 인베이더 측에 가담하고 과거를 버렸을 때 카게야마 레이지로 스스로 그 이름을 버렸다. 일찍이 그는 인간의 원수인 인베이더와 한패였다. 지금은 모두가 다 잊고 있지만 국회의사당을 점거해서 ‘어둠의 총리대신’이라 칭한 적도 있었다. 1970년 2월 26일의 사건이다. 허나 그의 계획은 눈앞에 서 있는 남자 우키야 슌과 그의 동료들에 의해 무너졌다. 카게야마가 언제나 꾸는 잊을 수 없는 꿈, 그것은 우키야 슌에게 패하는 꿈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야심과 악심을 가진 남자가 왜 예전에 적대했던 사내와 추억담을 나누는 것일까? 그것은 후에 밝혀진다. 지금 카게야마는 선글라스를 벗으면서 옆에 앉아있는 우키야에게 시선을 돌린다. " 공부벌래였군. 경제잡지까지 구독하고 있었나? " " 그럴리가, 가끔이지 " 거짓말이다. 우키야는 바로 전에 경제잡지를 구석구석까지 읽고 있다고 대답했다. 어째서 그런 거짓말을 할 필요가 있는지 카게야마는 곧장 알아차렸다. "주시하고 있지? 이 세상의 동행을, 어떤 불신한 사건은 없는지, 무슨 수상한 사건은 없는지, 아마 너는 매일 조간 신문을 낱낱이 훑어보고 있겠지" "농담하지마. 나는 그저......." "우키야 알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야. 애당초 규모는 틀리지만 하고 있는 일은 같아. 전 세계 통신회사의 뉴스를 긁어모아 전문스태프에게 분석시켜 표면 기사 내면에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지" "진실 말이로군" "그래, 의도적으로 봉인되고 하루하루의 생활에 매몰되어 가는 사건. 지금도 끈덕지게 증식을 계속 하고 있는 녀석들의 동향을 말이다" "인베이더" 우키야가 불쑥 입을 열었다. 카게야마는 그 말을 듣고는 "그야말로 침입자다. 어느 틈엔가 이 사회 속에 비지고 들어와서 침식해가지. 너도 알고 있겠지. 사신신사의 계획대로 70년도에 들어와서는 녀석들이 변질하기 시작했다. 더욱 교묘하게, 더욱 주도면밀하게, 이미 예전의 그 녀석들이 아니야. 우리 인간들의 또 다른 얼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야. 혹은 본성만 남은 인간 그 자체 일려나" "이런 보잘 것 없는 것이 인간일 줄이야" 짤랑. 우키야는 가슴 주머니에서 미세한 빛을 발하는 돌을 몇 개 꺼내었다. "설마, 너!?" 그걸 본 순간 카게야마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연녹색을 띠고 있고 조금 큰 별사탕을 연상시킨다. 아니면 눈의 결정을 그대로 확대한 형태일까. "인베이더의 핵, 결정체냐?" 신음하듯이 중얼거리는 카게야마. 우키야는 손위의 결정을 굴리면서 태연히 대답했다. "물론 기억하고 있어. 그 모든 걸. 그 사건 뒤 인베이더가 대규모 변모를 일으켜 인조인간이 아닌 살아있는 인간이 변화해서 태어나게 된 일. 언제, 어디서, 누가 인베이더로 변화해도 이상하지 않은 일. 게다가 인베이더라는 존재자체가 인간사회에 깊숙이 은밀하게 계속 ‘전염’하고 있는 일을" "우키야, 너? 설마 혼자서 인베이더를?" "네 부하들은 거기까지 조사 못 했던 거냐?" "아아, 사시사철 감시하고 있는 건 아니니깐" "이 안에 한 명 있지" "!?" "네 부하들 중에도 인베이더로 변한 녀석이 있었다" "그럴 리가?" " 나를 감시하던 중에 변화하기 시작했다. 계기는 모르겠지만 그대로 집에서 뛰쳐나가 일격에 소멸시켰지 “ "그건 그렇고......." "못 믿겠나?" "그것도 부인할 수 없지만 네가 싸우고 있던 점도다" "싸우고 있다?" 우키야는 천천히 일어나 가슴 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 담배는 캐스터, 불을 붙이는 라이터는 투명한 수지제 싸구려였다. "담배 피우기 시작한 거냐?" "최근에" 불을 붙인 뒤 맛있다는 듯이 첫 연기를 내 뱉은 우키야. 내뱉은 연기는 강가의 모래밭에 부는 바람에 지워졌다. "싸우고 있다라. 어불성실이지. 그 녀석들이 툭하면 내 앞에 나타날 뿐이다. 그게 아니면 내동댕이 쳐버리고 싶어도 내동댕이 쳐버릴 수 없는 내 게이트 능력이 녀석들을 불러모으는 거냐? 실제로 내가 접근하지 않으면 녀석들은 인간 모습 그대로 있는 것 같아" "정답이다. 신종 인베이더는 번식 할 때 자신들의 천적인 게이트 키퍼에게 반응해서 공격 자세를 취할 때만 변화하는 듯 하다. 어차피 인베이더의 존재 비율은 압도적으로 도심부, 특히 이 동경이 드럽게 높지. 어느 지방에 이주해서 살면은 만날 확률은 한없이 낮아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다고 해서?" "네가 벌써 거기까지 싸움터에 발을 들여놓았을 줄이야" "카게야마 말했을 텐데, 나는 싸울 의향은 없어. 단지 지키지 않으면 안되니깐, 떨어지는 불씨를 꺼야 하니깐, 그래서 녀석들을 쓰러트린 뿐이다" "그것들이 인간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래" “네가 손에 든 결정, 그것은 인베이더의 중심을 구성하는 핵. 바꿔 말하면 인간의 영혼이라고 말할 수 있지. 너는 놈들을 닥치는 대로 무찌르고 그걸 계속 모으고 있다" "아니면 으깨 버릴까?" 약간 냉소를 띠면서 우키야는 입에 담는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웃음이었다. 카게야마의 뺨에 경련이 일었다. "우키야. 변했군" "네가 말했었지" "내가?" "처음 만났을 때의 일을 잊어버렸나?" "처음......." "그렇지. 고교 2학년 때의, 그 때는 초여름이었을까?" 카게야마는 기억을 회전시킨다. 1969년 아직 인베이더 측에 가담한 악의 게이트 키퍼로서 살아가고 있을 때, 내부에서부터 게이트 키퍼들을 붕괴시키기 위해 그들이 다니는 다테가미 고등학교에 편입 해 온 것이다. 그 때 우키야와 처음으로 주고받은 대화. "꽤 뜨거워" 교정 한 구석에서 카게야마는 싱글벙글 우키야에게 말을 건넨다. 상대하는 우키야는 뽀롱통하게 대답한다. "여름이잖아. 당연하지. 아참, 계속 해외에서 살았었지" "틀렸어. 너 말이야" "나?" "그래, 뜨거워. 땅 밑 마그마 보다, 저 하늘 저편에서 타오르는 태양보다 더"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릴 하는 거야?" 우키야는 자리를 뜨려고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카게야마는 억지로 감정을 비틀려는 냥 그 등 너머로 말을 계속 던진다. "지금 너는 자신을 잃어가고 있어" "뭣?" "방금 말했지. 악은 철저히 짓밟아야 한다고" "무슨 소린지 도통 모르겠군" "그러나 그런 사고방식을 정면으로 부정당한 사건이 있었다. 그것이 네 자신을 잃게 하고 있어. 하지만 망설여선 안돼. 망설임이 최악의 결과를 낳는다" "됐어. 조용해" "진심으로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설령 자신의 손이 피투성이가 되어도" "닥치라고 했잖아" 기억의 단편이 되살아났다. 맞다. 그 때 분명 카게야마는 우키야에게 그런 소리를 했다. 그 말은 정신적으로 압박을 받은 우키야를 더욱 몰아세우려는 술책이었지만 카게야마에게는 본심이기도 했다. 정말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자신의 손이 피투성이가 되어도 그 신념을 관철해야 된다. 그것은 어렸을 적 부모님을 여의고 생가마저 남에게 빼앗긴 카게야마의 철학이기도 했다. 허나, "확실히 그랬지만 상황이 틀리다" "너는 어떻지?" "나 말이냐?" "아까 예전과 변함 없는, 아니 몇 배로 날카로워진 네 게이트 능력 구경 잘했다. 거기다 넌 아직 나에게 꺼내지 않은 다른 힘도 숨기고 있어" 카게야마는 묵묵부답이다. 신경쓰지 않고 우키야는 계속한다. "그 정도로 출력을 높여서 게이트를 연다. 네가 피하려고 해도 인베이더는 사방팔방에서 모여들겠지. 그 때 넌 어쩔거지? 헐레벌떡 뒤꽁무니 뺄 거냐? 아니면 헛수고를 감수해도 울며겨자먹기로 목숨 구걸이라도 할 텐가? 아니겠지. 너는 우선 틀림없이 게이트를 열어. 그리고 희희낙락거리며 눈앞의 인베이더를 갈갈이 찢어버리겠지. 그것이 인간이라 할지라도" 카게야마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우키야는 술 새 없이 지껄였다. "너와나는 동범이다. 자신의 몸을,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우연히 게이트 키퍼였다는 이유로 인간을 죽이지. 말하자면, 아니 우리들은 틀림없는 살인자다. 인베이더가 법칙을 초월한 존재라는 핑계로 재판 받지 않는 것 뿐 사형을 면할 수 없는 중범죄다. 개자식들이야. 아니지, 옛날 네 스타일로 하면 버러지들이로군" "그래, 그럴지도 몰라" 겨우 카게야마는 입을 연다. "나도 올해에 수십이나 되는 인베이더를 이 손으로 처단했다. 어제 밤도 신주쿠 뒤 골목길에서 사형을 집행했다" 우키야의 담배가 짧아졌다. 퇫하고 지면에 뱉는다. 그리고 무조작하게 발뒤꿈치로 불씨를 껐다. 지면에 짓눌린 담배에 아직 희미한 불이 맴돌았지만 우키야는 신경쓰지 않는다. "너 변했구나" 카게야마는 아까와 똑같은 말을 한다. 거짓이 아닌 본음이었다. 말을 들은 우키야는 귀찮다는 듯이 대꾸한다. "그래서 무슨 용무시지? 갑자기 전화가 왔을 때는 당황했지만 설마 인력과 시간 들여서 소시적 친구들의 소식을 캐내어 화려하게 동창회라도 하자는 심보는 아니겠지?" "물론" "그럼 뭐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방금 전에 말한 짐․스카이 락처럼 지구 방위기구 이지스가 붕괴 된 지금도 전 세계에는 홀로 인베이더와 싸우고 있는 자들도 많다. 그런 이들을 결속해 국제규모의 연락망을 구축하고 싶어. 특히 인베이더의 발생률이 높은 이 일본에서는 특별히 훈련을 받은 자들을 모아 강력한 비합법 조직의 정식집단을 조직한다. 즉, 지구방위를 위한 지하조직이다. 우키야 그러기 위해선 네 힘이 필요하다" 카게야마의 대답은 그야말로 단적이고 단순 명쾌했다.
  2. 따스한 등불 "손님, 이 노래 누가 부른지 아세요?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냥냥이랬던가 냥코라고 했던가 그 뭐더라 세일러복을 벗긴다는 둥 어떻다는 둥 그 중의 이인조라고 해요. 이 세상 참 말세에요. 이런 해괴망측한 노래가 뜨고 있으니깐요” 카 라디오에서 빠른 템포의 노래가 흐르고 있다. 뒤로 손가락 질 뒤로 손가락 질 하고 몇 번이나 연발한다. 운전수는 쯧쯧쯧하고 이것 봐라는 듯 제스쳐를 취했다. 하지만 그 노래도 운전수의 목소리도 우키야의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물론, 지금 당장 대답을 달라는 건 아니야. 이쪽도 막 시작했어. 하지만 시간은 별로 없어. 이지스를 괴압시킨 후 어둠에 몸을 숨기고 은밀히 계속 변모하던 인베이더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오리지널 인베이더가 각성하지 않은 이틈에 녀석들의 싹을 뿌리 채 뽑아 둘 필요가 있어.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안광의 게이트로군. 보인 거냐? 네 눈에? 그럼 간단히 알 수 있지 않아? 그 조직을 세워 이 세계에서 인베이더를 완전히 말살 할 수 있는가 아닌가를?"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내 안광의 게이트는 지각의 게이트처럼 물리현상을 정확히 분석하는 것이 아닌 아련한 미래를 감지하여 거기에서 확정된 결과만을 산출하는 능력이다. 보이지 않는 미래는 어쩔 도리가 없어" "과연, 그 말 그대로 미래는 암흑 속에 있다는 건가. 하지만 말이지, 카게야마 그렇다면 그대로 내버려두는 건 어때? 보이지 않는다면 뭔 짓을 해도 부질없는 것일지도 몰라.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면 그 쪽의 확률이 더 높겠지" "그래서 다. 보이지 않는다는 건 절망과 대등한 똑같은 희망도 있어" "아까 네가 한 말 그대로 돌려주지" "응?" "내가 변했다고 했지?" "그래, 그럴지도 시간의 흐름에 감화 된 건지도..... 하지만 우키야 이것만은 확실히 못 박아두겠어.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오랜 좋은 도덕관이 계속 사라져 가는 한 여기서 우리들이 아무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다면 미래는 절망이라는 늪에 갇혀 버린다" 카게야마와 나눈 대화가 반복해서 우키야의 뇌리에 스친다. 택시는 국도 246호선을 빠져나가고 있다. 우키야는 집까지 바래다주겠다는 카게야마의 제안을 거절하고 큰길로 나와서 택시를 잡았다. 집까지 걸어서 도착 할 수 있는 거리였지만 그 정도의 기력은 남아있지 않았다. 오랜만에 게이트를 연 탓인지, 그렇지 않으면 정신적인 문제인지, 희한하게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몇 남지 않은 안락함을 찾으러 귀가를 서두른다. "손님, 그런데 말이죠" 운전수는 우키야의 그런 심정도 모르는지 라디오 소리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필요이상의 큰 목소리로 계속 얘기한다. "우리 딸이 중학교 1학년인데 이 냥코 뭐시긴가에 들어가고 싶다고 난리에요. 못 참죠. 옥이야 금이야 하고 키웠는데 그 딴 무리에 끼고 싶다는 둥 낳았을 적에는 숙녀로 만들자하고 비싼 돈 들여 피아노까지 가리켰는데 지금은 입도 벙긋 안해요. 그 뭐라죠, 사춘기라던가 묘하게 남자친구를 의식하죠" 우키야는 마을의 흘러가는 불빛을 멍히 바라보고 있었다. 국도변에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눈부신 불빛이 한 줄로 줄지어 잇닿아 있다. 불과 몇 년 전에는 변변치 않은 가게만 있었는데도,

-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는 칸파치 고속열차도 없었고 여기저기 미개발의 삼림만 남아있었지

멍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 인가요? 손님?"
불쑥 운전수의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왔다.
그다지 세간 얘기를 할 기분이 아니었지만 우키야는 "예?" 하고 반문한다.
"아, 그러니깐 손님 독신인가요?"
시시콜콜한 질문이다. 하지만 무시해서 일축하는 것도 귀찮다.
"아니요" 짧게 대답했다.
"헤에, 젋게 보여서 완전히 독신이라고 생각했어요"
젊지는 않아요. 벌써 33세 이니깐 하고 속답했다. 말머리를 딱 끊어 버리려고 잠자코 있었는데 운전수는 계속  나불거린다.
"그럼 자제 분은 얻으셨나요?"
젠장, 우매하게 대답한 건 실수였다. 뼈저리게 후회해도 늦었다. 운전수는 심심한 건지 핸들을 조금씩 조금씩 꺽으면서 질문을 계속한다. 진짜 똥 밟았다는 듯 우키야는 한 숨 섞어 대답한다.
"예, 한 명. 여자애가"
" 헤에, 저랑 똑같군요. 이거 반갑네요. 그런데 말이죠, 피아노나 발레 같은 건 자기가 하고 싶다고 졸라대도   안 시키는 게 좋아요. 결국 돈만 쳐 바르고 공부도 안 해요. 우리 딸도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고 방금 전에도 말했죠. 론(lwan : 엷은 평직의 고급면포)을 짜서 중고 피아노로 사주었어요. 물론 그랜드 피아노 같은 명품이 아니라   야마하, 이게 오토바이의 야마하가 아니에요. 악기계통이죠. 함 형태의 피아노예요. 요만한 것, 그래도 등뼈가 휠 정도로 비쌌어요. 그런데 지금은 벗어 던진 옷이 층층이 쌓여 있어서.... 그걸 정리해야 하는데 그냥 방치하고 있어요. 정말 크기만 크고, 디자인도 낡았고, 친척집에 주려고 했는데...... “
이야기는 쭈욱 이어진다.
다행이 집 근처의 교차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우키야는 운이 좋았다고 짤막히 고했다.
"우리 딸은 태어난 지 얼마 안됐습니다. 그것보다 저기 신호등에서....." 
우키야는 교차로에서 택시를 내리고 246호선에서 골목 안쪽 길로 들어갔다.
작은 연립주택이 늘어선다. 조용한 주택가,
- 여기도 마찬가지로군
앞쪽 편에는 주마등에 비친, 건축중인 건물이 보였다.
- 새삼 다시 보니 예전과 사뭇 달라졌구나. 목조 건물은 온데간데없고
세타가야의 변두리, 좁고 고불고불한 길이 계속된다.
전쟁 중 대개 논밭 밖에 없던 이 부근은 총 폭격의 여파에서 벗어났다. 그 뒤 논두렁을 확장하여 도로를 세웠기 때문에 길 찾기가 굉장히 어려운 주택지가 되고 말았다. 도시계획보다도 ‘공사’ 그 자체가 우선시 되어 생긴 폐해다.
- 그러고보니 생가 근처에 높은 빌딩을 건설 중이었지, 아오야마 도로
15년 전에는 생긴지 얼마 안 된 몹시 넓기만 한 도로로 한 밤중에는 자동차의 통행도 거의 전무했는데,
문득 기억을 상기시킨다.
- 아오야마 도로라,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우키야는 신구구장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다. 지금이 되어선 아오야마 도로변에는 호화로운 빌딩이 늘어서 부산한 구역이 되었지만 1960년 초 당시에는 낡은 가옥이 늘어선 조용한 주택지였다.
1964년 도쿄올림픽에 앞장서 다수의 주거지를 철거하여 지금의 아오야마 도로, 통칭 올림픽대로의 건설이 시작되었다.
우키야도 그 당시 지금 살고 있는 세타가야로 이주했지만,,
- 사람이란 좀처럼 변하지 않는구나. 그 때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서 헤어진 여자아이와 수 십 년 후 또 같은  일을 되풀이 할 줄이야.
쭉 잊고 있었다. 아니 잊으려 했던 기억이 새어 나온다.
잘 흔든 맥주병 마개를 갑자기 땄을 때처럼 타임캡슐을 꺼낸 건 카게야마다.
- 카게야마, 잊지 않았어. 너도, 나에 대해서도, 그 아이도, 당연히 잊을 수 있을 것 같애? 몇 번이나 이 생명을 나누어 준 상대를 어떻게 해야 잊을 수 있지. 카게야마? “

헤어질 무렵 카게야마는 마지막으로 우키야에게 고했다.

"오늘은 미안했다. 또 날을 봐서 연락하지. 신중히 생각 해둬. 아아, 그리고 이쿠사와 루리코 잊지 않았겠지?"
"응"
"불과 몇 일 전이지만 소식이 잡혔다. 알고 싶나?"
"아니"
"좋아. 그럼 됐어"
되살아난 기억,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과거.
점점이 커진 조용한 골목길의 주마등은 그 하나하나가 스쳐 가는 옛 추억 같았다.
- 여러 가지 일이 너무 많았어. 이제 아무 기대도 하지마. 지금의 나는 조그만 행복을 지키겠다는 생각 밖에 없어. 이기주의자일 뿐이야.
우키야가 말하는 작은 행복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스푸레한 골목 건너편, 반짝이는 별 같이 문 등이 딸린 작은 집,
신축한 듯한 흰 벽이 문 등의 빛에 반사 돼 어렴풋이 보인다.
- 카게야마, 보라구. 응? 꽤 멋지지. 작년에 새로 지었어. 땅까지 담보로 잡고 상당한 돈을 은행에서 빌렸지. 월급이 적은 지금으로선 돈을 다 갚았을 때는 손주가 있을 걸
주머니에서 여벌의 열쇠를 꺼내었다. 문짝 노브에 꽂으려고 한다.
.......... 할 필요도 없었다.
찰칵하고 내부에서 자물쇠를 따는 소리가 나고 문이 천천히 열린다.
안에서 갓난아이를 앉은 여성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얼굴을 내민다.
"어세오세요. 당신"
여성은 우키야에게 그렇게 말했다.
우키야는 대답했다.
“아아, 다녀왔어. 요코 그리고"
오른손을 내밀어 요코가 앉은 아이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는다.
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솜털처럼 푹신푹신한 감촉의 머리카락.
"아야네, 아빠 왔다"
우키야가 머리를 쓰다듬는 그 아이는 소리를 내어 웃었다.

제 2 장

1970년 5월

  1. 평온한 한때의 시간 "아-, 아-, 에- 오늘은 맑은 날씨가 되겠습니다, 오늘은 맑음. 에-, 네, 좋아요. 돌려주세요" 찰칵 오픈릴 자기 테이프가 회전을 시작했다. "이 방송은 A랭크의 긴급피난 경보입니다. 이 방송은 A랭크의 긴급 피난 경보입니다. 잔존 전력 투입, 이제부터 탈출용 차량 UP15-13079를 긴급 발진구에서 지상으로 올리겠습니다. 리프트 업 후, 극동지부는 영구 폐쇄됩니다. 전 대원은 신속히 시설 밖으로 대피하십시오. 다시 한 번 더 알리겠습니다. 전 대원은 신속히 시설 밖으로 대피하십시오. 그럼 행운을 빕니다" 자기 테이프 옆 작은 유리 속의 볼륨 표시바늘이 멈춘다. "저, 정말 이걸로 됐습니까?" 이지스 극동지부 작전 사령실. 오치아이 케이코는 돌아보며 그 뒤에서 대기하는 장신의 남자에게 묻는다. "고맙네, 충분해. 지금 그걸 편집해서 쓰도록 하겠어" 답하는 장신의 남자, 토키토 테츠야. 이 곳 이지스 극동지부의 사령관이다. "그래도......." 오치아이는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린다. 뒤로 묶은 긴 머리칼이 살랑거린다. "정말 이런 테이프가 필요할까요? 설비 내 방어 시스템도 대폭 강화했고 인베이더의 활동도 2월 이후 전 세계에서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요" "오치아이군, 걱정할 필요 없다네" 토키토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약간 내려 간 안경을 고쳐 쓴다. 그리고 계속 말했다. "유비무환이라는 말이 있지. 어디까지나 만일의, 아니 억측의 사태에 대비해 놓은 것뿐이네. 설령 인베이더의 동향이 침체화 되었다고 해도 아직 완전히 전멸한 것은 아니네. 늘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여 미리 그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야. 이것을 노파심이라고 웃어 넘겨도 좋아"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신경 쓰이는 일이라도 있나?" "지난 주 뉴욕 총본부에서 열린 지구 방위 대책 회의의 결과 말입니다만" "그게 왜? " 그걸로 정말 잘 된 일 일까요? “ 제 2차 대전 후 은밀히 계속 증식하는 인베이더에게 대항하기 위해 건립 된 지구방위 기구 이지스는 ‘비공식 국제 연합’으로서의 일면을 가진 참가국 대부분이 유엔 참가국과 동일. 그렇기에 뉴욕 총본부지하에는 거대한 이지스 총본부가 건설되어 있다. 아니 오히려 유엔 쪽이 표면상의 얼굴일지도, 하여간 유엔 회의와 마찬가지로 세계 각지에 존재하는 이지스 주요 거점의 대표들은 정기적으로 인베이더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그리고 이지스 극동지부 사령관의 비서인 오치아이 케이코는 일부 비밀 사항을 빼고는 그 회의 결과 내용 대부분을 알고 있다. "설마 지금에 와서 전 세계 이지스 대원을 대폭 삭감하다니 그 계획대로라면 몇 몇 지부는 그 규모를 축소하는 듯 하고" "결정 난 거네. 어쩔 수 없어. 나 외에 다수의 지부 사령관들도 인원 삭감에는 찬성했네. 실제로 섀도우 코드 네임으로 불린 악의 게이트 키퍼 카게야마 레이지가 쓰러지고, 오리지널 인베이더인 차원마왕, 기계장군, 악마백작도 소멸했어. 전 세계에서 인베이더 발생률이 크게 감소했지"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이지스 첩보부 쪽의 조사대로라면, 그러니깐 오리지널 인베이더였나요" "그렇네, 흔히 간부라 불리는 클래스지" "네, 그 간부는 전부해서 8개체가 있다고 들었어요. 그 중 3개체가 사라진 것만으로는......." "그것도 가설일 뿐이야. 거기다 이지스가 정식으로 발족되기 전에 게이트 키퍼에게 쓰러진 간부도 있어. 핵인 결정 구조체를 파괴하지 않는 한 얼마든지 재생한다는 오리지널 인베이더가 회복하는데 긴 세월이 필요하다는 것도 조사가 끝났다네. 당명의 위험은 지나갔네" 오랫동안 우주에서 온 침략자라고 추정 된 인베이더였지만 후에 조사한 바로는 중세의 게이트 키퍼가 소환한 유사 생명체로 판명. 그리고 그 때 게이트에서 나타난 것이 인간의 형태를 모방한 8개체, 원초의 인베이더. 오리지널 인베이더인 셈이다. 그 중의 2개체 기계장군과 악마백작은 이지스 극동지부에 소속된 게이트 키퍼즈대의 활약으로 격퇴되고, 또 다른 개체인 차원마왕은 짐․스카이 락을 중심으로 뭉친 게이트 키퍼 유격대의 손에 결정체 그대로 소멸되었다. 분명히 당면의 위험은 지나간 것처럼 보였다. 이지스 총본부에서 나온 회의의 결론도 모든 사실에 입각해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오치아이군. 자네의 심정은 잘 이해하네" 토키토는 가죽제 회전식 의자 팔걸이에 오른 무릎을 얹고 잘 정돈 된 수염을 어루만지면서 말을 계속 꺼낸다. "방금 나도 유비무환이라고 했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우리들의 일이라고도, 단지 이지스 그 자체가 완전히 조직해체가 되는 것이 아닐세. 아직 몇 몇 나라에서 밖에 표면화되지 않았지만 제 2차 대전 후 급속한 복구에 따라 선진국에서는 아주 빠르게 환경파괴가 문제시되기 시작했지. 공해(公害) 말일세" "공해?" " 공공의 해. 즉 삼림을 벌목하거나 공장 폐수를 흘러 보내는 등. 인간의 사회 활동이 낳은 나쁜 일면이라네 “ 어마어마한 열기를 띤 고도경쟁성장이 잠깐 주춤한 지금시대에 그 반작용이라 할 수 있는 공해문제가 뉴스 같은 곳에서 떠들썩하게 문제삼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까지 공해 그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전부터는 광독(鑛毒 : 광물을 체굴, 제련 할 때 풍기는 생물을 헤치는 독기)사건 등 근대화가 진행되기 시작한 메이지 시대까지 역행 할 수 있다. 허나 지금까지는 복구와 발전이 제 일 안이 되어 환경이나 인체에 대한 영향은 의도적으로 외면되어 왔다. 여러 가지 공해문제가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것은 이듬해인 1971년부터다. 토키토는 계속 말한다. "이지스의 활동자금은 매년 막대한 예산이 나오지. 각 국에서는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도록 다수의 노력은 펼치고 있나 그것도 슬슬 한계에 다다르고 있네. 이지스 조직체를 축소하는 것으로 그 예산을 공해대책 쪽으로 돌릴 수 있다면 생각하기에 따라서 그것도 지구방위 활동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그렇군요....." 오치아이는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한 동안의 침묵, 찰칵찰칵하고 사령실 안쪽에 자리잡고 있는 초 전자두뇌의 작동 음만이 흘러나온다. 잠시 후. "태연한 얼굴을 하고 도로변에 쓰레기를 버리는 버러지들. 납을 넣은 가솔린을 온수처럼 쓰고 베기가스를 흩날리는 버러지......" 고개를 끄덕인 오치아이 케이코는 속닥속닥 알아듣지 못할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지금은 괜찮겠지. 하지만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 분명 그런 버러지들이 이 세상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거다" 말을 다 마치고 오치아이는 고개를 들었다. "전에 카게야마 레이지가 TV 방송에 나왔을 때 이런 소릴 했죠" "아아, 기억하고 있네" "그는 악의에 물들어 마이너스 게이트 키퍼가 되기 전 미래를 투과할 수 있는 안광의 게이트 키퍼라고 했죠?" "그렇네" "어쩌면...... 그는" "오치아이군" 중얼거리던 오치아이는 마치 선 잠에서 깬 것 같이 허둥지둥 고개를 들었다. "아! 죄, 죄송합니다. 나도 참 사령관님께 건방진 말을!" "괜찮아" 토키토는 응답하면서 웃는다. "그저 게이트 키퍼즈대 해산에 대한 건은 부디 그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주의 해 주게나. 조만간 시기를 봐서 내가 정식으로 모두에게 직접 전하겠네 “ "료-카이, 이지스" 오치아이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서 승리 포즈인 V를 본 뜬 이지스식 경례를 했다. 같은 날, 같은 시각 이지스 극동 지부 바로 위에 설치된 다테가미 고교의 중정. 방과후 부활동 중인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사잇복도에서 서서 얘기하는 학생 네 명이 있었다. "레이코 선배 또 견학 왔다며?" 넋빠진 소리를 한 쪽은 젊었을 적 우키야 슌, 팔꿈치 근처까지 접어 올린 교복과 레이싱 장갑이 이때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봐, 우리들이 지금 있는 3학년 교실 똑같은 A반. 얼마 전까지 레이코선배의 반이었잖아. 우와~ 그리워요 라고 둘러 본 뒤 지하 본부로 놀러 간 모양이야" 우키야의 말에 대답한 이는 묵은 크림색의 롱헤어. 이 시대에는 진기한 큰 리본으로 오른쪽으로 묶은 이쿠사와 루리코였다. "그런데 말이야. 그리워요 라니 졸업한지 한 달 약간 지났다구. 일부러 견학하러 올 정도의 일일까?" "으~응, 그게 말이지. 견학하러 왔다는 건 구실이고 아무래도 아직 예전 습관이 남아있어서 무심코 등교시간에 등교했다는 것이 정설이야" "설마?" "진짜야. 그게 학생 가방 갖고 있었구 일부러 교복까지 입었다니깐" "오 - 메! 고것 참 놀랄 로(鷺)자로구마잉. 건망증이 너무 심해부려!" 쉰 목소리로 소리 친 이는 반쵸 죠타로, 생략해서 반쵸다. "하지만 레이코 선배다워요. 깜빡 착각해서 일부러 교복까지 입고 오다니, 분명 오노선생님 기가 막혀서 어안이 벙벙했을 거 에요"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사람은 숏커트가 인상적인 코노에 카오루다. "그래도 일단은 레이코 선배 재수생이잖아. 재수 학원에 다니는 거 아니야?" "아니랴, 전속 가정교사를 고용했데. 그래서 쓸데없이 시간 감각이 둔해진 게 아닐까?" "우와, 가정교사라고? 음대에 떨어졌었지. 피아노 가정교사겠네" "그게 아니라 레이코 선배 피아노 실기시험에서 음대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뒀데. 마주 서 있던 학장님은 너무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흘렸데. 하지만 학과 시험 쪽이........" 루리코의 그 한 마디에 같이 있던 세 명은 일제히 ‘과연’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하고 한 숨을 내 쉰다. "역시 레이코 선배답군" 맙소사하고 팔짱을 끼는 우키야. 여기서 주제가 되는 레이코 선배란 올해 3월까지 다테가미고교에 다녔던 그리고 게이트 키퍼즈대의 일원이기도 한 아사기리 레이코다. "하지만 아사기리 선배가 가끔 와주는 편이 왠지 작년 같아서 즐겁기도 해요" 카오루는 약간 시원섭섭한 목소로로 작게 말했다. 그걸 알아챘는지 우키야가 받아넘긴다. "그렇네. 그 싸움 후 훼이는 북경지부의 요청도 있어서 중국으로 돌아가 버렸고 레이코선배도 사령관님의 마음씀씀이로 비상 출동대원이 되었지. 한 때는 그만큼이나 되던 게이트 키퍼즈대도 지금은 나, 카우루, 루릿페. 겨우 세 명......" 라고 계속 말하려던 찰나 루리코와 반쵸가 동시에 언성을 드높인다. "그-러-니-깐 이제 3학년이잖아. 루릿라고 부르는 건 적당히 그만두시지!" "우키야, 뭔 소리 하는겨 시방. 황송하게도 분해 게이트 키퍼인 이 몸을 머릿수에 넣지 않다니 뭐 하자는 거여!" 양 방향에서 들리는 스트레오 방송이었다. 고막이 윙윙거려 우키야는 반사적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그래서 "우왓! 코피, 푸-욱- !" 하고 유행하는 넌센스 만화의 대사를 날려 얼버무려 보았다. 한바탕 웃는 일동. 온화한 분위기가 감돈다. 그리고 조금 있자 루리코가 재잘재잘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네 “ 하늘을 우러러 보며 계속 말한다. "그 사투가 끝난 뒤 쿠로가네도 행방불명이 된 상태고........" "그렇군......" 우키야는 따뜻하고 포근했던 분위기가 뜻하지 않게 차갑고 딱딱한 분위기로 역전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요전에 쿠로가네 집에 들려봤어" "아아, 번화가의 라면집. 이름이 뭐였더라" "텐코켄, 그랬더니 아버님께서 언짢은 듯이 가르쳐 주셨는데 딱 한 번 전화가 왔었데. 잠시동안 먼 곳에 여행을 다녀올테니 찾지 말라고" "먼 곳이라?" "몰라. 단지 카게야마군도 그렇게 되어버렸고" "그녀가 게이트 키퍼가 아니었다면 좋았을 텐데" "응, 그랬다면 다른 사람처럼 그 사건 자체를 잊을 수 있었을 테니깐" "그땐 큰 일이었제. 레이코 선배 하루 왠 종일 피아노만 제꼈응께" 2월 26일 카게야마 레이지의 국회 점거 사건이 해결 된 직후, 이지스 총본부의 지시로 대규모적인 기억소거 작전이 전개되었다. 텔레비전, 라디오, 확성기, 광고차 등등 음성을 방출 할 수 있는 그 모든 기재를 총동원해 아사기리 레이코의 환각의 게이트를 사용한 연주멜로디를 일본 전국에 흘러 보냈던 것이다. 이것으로 일본 국민의 대부분이 국회의사당 점거 사건을 잊을 수 있었다. 극히 df부인 강한 정신구조를 가진 사람과 사건 당사자들을 빼고는, "그건 그렇고 루리코 공주" 퍽 한 대 맞은 표정으로 반쵸가 한 발짝 앞으로 나왔다. "그 악당에게 '군‘ 같은 거 붙일 필요 없어야. 그리고 쿠로가네도 마찬가지고, 그 둘이 인베이더로 붙어 버려서 우리들 까딱 했으면 싸그리 죽을 뻔 했다아이가. 그 뿐만 아니여라. 내캉 우키야으 활약이 없었다믄 지금쯤 일본은 카게야마의 손에 들어갔을지도 모르는 일이라. 동정할 필요 없어부려" "잠깐! 반쵸" 팔꿈치로 퍽 찌른다. 하지만 반쵸는 무시하고 대단한 기세로 계속 말한다. "애당초 카게야마도 너무했지만 쿠로가네는 열라 심했제. 지금까지 같이 싸워 온 우리들을 쌈박하게 배반 때리고 약삭빠르게 카게야마 쪽에 붙을 줄이야. 거기다 적과 내통해서 루리코 공주를 보쌈 해버리다니, 그런 인간은 순악질 여편네라고 하는 겨" "반죠, 적당히 해! 벌써 끝난 일이잖아!" "카오루 공주? 내는 말여 단순히 순악질 여편네를 용서 못 해서리......." "맞아. 순악질 여편네야" 한 숨 섞어 루리코가 말한다. "이쿠사와 선배?" 카오루는 너무 놀란 나머지 두 눈을 크게 떴다. "쿠로가네가 아니라 내가...." "루리코 공주 말여?" "쿠로가네가 나를 납치 해 갔을 때의 일, 나 지금도 생생히 기억해. 그녀가 마이너스 위상으로 반전시킨 철벽의 게이트, 그래 침입의 게이트를 써서 내 마음 속에 침입해왔을 때의 일. 그 때 말이지 나는 비통할 정도로 통감했어. 전의 나는 그저 자신만을 꾸미려고 만해서 주위 사람들의 기분 따위는 조금도 안중에 없었구나 하고" "근디 고거랑 순악질 여편네 쿠로가네와의 관계는..........." "아니, 똑같아. 그녀는 나와 마찬가지로, 아니 나 이상으로 콤플렉스를 마음 속 깊이 숨겨왔어. 그런데 그런 그녀를 깊게 이해하려 하지 않고 겉모습만으로 판단하고 좀 더 그녀와 친해졌더라면 어쩌면 이른 시기에 그녀의 고민을 해결 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는데" "그것은 결과론 이잖여!" "그럴지도, 하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사라지니깐 묘하게 쿠로가네가 너무 신경 쓰여서 참을 수가 없어" "그래요... 저도 쿠로가네 선배에 대해서 왠지 말걸기가 껄그러운 사람이구나 하는 식으로만 생각해서" 카오루는 지그시 발끝을 쳐다본다. 주위에 침묵이 깔린다. "카오루 공주......" 반쵸는 허둥지둥 분위기를 바꾸려고 난폭하게 우키야의 어깨를 흔든다. "이, 이봐. 우키야! 쿠로가네는 내비두고, 그 때 네 마지막 활약은 멋드러졌으야. 나으 with 역습 스피곤의 전투에 삐까빵상 할 정도로 명승부였제. 네 아부지가 개발한 게이트 엔진을 단 로봇, 그 놈도 강했제잉! 그래서, 우뗘? 벌써 한 달이 넘었는디 메가네가 슬슬 게이트 로봇의 수리를 마무리지을 때 아녀. 시범운전이 기대되는 고마이" "게이트 로봇은 더 이상 없어" "그래! 없어! 고거 사치로구마잉-, 엥? 뭣이라고라?" "반쵸에겐 말 안했었나. 내 게이트 로봇은 시험작이었잖아. 너무 돈이 많이 들어서 수리하는 거보다 폐기처분하기로 결정이 났어" "뭣이 우쩌고 어우쪄?" "엔진만은 연구용으로 남겨서 요타하치에 싣기로 했어" "그, 그라믄 게이트 로봇은? 내 전용기는?" "처음 계획으로는 짐팀이 탔던 양산형과 같은 타입의 기체를 받기로 했는데 하지만 봐봐. 최근 인베이더의 활동이 침체화 되고 있잖아. 그 탓에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다더라" "시상에 그렇게 되부렸을 줄이야" "사람들 대부분의 기억이 지워졌고 같이 싸웠던 게이트 로봇도 사라져 버렸지. 나도 지금에 와선 그 국회의사당 앞에서 있었던 사건자체가 마치 꿈 같이 느껴져" "루리코의 말에 감화된 것일까. 우키야도 쓸쓸하게 말을 잣는다" "반쵸는 그 옆에서 ‘나으, 나으 게이트 로봇이!’ 라고 울부짖으면서 과장되게 우는 포즈를 취했다. 하지만, 말과는 정반대로 우키야에게는 떨쳐내려고 해도 떨쳐 낼 수 없는 게 있다. _ 카게야마 봉하려고 해도 선명하게 뇌리에 꽂혀버린 영상 눈을 감으면 지금도 선명히 상기 할 수 있다. 대량의 인베이더가 소멸 할 때 생긴 검은 시공간, 어쩌면 그건 마이너스 게이트와 동일 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곳에 빨려들어 갈 뻔한 우키야를 차 날려서 지상으로 되돌려 주었던 순간에 카게야마의 표정 묘하게 웃는 얼굴. 모멸도 친밀감도 아닌, 물론 자조도 아니다. 그 웃음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 카게야마 레이지, 너는 정년 그대로 시공간에 빨려들어 간 거냐. 아니면.....

속으로 혼잣말을 되 뇌인 뒤 옆에 서 있는 루리코의 표정을 보았다.
우키야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포근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카게야마와 다른 확실한 친밀감이 담긴 미소였다.

그곳은 어디인지 모른 장소였다.

어둠, 그저 새카만 어둠만이 펼쳐진다.
그곳에서 얘기를 나누는 자들이 있다.
"우후후후, 그럼 정말 시작하는 거네"
"아아, 어떻게 할까 고민했는데 여기까지 와 버렸으니 할 수밖에. 녀석들과는 예전부터 구면이었고 형제 같은 거지. 인간처럼 앙갚음 할 생각은 없지만 마무리는 지어야 겠구나 해서 말이네"
목소리의 주인공은 두 명.
한 쪽은 어린 소녀의 목소리, 그리고 또 다른 한 쪽은 젊은 하지만 결코 어리지 않은 남자의 목소리.
어둠 속에서 대화는 계속 이어진다.
"그건 그렇고 상당히 용의주도하군. 어디 있는지 모를 ‘그 녀석’까지 찾아내고 더욱이 어느 사이엔가 포섭했을 줄이야"
"후후, 꽤 힘들었어. 능력은 대단하지만 우리들에게 비하면 지능은 완전 검은 양복(黑服) 수준인 걸"
"그리 비꼬지 말게. 녀석도 또한 내 형제이기도 하니깐"
"어머, 미안. 하지만 인간들 상에선 우리들도 그렇게 간주하는 것 같던데"
"그래 아아, 그렇겠지"
"하지만 솔직히 의외였어. 당신이 승낙 해 줄 줄이야"
"그럴지도, 아니 나 스스로도 놀랐네. 행운인지 불행인지 가지고 태어난 능력 탓에 동료들도 몹시 싫어하고 그러고 보니 백작과 장군은 각별하게 까닭 없이 싫어했었지. ‘우리들은 열심히 음식을 재배하려고 하는데 네 녀석은 뭐냐. 우리가  마음 고생해서 다 키운 음식을 그저 썩게 할 뿐이다 라고 말이네’"
"아하하하하, 명언이네"
"놀리지마"
"미안해. 하지만 그런 당신이 백작과 장군의 복수를 하러 출전할 줄이야. 후후, 너무 드라마틱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멋드러진 영화를 관람하고 있는 것 같아"
"이런이런, 인간적인 발상이야. 물론 싫어하진 않지만"
약간의 정적이 있은 뒤 남자는 계속 말한다.
"그래서 자네의 목적은?"
"목적?"
"시치미 떼지마. 시간, 노력 다 들여서 이 정도의 일을 추진하려고 하지. 하잘것없는 인간들이 만든 조직이지만 규모는 커. 이후 우리들의 운명에도 반드시 영향을 끼칠 것이네. 그 일을 지금 시행하려는 의미 말이야"
"그렇네. 으~음, 간단히 말하면 친구찾기 랄까?"
"친구?"
" 호감이 가는 아이가 있어. 상당히 오래 전부터 그 애랑 천천히 얘기를 나눌 시간을 가지고 싶었어 “
"하? 하하하하하! 단지 그 이유 때문에 이 정도의 일을?"
"이상한 걸까?"
"아니, 인간다워서 좋아. 나도 인간 행세를 한 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그 수준까진 아니야. 그래, 그렇군. 친구 찾기라, 과연. 오히려 그 말을 들어서 안심했어. 섀도우처럼 묘한 야심을 품은 게 아니니깐"
"아아, 그 사람 말이야"
"장군도 백작도 어리석었어. 살아있는 인간의 말을 믿고 힘을 빌려줬을 뿐만 아니라 반대로 이용당해버리다니"
"괜찮아. 장군도 백작도 지금은 요람에서 자고 있을 뿐. 조만간 눈을 뜰 거야"
"물론, 영혼과도 같은 중심핵을 잃지 않는 한 우리들은 불사지. 기껏해야 운 나쁘게 영혼까지 잃은 건 마왕뿐이군"
"그걸 해 낸 것이 이지스와 게이트 키퍼들"
"그러니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나"
"에?"
"이것이 나 나름의 마무리라고, 형제가 운다면 울린 녀석을 혼내 줘야지. 인간계에서 당연한 일이고"
" 우후후후, 그래. 그 말 그대로야. 다신도 상당히 인간을 이해하기 시작했나 봐 “
"고마워, 자 수다 시간은 끝이네. 여러 가지 준비도 있고 하니 슬슬 나가 봐야지 않겠나?"
"알았어. 나는 다 됐어. 오늘 밤 사이에 그를 움직이게 할 테니깐"
"멀지 않겠나?"
"문제없어. 벌써 내 능력이 뭔지 잊어 버렸어?"
"아아, 그랬지. 그럼 나중에 또 보게"
"그것을 마지막 신호로 목소리의 주인 둘 다 사라졌다.
둘이라 칭해야 옳은지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그 둘은 인간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소녀는 유아체형의 대부분을 속이 훤이 보이는  적은, 한결같이 얇은 레이스 같은 옷감의 드레스를, 남자는 갈색의 고풍적인 기품 있고 그윽한 한 벌의 양복을 각자  몸에 걸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겐 유별난 호칭이 있었다.
유령소녀 그리고 사신신사.
  1. 사신의 방문 "그래서 요전번에는 유키노에게 미요랑 잇이랑 같이 고무치기를 알려줬어. 언제나 기모노만 입고 있잖아. 소매가 걸리적 거려서 잘 안 날라 가" 주말, 토요일 밤 7시. 우키야 TBS은 어머니 카즈코 그리고 여동생 사에미와 함께 평소처럼 떠들썩하고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올 봄 이후 인베이더의 활동이 침체화 됨에 따라 우키야는 주말만 현재 살고 이는 다테가미 고교근처의 아파트에서 세타가야 변두리에 있는 자택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오빠가 돌아오는 것이 기쁜지 여동생 사에미는 다음 주제를 찾는 것도 번거로운 듯 계속 나불댄다. "그래서 다음에 내가 커서 못 입게 된 옷을 유키노에게 줄게라고 말했어. 봐, 나 작년보다 키가 5센티나 자랐잖아. 안 맞는 옷도 한가득 있고, 그랬더니 유키노가 갑자기 쓸쓸한 표정을 하고는 ‘사에미는 키가 커져서 좋겠네’하고 말했어" 밥알이 우키야를 노리고 날아온다 우키야는 반사적으로 얼굴을 찌푸린다. "사에미, 이든 저든 간에 먹든지 말하든지 하나만 해" "에이, 괜찬잖아." "사에미, 그것보다" "응?" "유키노랑 자주 놀아?" "응, 대충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유키노는 언제나 갑자기 찾아오니깐, 다음에는 언제 놀러 올 거야 하고 물어봐도 정확하게 대답 안 해주고 어디사는지도 절대 안 가르쳐 준다. 오빠학교 근처라고 알고 있는데,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런 거 물어봐?" "아, 아니. 너랑 놀아서 즐거운 걸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처음에는 약간 무서웠어. 그게 유키노는 기쁜건지 슬플건지 전혀 표현을 안 하잖아. 말도 거의 없고, 하지만 요전에 실뜨기했을 때 내가 서툴러서 실이 엉망진창 헝클어 졌었어. 그랬더니 유키노가 쿡하고 웃었어" "흐-응, 그래" 호죠 유키노, 그녀도 또한 우키야 슌과 마찬가지로 같은 게이트 키퍼다. 하지만 현재를 역행하여 800년 전 옛날, 신상에 닥친 슬픈 사건을 계기로 스스로 시간을 멈추고 말았다. 그 뒤 그녀는 11사의 모습인 채로 고독하게 세상을 계속 살아가고 있다.
    • 유키노, 자신 또래의 친구가 생겨서 정말 다행이야. 됨됨이가 변변치 않은 동생이지만 뭐 유키노도 기뻐하는 것 같고 만사 Ok네. 우키야는 속으로 혼잣말하면서 식탁의 큰 접시에 가득 쌓여있는 튀김으로 젓가락을 가져간다. 그러자, "아아아아아아!" "갑자기 뭐 하는 짓이야" "오빠가 내 튀김 뺏어 먹었다!" "말도 안되는, 뺏어먹었다니. 큰 접시에 쌓여있었으니깐 니꺼 내꺼 없잖아" "안돼. 전부 12개 있었으니깐 한 사람 당 4개씩이야! 오빠 지금 5개째 먹었어!" "아아, 알겠다구. 돌려주면 되잖아. 돌려주면" 아합, 크게 입을 벌려서 씹어 으깬 튀김을 보여준다. "웩! 더러워. 어휴~" "튀김 정도야 얼마든지 있단다. 둘 다 엄마것도 먹으렴" "하지만 그럼 엄마가 불쌍해" "엄마는 괜찮단다. 그것보다 사에미": "응?" "되물림 옷을 유키노에게 준다는 건 미안한 거란다. 다음에 또 같이 놀 때 집으로 되려 오렴. 치수를 재어 엄마가 새 옷을 만들어 주마. 언제나 사에미랑 놀아 주잖니. 그 정도야 선물하고 싶구나" "정말?" "왁, 사에미 또 밥알 튀었어" "으, 정말! 오빠는 일일이 너무 시끄러워!!" 카즈코는 그런 둘의 행동을 보고 호호호하고 웃는다. 기분 탓인지 벽에 걸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진도 어렴풋이 웃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 때, 뜨뜻뜻뜻 하고 미약한 소리가 울렸다. 귀뚜라미 울음소리와 닮았지만 확연히 인공적인 소리다. "이 소리 어디서 나는 거야?" "앗차, 내 시계야" 당황하여 일어나는 우키야. 창가의 앉은뱅이 의자에 놓인 자신의 손목시계를 취한다. "!" 문자판을 본 순간, 우키야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이건?" 명백히 이상했다. 시 분 초를 가리키는 세계의 바늘이 전부 10시를 가르쳐 흡사 바늘이 서로 녹아들어 하나로 된 것처럼 보인다. 그것이 평범한 시계라면 이런 표시는 있을 수 없다.
    • 제 1급 긴급소집이다! 우키야가 가지고 있는 것은 이지스가 지급한 음성통화기능을 가진 특수 손목시계였다. 하지만 지금은 음성호출이 아닌 낮은 전자음과 바늘의 작동만으로 용건을 전하고 있다. 그건 전파방해로 음성통화가 불가능하게 된 경우를 대비한 연락 방법이었다. 강력무별한 전파를 압축해 순간적으로 방출, 그것을 캐치한 손목시계는 미리 정해진 조작으로 주인에게 착신이 온 것을 알려준다. 그것은 현재에도 휴대폰 보다 고풍스러운 삐삐 쪽이 전파가 도달하기 어려운 장소에서라도 확실히 작동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하지만, 이런 기능이 있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지금가지 본 적은 없다. 그렇다. 우키야가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실지로 이 통신수단이 사용 된 건 이지스 극동지부가 설립되어 처음 있는 일이다. 즉 일찍이 없었던 긴급사태가 발생했다는 솔다. "헤에-, 오빠 손목시계 알람기능까지 있어?" 옆에서 동생 사에미가 목을 내밀어 들여다보려고 한다. 우키야는 당황해서 사에미를 제지했다. "너한텐 상관없는 일이야. 보지마!" 날카로운 외마디였다. 사에미는 그 기세에 놀라 한 발짝 뒤로 물러난다. 이윽고 두 눈에 눈물이 맺히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소리지른다. "오빠, 왜 그래! 손목시계 좀 구경하려고 한 것뿐인데 그렇게 화 낼 건 없잖아. 오빠 바보, 멍텅구리" 우키야는 핫하고 제정신으로 돌아온다. 지금까지 없었던 긴급사태 거기에 동요해 보려고 한 여동생에게 결국 심한 말을 해 버렸다. 더욱이 마음 밑 바닥에는 혹시 동생이 보면 사건에 말려드는게 아닐까 하는 연사적인 심정도 있었을 것이다. 우키야는 지금에라도 눈물을 흘릴 듯한 11살의 동생을 보고 허둥지둥 얼버무린다. "미, 미안해. 이 손목시계 친구한테 빌린 거라서, 그래서.. 그러니깐, 아 맞아. 오늘 돌려준다고 약속했어. 그러니깐, 지금 학교로 돌아가야 해" "지금이라니, 이미 밤인걸?" "그래도 사나이끼리의 약속이니깐" "말도 안돼! 나중에 야구판 하자고 했잖아! 오빠가 하고 싶다고 해서 타케시한테서 빌려왔어. 여기 사라지는 마구버전으로!" "미안해" 사과하면서 칭얼거리는 사에미의 머리를 쓰다듬는 우키야. "흥흥흥! 이젠 어린애가 아니라구!" 사에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어딘지 기뻐 보인다. 우키야는 안도의 미소를 짓고 이어서 어머니 카즈코를 마주본다. "엄마, 미안해" "괜찮단다. 친구와 한 소중한 약속이잖니. 다녀오렴" 지구방위기구 이지스의 일원이라는 걸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카즈코는 이럴 때 대단히 너그럽다. 때로 그 너그러움이 우키야의 말을 붙든다. 다시 여기에 돌아올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 하지만 그런 불안과 공포를 극복해가면서 게이트 키퍼즈대의 대장으로서 지금까지 헤쳐 나왔다. 이번에도 반드시 돌아온다. "그럼! 다녀올게!" 대수롭지 않은 한 마디였지만 그 말에는 우키야의 강한 결의가 담겨있다.

    요란한 경보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붉은 비상등이 극동지부 작전 사령실을 마치 카메라 암실 마냥 보이게 한다. “뉴욕 총본부와 통신 회선 두절! 위성회선도 연결이 안됩니다!" "해저 케이블에 의존한 유선통신도 응답 없습니다!" "런던지부, 파리지부와의 통신 연락망도 두절. 응답 없습니다" "모스크바, 캘커타(calcutta : 인도북동아의 공업도시), 북경지부도 동일!" "초 슈퍼 전자두뇌에 기반한 데이터 링크 불능! 비상용 어퍼쳇 접속도 시험해 봤습니다만 각 지부 응답이 없습니다" 줄지어 앉은 여성 오퍼레이터가 차례차례로 보고한다. 어떤 비상사태라도 결코 감정적이 되지 않고 냉정하게 사실만을 보고하게 훈련받은 그녀들이 이 만큼이나 유동 할 줄이야. "사령관님, 이대로라면 극동지부는 완전히 고립돼 버립니다" 오치아이는 불안한 표정으로 뒤에서 기다리는 토키토에게 시선을 돌린다. 그렇다. 모든 지부와 리얼타임으로 연결 된 이지스 독자 통신망이 지금 그야말로 차례차례로 계속 단절되고 있다. 전 세계를 인베이더의 마수에서 지키기 위해 조직된 이지스로서 그것은 눈가리개를 씌우고 귀마개를 쑤셔 박고 두 손 두 발을 속박 당한 상태와 같다. 눈앞에 날붙이를 가진 망나니가 나타나도 태세를 갖추기는커녕 그 존재조차 알아차릴 수 없다. 완전히 기능정지와 대등하다. 작전 사령실중영, 만능전자 스크린에 표시되어 있던 여러 가지 데이터와 영상이 차례차례로 사라져 간다. 곳곳에 생긴 사각의 검은 점덩이들, 마치 불완전한 크로스 워드 퍼즐 같다. "역시 이건 인베이더들이 강렬한 방해 전파를 보내고 있기 때문일까요?" "아니, 해저 케이블을 사용한 유선 통신망조차 두절 된 상태네. 만일의 사태를 고려해 무수히 매설 된 이 케이블들을 동시에 양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일세. 결론은......" "다른 가능성은?" "아니네, 그것보다 게이트 키퍼즈대에게 소집 명령은 내렸나?" "사령관님의 지시대로 제 1급 긴급 소집 콜을, 이 방식이라면 다소 전파 방해가 있더라도 먹힐 겁니다. 단지 지금 우키야 대장은 지방에 있는 집으로... 보고 중에, 크로스 워드 퍼즐의 검은 점 덩어리가 스크린 전체를 먹어치운다. 그리고 죄다 사라져 버렸다. 만능전자 스크린은 숫자 하나조차 비추지 못하는 단순한 새카만 벽이 되었다. 외부에서 오는 온갖 데이터가 두절 된 것이다. "큭......." 역전의 토키토도 목구멍에서 난감한 목소리를 쥐어짜낸다. "총 본부 및 각 지부와의 통신망이 완전히 두절되었습니다" 오퍼레이터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고했다. 침묵이 작전 사령실을 지배한다. 잠시 동안 어느 누구도 입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 때, 따르르릉, 따르르릉 미약한 소리가 침묵을 부수었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무신 일인가?" 오퍼레이터 한 명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뒤돌아본다. "그, 그게 믿지 못할 일이지만 여기 작전 사령실에 그...... 전화가" "전화!?" "예, 민간용 통상 회선으로 국제 전화가 와 있습니다" 의외의 맹점이었다. 분명 이지스 비밀 통신망은 두절 된 상태이지만 통상 전화선을 경유해서 도달 할 수 있는 신호는 아직 살아있다. 허나 설령 선로가 할당 되어있어도 일반시민은 그 존재조차 모르는 지구방위 기구 이지스의 ‘전화번호’를 아는 자란? "어디에서 걸려온 전환가?" "뉴욕에서 걸려 왔습니다" "서둘러서 연결 해주게! 음성은 스피커 출력으로!" "하, 하지만 도청 방지 처리도, 무한 암호 회선도 거치지 않은 일반 통화 선로입니다. 규정에 위반됩니다" "상관없네! 어서!" "예!" 이윽고 작전 사령실에 뿌옇고 탁한 노이즈가 들린다. 이어서 끊길 듯 말 듯 남자의 음성이 들려온다. "이지스 극동지부 들립니까?” 상대방은 런던지부 소속이며 길게 유격부대로서 전 세계를 전전긍긍해 온 음속의 게이트 키퍼 짐․스카이․락이었다. "이 목소리는 토키토 사령관님이군요" "짐군, 현 실태를 들려주게. 도대체 뉴욕 총본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겐가?" "분합니다.............. 했지만........... 간부가"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성에 사포 두 개를 맞 비빈듯한 잡음이 뒤섞인다. 통신 노이즈다. 회선이 안정적이지 않은 듯하다. "짐군, 왜 그러나?" "총본부는......... 완전히........ 이제부터............ 돌입........... 쥰과 미사오도.................. 입니다만.......... 총본부는......... 이미........ 인베이더를......." 사포질 소리가 배로 증가한다. 거기에 따라 짐의 목소리도 서서히 알아듣기 힘들게 되었다. "짐군! 인베이더가 어떻단 말인가? 뉴욕 총본부는? 이지스 총사령관은 뭘!?" "그 쪽도...... 조심하십시오" 삑, 거기서 말이 끊겼다. 동시에 노이즈도 사라졌다. 치직- 치직- 치직- 다음에는 무자비한 신호음만이 남았다. "짐씨가 보내 온 메시지는 무슨 뜻일까요?" 오치아이가 묻는다. 토키토는 어렴풋이 눈을 가늘게 뜨고 대답했다. "확신이 선 건 한가지 있네. 총본부를 비롯해 이지스 각 지부와 연락이 불가능하게 된 것은 통신망 두절이 원인이 아니네" "그럼, 뭐죠?" "간단하네. 총본부를 비롯 각 국의 지부가 적의 손에 함락된 거지" "그럴리가,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아무리 그래도 전 세계에 존재하는 이지스 지부가 동시에, 거기다 뉴욕 총본부는 극동지부 정도는 비교도 안되는 엄중한 경비체제가 되어 있을 겁니다. 그런데........" "허나, 다리 설명 할 방도가 없네. 그 이외의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었네만 지금 짐군의 메시지를 듣고 확신이 섰어. 이것은 인베이더의 대규모 반항 작적이지" "가령 그렇다고 해도 최신병기로 무장한 각 국의 지부를 거의 동시에 제압하다니 아무리 그래도 무리입니다. 게이트 키퍼도 각 지부에 한 명은 배속되어 있는데..........." 토키토는 묵묵부답이다. 단지 말 없이 팔짱을 끼고 있다. 그 때 였다. "사령관님 무슨 일이죠?" 작전 사령실 안 쪽, 게이트 키퍼즈대 전용 엘리베이터에서 이쿠사와 루리코가 나타난다. 아까 발령한 비밀 소집 콜을 받아 이 극동 지부에 달려 온 것이다. "이쿠사와 대원!" 오치아이의 표정이 환희 밝아진다. 아직 전원집합 한 건 아니지만 대 인베이더 킬러인 게이트 키퍼가 달려와 준 것만으로도 불안감이 다소 누그러진 모양이다. "잘 와주었네. 이쿠사와군. 이어서 우키야군, 코노에군, 반쵸군도 곧 도착할 걸세. 그 전에 상황을 간단히 설명 해 두지. 바로 방금 전 이지스 뉴욕 총본부와 통신이 두절되었네" "총본부가?" "아직 추측의 범위에 지나지 않네만 아마 뉴욕 총본부는......" 방금 전 오치아이에게 설명한 추측을 말하기 시작했다. 딱 그 순간, 삐- 삐- 삐- 하고 미약한 전자음이 난다. 외부에서 온 통신이 아니다. 극동 지부내에서만 통하는 비상통화 장치다. 스피커에서 목소리l가 흘러나온다. "여긴 발진기관실, 사령실 들립니까?" "토키토다. 무슨 일인가?" "핫, 정체는 불명이지만 어떤 자가 지상 제 5 발진구에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제 5발진구, 그곳은 장갑 버스등 대형 차량이 발진하기 위한 장소다. 대형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극동지부에서 지상으로 이어지고 다테가미 고등학교의 체육관이 미끄러져서 극비인 발진구가 열리는 방식이다. 즉 대원의 보고에 따르면 다테가미 고등학교 체육관에 누군가가 접근해오고 있다로 요약이 된다. 학교 체육관에 누군가 접근 해 와도 그 자체는 그다지 이상한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감시 카메라를 통해 확인 중입니다만 다테가미 학생도 교사도 아니고, 또한 근처 주민도 아닌 듯합니다. 어떻게 합니까? " 그렇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거기다 뉴욕 총본부와의 연락이 두절되었다. 이 긴급사태 하에 있어서, 어쩌면, "서둘러서 확인을!"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아니, 적외선 파일로 어떻게든 확인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양복 차림의 남성 같습니다. 괴전파는 발생하고 있지 않습니다. 인베이더는 아닌 것 같습니다" 별안간 말이 끊겼다. 더욱 세세히 확인 중인 것일까. 토키토 이하 작전사령실에 있던 사람들은 다음 말을 가만히 기다린다. 허나 언제까지나 시간이 지나도 다음보고는 없었다. 기다리다 지친 여성 오퍼레이터 한 명이 콘솔 앞 마이크에 대고 말을 한다. "발진 기관실 무슨 일입니까? 다음보고를 하십시오" "우..........아아....... 어떻게....... 이런.........?" "안 들립니다. 왜 그러십니까?" "이상해.... 몸 속의 힘이....... 다른 동료들도....... 모두......" 이상한 메아리를 동반한 목소리였다. 말이 끊길 듯 말 듯 한 것은 회선 불량이 아니다. 설혹 마당을 뺑뺑이 돈 개 마냥 거친 심호흡, 그렇다. 그 대원의 부자연스럽게 격한 호흡 탓에 말이 끊긴거다. "모두가...." 그것으로 끝이었다. 통신 자체는 끊이지 않았다. 실지로 마이크는 살아있으며 약한 기재 작동음이 들려오고 있다. 그럼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사령관님 발진 기재실에 다녀오겠습니다" 이쿠사와 루리코의 행동은 재빨랐다. 대퇴부에 감춰둔 홀더에서 접이식 활을 보낸다. 이지스 개발부가 그녀 전용장비로서 준비한 슈퍼 활이다. 본래는 공격능력이 없는 ‘생명의 게이트’의 에너지를 화살 에 축적해서 명중함과 동시에 개방시켜 대 인베이더용 병기로 완성한 것이다.

    • 우키야 군도, 카오루도, 반쵸도 없어. 지금은 내가 힘내야해 ! 루리코는 속으로 혼잣말하고 밖으로 통하는 해치로 향하려고 한다. 하지만, "가선 안돼네!" 별안간 토키토가 언성을 높여다. 루리코는 투명로프에 포박된 듯이 탁 멈춰선다. 왜 그러시죠? 하고 묻을 틈도 없이 토키토는 말을 계속했다. "최종 전투 체제!" 그 외마디에 작전사령실에 있던 사람들은 놀라서 서로 얼굴을 쳐다본다. "지금부터 이지스 극동지부는 외부와의 통신두절 및 장기 농성전을 가정한 최종전투 체제로 변경한다. 전 대원 및 작업원은 지정 된 대피소로 신속히 이동. 이동이 끝난 뒤 격벽 일부를 제외하고 긴급폐쇄. 이건 훈련이 아니네" "사령관님 무슨 일이죠!?" 루리코가 토키토를 다그친다. 최종 전투 체제. 그건 지상에서 전면 핵전쟁이 일어났을 때를 가정한 바로 최악 최후의 경계 체제를 뜻한다. "핵전쟁이 일어난 게 아니에요! 만약 인베이더가 침입했다고 해도 간부급이 아니라면 내 슈퍼 활로도 충분히 맞설수 있을 겁니다!" "아니, 소용없어" "왜죠? : "자넬 위험에 빠트릴 순 없네. 앞으로 자네의 능력이 최대한 필요할 걸세. 그래, 핵 병기보다 위험한 녀석이 나타난 이상!" "녀석?" "전부 알았어. 역시 통신 회선의 이상이 아니야. 뉴욕 총본부도 전 세계에 존재하는 각 지부도 녀석의 능력으로 괴멸 된 걸세. 인베이더 간부 중에서 가장 두렵고 가장 위험한 존재, 녀석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 거라면 틀림없어" "잠깐만요, 사령관님. 그런 힘을 가진 간부란 누구죠!?" "자네도 존재만은 알고 있겠지. 암호명 사신신사, 녀석이 이 이지스 극동지부에 찾아 온 걸세"


7. 죽음과의 해후

세타가와 변두리에 있는 우키야 슌의 집에서 목적지인 다테가미 고등학교까지는 직선 거리로 약 15Km거리다. 자동차를 타든 지하철을 타든 족히 30분 이상은 걸린다. 하지만 우키야 슌은 불과 10분 남짓만에 다테가미 고등학교로 내달렸다.

- 택시 운전기사 아저씨에게 몹쓸 짓을 하고 말았군.
집을 뛰쳐나와 택시를 잡고 자신의 능력, 질풍의 게이트를 열어 대기의 흐름을 제어해 택시를 도로를 질주하는 탄환으로 바꿔버렸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영문을 모르는 운전수는 눈을 희번덕거리더니 끝내 실신하고 말았다.
애시당초 일반도로를 약 시속 300km의 맹 스피드로 빠져나갔다. 능숙히 질풍의 게이트를 콘트롤해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주변의 차들에게 상당한 피해가 갔을 것이다. 그러나,
- 제 1급 긴급 소집,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우키야는 애써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테가미 고등학교 정문 쪽으로 달려간다.
정문은 높이 약 2m의 철제 격자문으로 닫혀 있었다. 하지만 얍하고 가벼운 기합소리와 함께 펄쩍 뛰어 넘는다. 운동신경 발군, 또 질풍의 게이트 술자인 우키야라면 당연한 일이다.
- 여기서 가장 가까운 긴급용 엘리베이터라면 중정 화단 근처로군
다테가미 고등학교 곳곳에는 이지스 대원만이 아는 극동지부로 통하는 비밀입구가 몇 곳인가 설치 되어있다. 중정 화단은 그 중의 하나였다.
"선배님!"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척하면 삼천리다. 코노에 카오루
"기다리세요. 저도 막 왔어요!"
허둥지둥 뛰쳐나온 것일까. 얇은 티 셔츠 차림의 카오루는 고무샌들을 신고 있었다.
"그런데 카오루, 이 뒤의 기숙사에 살고 있지 않았어?"
"때 마침 목욕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손목시계의 알람 소리를 못 들었어요"
"그래......"
우키야는 속으로 혀를 찼다.
늦은 카오루에게 화가 난 것이 아니다. 인베이더의 활동이 침체화 되어 완전히 평화무드에 젖어 있던 자신에게 화가 난 것이다. 격결한 전투를 벌였던 때라면 주말이라도 집에 못 돌아갔었고 카오루도 손목시계를 찬 채로 목욕을 했을 것이다.
"남은 건 루릿페와 반쵸로군"
"이쿠사와 선배님은 어딨는지 모르겠지만 반쵸는 하치만 아저씨가 일 문제로 도쿄로 올라와서 만나러 간다고 했었으니깐 어쩌면 아직 안 왔을지도 몰라요"
"젠장, 왜 이지경이 된거지!"
"죄송해요..... 선배님......"
"아니, 카오루가 사과 할 일이 아니야"
둘은 중정 화단으로 뛰어가면서 얘기를 계속한다.
"게이트 키퍼즈대의 대장이면서 나 자신이 늦었으니깐 결코 카오루와 반쵸를 책망하게 못 해"
"그래도............"
드디어 둘은 중정 화단 앞에 도달했다.
"어쨌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다. 서두르자"
우키야는 그리 말하고 화단 구석에 꽂혀 있는 ‘아네모네(식물)’라 적힌 작은 팻말을 돌렸다. 언뜻 보기에는 별 반 차이 없는 꽃 이름을 나타내는 팻말이지만, 그것이야말로 비밀 출입구의 작동 스위치다.
희미하게 모터의 구동음이 퍼지고 화단의 일부가 좌우로 미끄러진다. 지하로 통하는 비밀통로가 드러났다. 이윽고   콰당하는 짧은 소리와 함께 차츰 엘리베이터가 올라온다.
거기에 타면 지하에 건설된 극동지부로 곧장 갈 수 있다.
"!"
카오루가 숨을 삼켰다.
올라 온 금속제 엘리베이터, 
그 안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기 때문이다.
쓰러져 있는
그것은, 
인간.
"메가네!?"
우키야가 소리쳤다.
엘리베이터에 옆으로 누워있는 사람은 이지스 정비반의 반장이며 또한 우키야 슌을 서포트하는 수송부대의 전임 파일럿. 메가네라는 애칭을 가진 메구로 카네타케였다.
"메가네 어떻게 된 거야? 얌마!?"
쓰러져 있는 메가네를 끌어앉는 우키야. 카오루도 불안한 듯 들여다본다.
"으........... 만나서......... 잘됐슴다.... 우키야 스엔베님......"
메가네는 힘들게 말을 토해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우키야는 말을 걸면서 앉고 있는 메가네의 몸을 대충 훑어본다. 특별한 외상은 없다.
껴입은 정비반의 작업복에도 보통 때처럼 오일 얼룩이 묻어 있을 뿐 외견상으론 특이사항은 보이지 않는다.
"사령관님의 명령을 받고....... 반드시 전해야 할 메시지가 있어서........ 여기까지 필사적으로 왔슴다. 하지만... 이미 동료 대부분이......"
메가네는 숨도 헐떡거린다. 세찬 숨을 내쉬며 목소리가 쉰 탓에 그 말은 끊길 듯 한다.
"됐어. 메가네도 아무 말 하지마!"
"그래. 안색도 새파랗잖아!"
우키야와 카오루의 비통한 외침이 겹쳤다.
외상은 없다. 하지만 메가네의 육체가 완전히 쇠약해졌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 이상 계속 얘기하면 생명에 지장이 있을지도 모른다. 둘이 그 정도로 느낄 정도다.
"기다려. 곧장 병원으로 데려다 줄게"
"그 전에 반드시 전해야만 할 말이 있슴다"
"메가네, 뭐야?"
"사령관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슴다. 뉴욕 총본부를 비롯해 전 지부가 녀석에게 괴멸되었다. 극동지부도 시간 문제다. 남은 게이트 키퍼즈 대 멤버는 신속히 후퇴. 세계 각지에 존재하는 이지스 멤버와 서로 연락을 취해....... 다시 재정비   하라고...."
"말도 안되는 소릴! 극동지부를 못 본 채 하라는 거야!? 가능할 리가 없잖아"
"맞아. 그리고 전 지부가 괴멸당했다니,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카오루는 말을 이을려고 했지만 사력을 다해 뭔가를 전달하려는 메가네의 기운에 눌려 버렸다.
"이쿠사와 선배가..... 생명의 게이트를 사용해 모두를 치료하고 있지만.... 전혀 따라가지 못 함다. 눈을, 녀석의 눈을 본 것만으로..... 모두....... 간접적으로 모니터를 본 것만으로도... 이미...."
"아까부터 말하던 그 놈이란 누구야? 인베이더야!?" 
"저도 사령관님께 이름만 들었슴다....... 사신... 신사..... 라고" 
"사신신사라고!?"
우키야의 몸이 굳어버렸다.
두눈을 크게 뜨고 마치 비디오 데크의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듯이 메가네를 앉은 채 미동도 하지 않는다.
아니, 
희미하게 입 주위만이 움직인다.
"녀석이 이 극동지부에"
"우키야 선배님? 왜 그러세요?"
카오루의 추궁도 들리지 않는 듯 하다. 메가네를 지탱하는 손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다.
"우........"
메가네가 신음 소리를 냈다. 이어서 양손 양발을 털썩하고 
"설마, 메가네!?"
기겁한 카오루의 고함 소리.
"정신차려! 거짓말이지!"
그 고함 소리에 깜짝하고 반응하여 멎어있던 우키야의 시계가 돌기 시작했다.
"아니야"
애써 냉정함이 섞인 언조로 카오루를 제지한다. 그리고 메가네의 왼쪽 가슴에 귀를 갖다대었다.
"괜찮아. 아직 숨을 쉬고 있어. 탈진했으면서 무리하게 계속 말을 해서 일시적인 쇼크증상이 일어났어"
"다행이다" 
"하지만 이대로 방치하면 정말 위험해. 어서 병원으로 옮겨야 돼"
"그것도 그렇지만 방금 메가네군이 한 얘기......"
"알고있어. 하지만, 지금은........"
"!"
"!"
코노에 카오루와 우키야 슌 둘 다 거의 동시에 반응했다.
고개를 들어 긴장감을 띤 시선을 좌우로 돌린다.
소리를 들은 것이 아니다.
물론 누군가 알려 준 것도 아니다.
직감.
숱한 전쟁터를 헤쳐나 온 게이트 키퍼로서 갈고 닦은 직감이 그들에게 닥쳐오는 위험을 알린 것이다.
"이런 때에....."
"예.........."
불빛이 거의 없는 새카만 교정.
거기에, 
어느 사이엔가,
수십, 아니 수백의 그림자.
그림자는 커다란 원을 만들어 우키야와 카오루를 빙 에워싸고 있었다.
"아마 기습 공격이라도 할 작정이었겠지만"
"운이 나쁘군요"
"그래, 그래도 메가네가 준 정보는 사실 같군"
그들을 둘러싼 그림자의 정체, 그것은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인간이 아니었다.
전신을 감싼 검은 양복, 동일한 큰 모자에 차양을 가진 중절모, 전원 손에는 정사각형 소형 가방을 가지고 있다. 얼굴은 새하얗고 밤인데도 칠흑 빛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인베이더 선병, 가장 저급한 전투요원인 ‘검은 양복’이다.
그렇다. 우키야와 카오루는 무수한 인베이더에게 포위당했다.
"카오루, 잘 들어"
메가네를 감싼 채 카오루에게 귓속말한다.
"공동전선이군요"
"아니, 틀렸어"
"예?"
"검은 양복을 상대하는 시간도 아까워. 카오루는 메가네를 업고 곧장 병원으로 가. 뒤는 내가 맡겠어"
그 말은 카오루가 예상도 못한 것이었다.
"농담하지 마세요. 저와 위야 선배가 팀을 짜면 100개체든 200개체든 검은 양복쯤 간단히 제압 할 수 있어요! 그 다음엔 극동지부로 내려가서 이쿠사와 선배의 생명의 게이트를 사용해 메가네군을 치료하면 끝나잖아요!?"
확실히 단계적으로 옳다.
우키야도 메가네의 마지막 말을 듣지 않았다면 같은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카오루 옥신각신 할 시간은 없어. 여긴 나 혼자 싸우겠어. 녀석들을 처치한 뒤 지하로 내려가 내가 이 눈으로 사태를 파악하고 오겠어. 그러니 지금은 한시라도 바삐 메가네를, 신체능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키는 박격의 게이트 키퍼인  카오루라면 가능해. 그래서 부탁하는 거야. 메가네를 업고 이 포위망을 돌파해 놀라운 스피드로 가까운 응급병원에   달려가는 거야"
"그래도!"
"메가네를 죽게 내버려 둘 셈이야?"
이러는 동안에도 검은 양복들은 한 발 한 발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다.
선두 한 명이 중얼거린다.
"목표 확인. 에너지 종류별 종합. 질풍 및 박격의 게이트 키퍼라 확인 위험도 상승. 공격태세로 전환"
그 말을 신호로 검은 양복의 손에 있던 정사각형 가방이 복잡한 퍼즐 맞추기처럼 차캉차캉하고 변형해서 삽시간에 총기로 형태가 바뀌었다. 압축된 중력파를 뿜어내는 반중력건이다.
"카오루. 제발 부탁할게!"
"그래도......"
"좋아, 그럼 알겠어. 게이트 키퍼즈대 대장으로서 명한다"
"비겁해요!!"
"비겁이고 나발이고 없어. 정말로 녀석이, 사신신사가 이 극동지부에 나타났다고 하면....."
"그러니깐 그 뭐시기 신사란 어떤 놈이냐구요!?"
"그건......."
우키야는 머뭇거린다.
카오루 조차 모르는 인베이더 간부의 신원을 그는 알고 있었다.
지금을 거슬러 열 달 전, 우키야 슌이 게이트 키퍼즈대 대장으로 임명되었을 때 다.

"우키야군, 이지스에 입대하고 나서 대충 시간이 지났으니깐 우선 대장이라고 소리 치려면 이 정도 자료쯤 전부 읽어주셔야겠어"

극동지부 사령실, 거기서 선배 행세하는 이쿠사와 루리코는 우키야 슌에게 산더미처럼 쌓인 파일더미를 떠 넘겼다.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이만한 자료를 전부 읽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읽어야 돼. 나는 암기 할 정도로 읽었다구"
"농담은 그만 두리꼬씨"
"누가 두리꼬야! 당연한 거 아냐!"
"헤에, 그럼 말이지. 그러니깐....... 예를 들면 미확인 인베이더간부에 관한 분석과 고찰, 무슨 내용이었는지 말할 수 있겠지?"
" 물-론-, 잘 들어. 음~ 즉, 과거 자료들에서 추측하기론 지금까지 정식으로 확인 된 톱 클래스 인베이더. 즉, 간부  외에도 몇 개체 정도 그들에게 필적할 만한 능력을 가진 존재가 예측된다. 이것을 총칭해서 미확인 간부라 칭한다. 현재 미확인 간부는 3개체, 그들을 임시로 무한마수, 유령소녀, 사신신사라 명명한다 “
"오, 정답. 그 다음은?"
루리코는 그들 3개체의 능력에 관한 분석과 여태까지의 목격사례 등을 막힘 없이 마치 막 외운 영단어 스펠링을   되 뇌이듯이 술술 말한다. 그 때마다 우키야는 응응하고 맞장구치고 루리코의 말을 재촉했다.
"과연, 요약하면 지금은 8개체의 간부가 있지만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자세히 모른다로군"
"빙고"
"그러면 말이야. 다음은 세계 각지에 걸친 인베이더 발생 횟수의 추이. 이 내용은 기억하고 있을란가?"
".........응?"
"엥?"
"으윽, 우키야군 혹시 읽기 귀찮으니깐 나한테 요약된 걸들을 속셈아냐?"
"아햏햏햏햏. 안 찾으셨다구요? 안 찾으셨다구요? 이거 참 실례 많았습니다!"
"야! 그런 싯껄렁한 광고 흉내내서 얼렁뚱땅 넘길 생각일랑 하지마. 그래서 대장직을 역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으- 정말 대장 투표에서 네게 투표한 내 기분도 헤아려 달라구!"
그렇다. 이제껏 이지스가 전투를 전개한 기계장군이나 악마백작, 그리고 차원마왕 이외에도 아직 정식으로 확인되지 않은 간부같은 존재가 있는 것을, 그 과거의 목격담을 토대로 추정되는 능력을 그때 루리코에게 들었다. 그렇기에, 우키야는 초조해 진 것이다. 미확인 간부 중에서 가장 위험한 능력을 가졌다고 알려진 사신신사. 그 녀석이 진짜로 나타난 거라면, "카오루! 설명 할 시간 없어" 우키야는 카오루의 어깨를 부여잡는다. "어쨌든 지금은 이게 최고의 처신이야. 검은 양복과 싸우는 한 창 기절한 메가네가 빗발탄에 맞을 가능성도 있어. 어차피 싸울 수 있는 건 우리 둘밖에 없어. 그러니," 부우우우우우. 이제 시간이 없다. 짧고 단속적인, 벌이 날개짓 하는 소리가 증대하고 인베이더들이 가진 반중력 건에 빛이 집중된다. 발사 직전이다. "여긴 내가 처리할게! 제발, 카오루!" "알겠........" 말이 끝나기 전 별개의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온다. 두텁고 낮은, 곰이 으으렁거리는 듯한 목소리. "그 말 그대로 인기라! 여기는 나가 처리 할 텐게!" 또각 - 속 시원한 왜나막신 소리가 울렸다. 다테가미 고교의 정문, 그 문신주 위에 선 인영(人影) "반쵸!?" "당근이제! 반쵸 죠타로 요기 등장!" 그림자는 틀림없는 뒤늦게 달려온 반쵸였다.
카오루 공주는 우키야 대장의 명령대로 메가네를 병원으로! 대장은 얼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는 겨! “ 정문과 화단 사이의 교정, 그 거리에 주눅들지 않으려고 우렁찬 목소리를 내는 반쵸. 거기에 질세라 우키야도 큰 목소리로 답한다. "반쵸, 자신 있어?" "이 몸을 뉘시라고 보는 겨! 보거레이! 경천동지(驚天動地:세상을 크게 놀라게 함)! 작렬분쇄! 명량쾌활! 불고기 정식! 완전무결한 분쇄 게이트의 위력을- ) 반쵸는 투지를 담아서 오른팔을 전방으로 내민다. "게- 이- 트- 오- 픈- !" 그 곳에 빛의 원이 나타났다. 분쇄의 게이트다. "고에너지 반응 확인. 분쇄의 게이트일 확률 97% 위험도 증대! 공격 목표 변경. 공격 목표 변경" "늦었데이이이이이!" 게이트를 펼친 채 전신주에서 뛰어내리는 반쵸. 왜나막신의 소리를 품나게 울리며 노도의 태세로 검은 양복 무리로 돌진한다. "즉시 공격을......" 두둣! 말을 마칠 새도 없었다. 게이트에서 뿜어져 나온 충격파가 명령을 내리고 있던 선두의 검은 양복과 뒤의 수 개체를 한데 모아 아작낸다. 일 순, 불과 한 순간에 검은 양복은 모래먼지처럼 무너져 내리고 연두색의 결정을 남긴 채 사라졌다. "카오루 공주! 지금이여라!" 반쵸의 단호한 억양에 압도되어 카오루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아........ 료-카이, 이지스" 그 다음 행동은 전광석화였다. 메가네를 등에 업고 박격의 게이트를 오픈, 두발에 힘을 싣고 단 숨에 높이뛰기. 겨우 한 번의 도약으로 검은 양복들의 머리 위를 넘어 방금 전까지 반쵸가 서 있던 정문 위에 착지했다. 거리 약 100M이상. 이것이야말로 어마어마한 박격의 게이트의 파워.

"목표B. 박격의 게이트 키퍼. 도주 시퀀스로 이행. 공격하라. 도주를 저지하라"

아까 반쵸가 스러트렸던 검은 양복과는 다른 별 개체가 명령을 내린다.

슥, 메스꺼울 정도로 똑같은 타이밍, 똑같은 동작으로 검은 양복의 무리가 일제히 메가네를 업은 카오루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검게 빛나는 반중력 건 총신. 하지만,

"니 놈들은 나가 상대해 줄텐께!"

반쵸의 쾌속진격은 멈추지 않는다. 다시 게이트를 열어 섀도우 복싱 마냥 그 주먹을 연속해서 계속 휘두른다. 하지만,
섀도우 복싱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그 전방에 늘어선 검은 양복들이 차례차례로 분쇄되어 가는 것일 것이다.
"가, 가랑께. 카오루 공주!"
"반쵸!?"
"와!?"
"조심해!"
카오루는 그 말만을 남기고 다시 높이뛰기. 다테가미 고교의 전신주를 뛰어넘어 밤거리로 사라졌다.
"응, 이걸로 됐다!"
카오루가 사라진 방향을 쳐다보는 반쵸, 거기에 한 순간의 빈틈이 생겼다.
"일제 공격개시!"
검은 양복들이 반쵸에게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우오오오오오!?"
아니다.
퍼 부을 수 없었다.
"진공! 미사일~"
복수의 대기 탄환이 개별적으로 목표를 포착. 유도 미사일처럼 반쵸를 겨냥한 검은 양복들을 꿰 찌른다.
"우오오오오!"
물론 누가 쏜 건지 명확하다.
"우키야, 뭐하는 기고. 여긴 내한테 맡기라고 했제! 이 자슥들을 족치고 난 다음 나도 따라 갈텐께!"
"반쵸, 미안. 뒤를 부탁할게!"
간발의 차로 반쵸를 구한 우키야는 바로 지금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로 점프해서 착지한 상태였다.
"질풍의 게이트 키퍼, 지하로 이동개시. 저지하라. 집중공격해서 이를 저지하라"
그러나 간발의 차이로 늦었다. 검은 양복들은 반중력건을 쏘아댔지만 엘리베이터는 이미 지하로 셔터를 내린 뒤였다. 
가공할 연속 폭발은 봄 화초가 가득 핀 화단을 날려버리고 교사의 일부에 흔적을 남겼을 뿐이었다.
"안돼제! 소중하고도 소중한 학교 비품을 망가트리는 녀석은 이 몸께서 때치 해 줄껴!"
돌진하는 반쵸. 반중력건을 내뿜었던 한 떼의 검은 양복을 분쇄 게이트를 사용해 일망타진한다.
"질풍 및 박격, 목표 두 개체가 전선을 이탈. 위험도 감소. 목표를 분쇄 게이트 키퍼로만 한정. 집중 공격 태세.
"호오?"
남은 검은 양복들은 반쵸를 둘러싸는 형태로 포진을 다시 짠다. 포위망은 이중 삼중으로 겹쳐 대충 살펴 본 수만 해도 이백 이상. 이제까지 쓰러트린 적은 그 대집단의 일부분일 뿐이다.
교정에 만들어진 검은 양복들의 대형 원.
반쵸는 혀로 입술을 핥으며 중얼거린다.
"마치 운동회 때의 포크 댄스로구만잉!"
그리고 껴입은 교복 소매를 접어 올렸다.
"좋제. 이 반쵸님과 가장먼저 난리 부르스 치고 싶은 녀석은 뉘여!? ‘
모두 다 였다.
반쵸를 에워싼 검은 양복들은 일제히 반중력건을 쏘았다.
  1. 절망의 늪에 다른 시각, 이지스 작전 사령실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해다. 아니, 전쟁터라기 보다 야전 병원일까. "으......... 아아아............ 아..........." "부탁해. 숨을 쉬는 것도 이제......" "녀석의 눈을..... 감시 모니터로 본 것뿐인데......." "추워, 안돼. 이 딴 모포 갖곤 추워.......... 아아아"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는 사람은 여러 부서에서 운반 된 이지스 대원들이다. 이미 비상용 모포수도 다 떨어져 바닥에 그대로 뉘워 놓은 대원들도 만다. 모두 일제히 창백한 얼굴을 하고 부들부들 계속 떨고 있다. "이 사람에게 링겔을, 어서" "모포수가 부족합니다" "큰일났습니다. 응급팩은 이걸로 바닥났습니다" 대원들이 누워있는 사령실이 야전병원이라면 그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여성 오퍼레이터들은 종군간호사일까. 모포와 남은 비상용 의약품들을 양손에 감싸고 숨가쁘게 분주히 일한다. 그런 작전사령실 구석, 희미한 유백색 빛이 피어난다. "생명의 빛......." 이쿠사와 루리코가 펼친 생명의 게이트의 빛이었다. "우....... 아아........" 눈앞에 가로 누워있는 대원의 얼굴에 희미한 붉은 기색이 감돈다. 이윽고 끊길 것 같던 호흡도 진정되기 시작했다. 번민의 목소리는 천천히 차분한 쉼 호흡 소리로 바뀌어간다. "이제 괜찮아요. 다음 사람" 루리코는 이마에 맺힌 대량의 땀을 닦는다. "이젠 무리에요. 이쿠사와씨, 계속해서 게이트를 열고 있잖아요. 이제 조금 쉬세요" 옆에서 대기하던 오치아이가 말을 건다. "아니에요. 이대로 방치하면 확실히 사망자가 늘어 날 거에요" 둘은 사령실을 둘러보았다. 끝에서 끝까지, 지금에라도 숨이 멎을 것 같은 대원들로 북적이고 있다. 여기저기서 고통에 찬 신음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제 체력이 남아 있는 한은, 이 생명의 게이트를 열 수 있는 한은" "그래도......." "그것보다 사령관님은 아직 안 오셨나요?" "아, 예" 질문 받은 오치아이는 비통한 듯이 눈을 내리떴다. "이곳 극동지부는 핵전쟁을 상정한 최후 전투 체제를 가동 중입니다. 극히 제한 된 일부 통로만을 오갈 수 있어요. 생존자 모두를 찾는 일도 힘들거에요" 사신신사의 침입을 감지한 토키토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기 위해 최후 전투체제를 발령. 그 후 혼자라도 많은 생존자를 찾기 위해 남은 부원들과 함께 작전 사령실을 이탈한 것이었다. "그리고........" 루리코가 중얼거렸다. 오치아이는 되물었다. "무슨 일이죠?" "메가네군, 무사히 우키야군을 만났을까요? 제 22 플루어를 통과한 시점부터 연락이 끊겨 버린 것 같던데 ......." "분명히 잘 됐을 거에요" 미소를 보여주며 대답하는 오치아이였지만 어딘가 자기 자신을 납득시키려는 것처럼 들렸다. "분명히 지상에 도착해서 사령관님의 메시지를 전했을 거 에요" "분명 그렇겠죠" 긍정의 표시를 표한 뒤 루리코는 말을 잇는다. "단지 우키야군은 명령위반 상습범이니깐....." "예?" "사령관님은 퇴각하라고 했는데 울적해서 우리들을 구하러 올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 말을 들은 오치아이는 복잡한 표정을 떠올렸다. 심적으로는 그러길 바란다. 이대로 농성을 계속해도 언젠가는 사신신사에게 짓밟혀 살아남은 대원들에게 피할 방도 없는 죽음의 재난이 찾아 올 것이다. 그것은 곧 닥쳐오는 확정된 미래다. 하지만 극동지부 사령장관 비서로서는 게이트 키퍼즈대 한사람 한사람이 한층 앞을 내다 본 최후 명령에 따라 주길 바란다. 루리코는 대답에 막힌 오치아이를 보고 당황해서 말을 계속한다. "죄송해요. 아닐 거에요. 우키야군도 대장으로서 전보다 더욱더 성장했을테고....." 말하고 나서 돌연 루리코는 어렸을 적 우키야의 웃는 얼굴을 상기한다. "미라클 가면 등장 “ "예? 뭐라고 하셨죠?" "아, 나요. 그것보다 아직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에요. 오치아이씨 이 작전사령실은 수많은 격벽 내부의 내부에 있어요. 그 사이 포기하고 어딘가로 물러나 버릴지도 몰라요" "맞아요, 그럴거에요. 역시 이쿠사와 대원이에요" 현실도피 일지도 모른다. 있을리 만무한 가능성을 논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둘은 서로에게 미소로 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쿠사와 대원, 피곤할 텐데 죄송해요! 아까 전 운반 된 대원들 중에 상당히 위험한 상태에 있는 사람이 몇 명 있어요 !" 대리 간호사를 맡은 여성 오퍼레이터 한 명이 루리코에게 말을 걸었다. "알겠어요" 루리코는 말리려드는 오치아이에게 ‘끄덕없어요’라고 가벼운 제스쳐를 취한 뒤 오퍼레이터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탁, 걷고 있는 와중에 뭔가가 왼발에 부딪혔다. 단단하고 부드러운 감촉. 슥 내려다본다. 그것은 처방한 보람도 없이 숨이 끊어진 아직 20대 전반의 젊은 대원이었다. "!" 무심코 숨을 삼키는 루리코. 게이트를 너무 많이 연 피로도 겹쳐 훌쩍 현기증이 몰려온다. 발 밑이 휘청거려 그 장소에 주저앉을 뻔 했다. 그러나,

- 정신차려. 루리코 너라면 할 수 있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지금은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을 구할 생각을 해야해. 그래, 코흘리개 루릿페가 아니야. 생명의 게이트 키퍼 이쿠사와 루리코다 “

루리코는 견뎠다.
벋디디어 양발에 꾹 힘을 넣는다. 그리고 당찬 발걸음으로 그녀를 기다리는 사람들 곁으로 향했다.
"기다리세요. 지금 갈 테니깐"
그 도중에
따르르릉,
통신용 콘솔.
작은 모니터 옆에 붉은 램프가 점멸하고 있다.
- 설마 우키야군!? 
순간 루리코는 판단했다.
맞아. 그 우키야가 순순히 명령을 들을 리가 없지. 미라클 가면 등장. 어렸을 대도 그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도와주지 않았던가. 이번에도 그럴 거야. 틀림없어. 혹시 이미 바로 근처에 와 있을지도 몰라
기본적인 콘솔 사용법은 알고 있다. 루리코는 착신용 스위치로 손을 뻗었다. 
통화 ON.

"여보세요. 우키야군?"

누름과 동시에 소리쳤다.

불과 몇 초, 모니터에 영상이 투영되었다.
다른 사람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착각이었다.
"어이쿠, 사령장관께 인사드릴 작정이었는데 이렇게 멋진 레이디가 맞이해 주실 줄이야. 이런 무례를 범했군요. 자기소개도 아직 안 했군요. 제 이름은, 맞아. 당신들의 양식에 맞춰 사신신사라 불러 주십시오"
모니터 너머 남자가 안경을 벗으며 윙크한다.
루리코의 몸에 전류와 같은 충격이 지나갔다.
그것은 결코 연애 감정이 아니다.
어쩌면 정반대인,
죽음에 대한 두근거림이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큰 파도가 일어나 하나의 원을 그리고 초장으로 이어진다.
반쵸가 길을 열어주어 지하 이지스 극동지부에 내려간 우키야
그 앞을 가로막는, 최종전투체제로 인해 내려간 격벽.
뒤늦게 달려온 반쵸.
분쇄 게이트의 위력에 격벽은 무너졌다.
그러나, 
"몸소 뒈질려고 납셨군"
"뒈져? 누가? 누구를?"
"내가 네놈을, 인베이더 미확인 간부 사신신사를 말이다"
어둑한 통로 안에서 대면하는 우키야 슌과 사신신사.
"아니야...... 제대로 된 신사는 없었지만 가까스로 숙녀는 있더군"
"숙녀?"
"단지 안타까웠네. 공교롭게도 내 눈동자는 인간과 사랑에 빠지는 일을 가로막지. 불과 몇 초간 모니터 너머로 서로 마주 본 것뿐인데"
"설마 이자식!?"
"그래, 그래. 그 숙녀의 이름이 이쿠사와 루리코라 했던가. 잠시 인사라도 할까해서 작전사령실에 연락을 취했는데 공교롭게 사령관께서는 생존자 구출로 부재중이었지. 대신에 그 숙녀가 내 메시지를 받아 주었다네. 한눈에 반해버렸지만 아쉽게 또 죽여버린 듯 해"
"이, 이자식아아아아아아-! 울트라아아아아! 선풍 베기이이이이!"
"과연, 이 정도가 자네의 최강 기술이로군"
"뒈져 버려라----!"
휘감기는 바람과 우키야는 포효했다. 우키야는 칼을 머리위로 높이 치켜든 자세로 사신신사를 베려고 덤벼든다.
그 결말이 어떻게 되었나.
"우오오오오오!"
우키야의 절경과 커져가는 바람의 고동, 초음속의 충격이 하나로 겹친다.
한 때 수많은 인베이더를 물리쳐온 우키야 슌의 최강 기술.
그 명칭은 울트라 선풍 베기.
"재미있는 기술이야. 과연 확실히 지금까지 상대해 온 게이트 키퍼 중에서도 그럭저럭 공격력은 있어보여"
미쳐 날뛰는 폭풍으로 변한 우키야는 사신신사의 눈앞에까지 덮쳐왔다.
그러나 사신신사는 태연한 태도로 분석한다.
"단지 그리 소란스레 악쓰니 신사다운 기술이 아니야"
씨익,
사신신사는 차분히 냉소를 떠올렸다.
이어서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안경을 벗었다.
그 뿐이었다.
정말로 그 뿐이었다.
단지 암녹색 안경을 벗는다.
그 행동만으로, 
결판은 났다.
" 으, 으악!? “
주위에 미친 듯이 불던 바람이 불쓱 사그라든다.
아무 전조도 없이 우키야의 두발이 꼬부라졌다.
넘어졌다.
우키야는 야구에서 슬라이딩하는 것처럼 엎드린 상태로 바닥에 고꾸라진다.
캉,  캉,
슈퍼 목도가 공허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어이쿠, 면목 없네. 거기까지 화려하게 넘어질 줄이야 생각도 못했어. 미안하네"
"이.......... 자식........"
방금 전까지의 기세는 온데 간데 없다.
사지에 용솟음치던 기운은 완전히 사라지고 혀조차 돌아가지 않는 듯 하다. 젖 먹던 힘까지 짜낸 한 마디는 속삭임 정도의 크기이다.
"내 능력을 알고 있었던 게 아니었나? 이 살육의 눈동자를"
사신신사는 안경을 고쳐 쓴다.
"두려운 힘이야. 어떤 때는 나조차 두려워 져. 나는 태어날 때부터 인베이더 속에서 독특한 존재였지. 자네도 벌써 알고  있겠지. 인베이더는 인간의 부(負)의 감정을 양분으로 삼아 증식한다는 걸. 결국 우리에게 있어 인간은 다른 의미로 식량. 그 식량을 닥치는 대로 없애버리니깐. 나는 몹시 미움 받았다네. 특히 장군과 백작에게는...... 나에겐 녀석들이 말하는 인간 사육장 계획에 찬성 할 수 없었어. 어느 쪽이냐 하면 나는 내가 인베이더라는 사실을 잊고 인간처럼 사는 쪽이 좋아서 말이야"
"네 놈.. 무신 귀신씨나락 까먹는 소릴하는 거냐! 이 정도의 생명을 앗아..... 가고...... “
우키야는 필사적으로 일어서려고 한다.
그러나 헛수고다. 양팔을 사용해 몸을 일으키려고 해도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부들부들 떨고는 곧장 다시 바닥에  쳐 박는다. 재차 시도하지만 소용없다. 마치 팔굽혀펴기를 하는 것 같다.
"온 몸에 힘이.... 제길, 이 정도로.. 내가....”
"무리해선 안돼, 어쩜 가만히 있으면 개미목숨 부지할 가망성도 있을지 모른다네. 아무리 나의 눈동자라지만 문지기 일족에게는 효과가 얕아. 즉사는 무리인 듯 해. 허나 아주 대단해. 생명력을 전부 빼앗겼으면서 다시 일어서려고 하다니, 아니. 훌륭해"
사신신사는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
"바보, 바보 취급하지 마라"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 일어서려고 했다.
스 - 윽,
역시 헛수고였다. 바닥에 닿아있던 손바닥이 미끄러져 이번엔 위를 쳐다보는 형태로 쓰러졌다.
"우키야 슌군 정말 대단해. 자네와 좀더 놀아주고 싶네만 안내자가 돌아온 모양이야"
"안내자라고?"
"이 정도로 무턱대고 격벽을 내리면 아무리 나라도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지 않겠나. 밑에까지 가는 길을 터 줄 안내인이야"
사신신사의 뒤 어두운 통로에 희미한 빛이 깜박인다. 비상등이 아닌 한층 몽롱한 희고 희미한 빛이다.
"여자 아이.......?"
희한하게 그 빛은 여자아이로 보였다. 하늘하늘한 구원피스를 입은 작은 소녀.
몽환적인 분위기를 가진 그 모습은 마치 서양의 유령을 닮았다.
"그녀가 안내인이야. 자, 그럼 갈까. 일단 나 나름대로의 마무리를 해야지. 이지스 제군들은 사라져 줘야겠어. 그리고 이제부터 우리들의 동료도 큰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지. 다른 방식으로 지금까지 없었던 방법으로 더욱 더 인간사회에 밀접한 존재가 된다네. 예를 들면 평소에는 인간으로서 살고있지. 이 나처럼 - "
" 무슨 의미.........냐.........? "
" 자네가 알 필요는 없어. 자, 그럼 "
천천히 발뒤꿈치를 돌리는 사신신사.
“기다려...... 기다리란 말이야....."
사신신사는 우키야에게 등을 돌리고 걷기 시작한다.
"어이........"
손을 뻗어 보지만 닿을 리가 없다.
사신신사는 구두굽 소리를 울리며 통로 안쪽으로 사라졌다.
"제길........."
안되겠어. 숨이 차와. 눈도 침침해진다.
"우오, 우키야아아아. 정신 차리리라!"
"반쵸?"
기어서 다가오는 반쵸.
반쵸도 한계다. 게이트를 너무 많이 전개한 것이다.
"미안, 미안혀. 우키야 니를 엄호해주고 싶어도.... 내도 더 이상 게이트를 열지 못한다. 열지 못한다고...."
"괜찮아. 그 상태로 녀석의 공격을 받았다면 한 방에 저승행이었을 거다"
"그래도......"
"반쵸는..... 여기서 쉬고 있어. 나는......."
일어서려고 바둥거리는 우키야.
"우키야 무리제? 니도 모두와 똑같이 데 부린다. 상처도 없이 피도 흘리지 않은 채 주변에 참혹히 버려진 모두처럼"
" 나는...... 괜찮아. 그 놈에게 최고의 한방을 먹이기 전까진..... “
방치되어있던 슈퍼 목도를 손 더듬으로 붙잡았다.
우키야는 그걸 지팡이 삼아 힘껏 일어서려고 했다.
"크.......... 으으으......"
하지만 두 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무릎을 펼 수가 없다.
"이대로라면.......... 루릿페가...."
"더욱 애써 본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 이를 꽉 물수도 없었다. 별안간 눈앞의 시야가 어두워진다. 빈혈이인다. 휘청, 우키야의 자세가 무너져 다시 바닥에 쓰러진다.
"이대로라면..... 나는...... 나는"
"맞아. 진짜 버러지다"
어딘가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누구냐....?" 
"우키야 슌, 네 힘은 고작 그 정도였나? 겨우 간부가 노려 본 것만으로 꼴사납게 바닥에 머리를 쳐 박을 정도로?"
"그러니깐.... 누구냐니깐?"
고개를 들 힘도 없었다. 우키야는 안구만을 좌우로 움직여 목소리의 장본인을 찾는다.
마찬가지로 바로 옆에 쓰러져 있는 반쵸외 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느 틈엔가 반쵸는 기절해 있었다. 그럼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렇다면 그걸로 됐다. 여기서 버러지처럼 영원히 잠이나 자라"
"설마?"
우키야의 뇌리가 전광석화처럼 번뜩였다.
맞아.
어째서 금방 알아차리지 못 했지?
이처럼 자신감에 찬 목소리의 주인공은
"카게야마냐!?"
대답은 없다.
사신신사가 사라지고 카게야마로 추정되는 목소리도 사라졌다.
통로에는 수많은 사체와 숨이 끊어질 듯한 우키야와 반쵸만이 남았다.

제 3장 1970년과 1985년

  1. 그 때 그 날
  • 카게야마, 지금의 나는 불가능하다. 한번 화목한 가정을 가진 사람에게 전쟁터로 돌아오라니 불가능해 거실 소파에 걸터앉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당신 무슨 일 있어요?" 부인인 요코가 우키야의 얼굴을 엿 본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소시적 친구랑 만나서 잠시 옛날 일을 떠올려 봤어" "헤에, 무슨 일?" "얘기할 정도의 일은 아니야. 단지 두서 없는 낡은 추억이지" "정말 당신은 옛날 얘길 꺼내는 걸 꺼려한다니깐" 요코는 어깨만큼 내려오는 잘 다듬어진 머리칼을 어루만지면서 느긋이 미소짓는다. "아우, 우- 우- 우-" "어머머머. 아야네 일어났쪄" 요코는 베이비 서클 안에 누워있는 아야네를 앉아 올린 다음 가슴팍으로 끌어당겼다. 갓 한 살을 넘긴 아야네는 안심했는지 갸갸갸하고 목청 높여 웃었다. "아, 당신 그러고 보니 오늘 드디어 아야네가 걸음마를 하기 시작했어요" "정말이야?" "예. 자, 아야네 아빠에게 보여주렴" 우키야가 앉은 소파 둘레에 아야네를 내려놓는다. "자, 오늘도 아빠자리 붙잡고 일어섰잖니" "아야네. 왜 그래? 아빠에게 보여주렴" 우키야도 몸을 내밀어 아야네에게 말을 건다. 양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아야네를 일으키려는 요코. 그러나 아야네는 우- 우- 하고 말할 뿐 두 발로 일어서려는 기척은 없다. 그 사이 데굴, 오뚝이처럼 부드러운 카펫 위를 뒹굴었다. "미안해. 아야네 호- 해줄게" "응, 아-!" 아야네는 몸을 일으키면서 크게 입을 벌려 웃는다. 뭐가 그리 좋은지 넘어진 카펫 위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놀고 있는 듯 하다. "하하 걸음마가 아닌걸" "하지만 진짜 였어요" "괜찮아. 얼마 안있어 물건을 잡고 일어나거나 뚜벅뚜벅 주위를 돌아다니겠지 그다지 초조해 할 필요 없어" "그렇겠죠" 우키야는 소파에 몸을 푹 숙이고 테이블 위에 있는 컵에 손을 뻗었다. 그런데 컵은 이미 비어있었다. "아직 커피 더 있으니깐 타올게요" "미안" 부엌으로 들어가는 요코. 아야네는 우키야가 앉은 소파 곁에서 웃었다가 말하다가 다시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그것보다" 요코가 커피포트로 컵에 커피를 따르면서 뒤에 있는 우키야에게 말을 건넨다. "곧 있음 시어머니 세 번째 기일이네요. 사에미는 올까요?" "그 녀석과는 작년 산소에서 만난게 다로군. 연락도 자주 안하고 이제 그 녀석도 스물일곱이야. 고등학교 중퇴 후 배우가 되겠다고 집을 뛰쳐나가기나 하고, 이루지 못할 꿈은 이제 접어두고 집으로 돌아왔으면 좋을련만" "그리 말하지 마세요"

요우코는 쪼르륵 커피를 따른 컵을 가지고 돌아왔다.

"시어미도 돌아가시고 집도 재건축했고 사에미는 돌아오는 것이 껄끄러운 게 아닐까요?"

"그럴지도 모르지만...."
우키야는 문득 작년 성묘에서 돌아올 때 사에미와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부인 요코도 모르는 둘만의 대화

"오빠, 유키노라고 기억하고 있어?"

"응, 잊을리 없지"
"또 만날 수 있을까?"
"무리아닐까"
"그렇겠지?......."
"왜 갑자기 그런 말을?"
"오빠에게는 잠자코 있었지만, 봐봐. 내가 멋대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집을 뛰쳐나갔을 때 유키노가 직접 배웅하러 와줬어" 
"그건 8년 전 이야기야?"
"응, 그렇게 되네" 
"그래.... 유키노는 아직도 있었구나"
"아직도 있다고?"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서 그 때 유키노가 뭐라고 말했어?"
"조금 슬픈 표정을 하고는 ‘안녕’이라고 말했어"
"안녕....."
"신비한 아이였어... 처음 만났을 때 그대로의 작디작은 모습으로, 나는 점점 커 가는데 지금은 완전히 아줌마가 되었는데, 어쩌면 유키노는 지금도 그 때 그 모습 그대로가 아닐까?"
"설마, 말도 안돼. 그 보다 유키노는 왜 만나고 싶은 거야?"
"응, 대수롭지 않은 일이야. 왠지 유키노를 한 번 더 만나면 앞으로도 힘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서"
"이제 충분하지 않아?"
"응?"
"여배우가 되겠다면서 계속 아르바이트로만 연명하는 생활 말이야. 이제 집으로 돌아와. 극단도 때려치우고"
"싫어. 아직은 포기 못 해"
"나 참. 너는 옛날부터 그 고집만은 변함 없군"

그렇다. 여동생 사에미는 유키노가 아니지만 다 커도 알맹이는 변한 게 없었다. 여전히 제멋대로에다 한결 같이 긍정적이고 예전 그대로다.

그런데 나는,
가득찬 커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본다.
- 나에게는 단지 지켜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졌어. 3년 전이라면 틀렸겠지. 아직 결혼을 안한 그 때라면, 단지 지금은
"당신, 자 보세요!"
요코가 큰 소릴 지른다.

우키야는 정신이 퍼뜩 들어 요코가 가르치는 방향을 보았다.

1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우키야가 앉아 있는 소파 가장자리

"아- 아-"
아야네는 큰 눈동자를 이쪽으로 향한 채 서 있다.
두 손을 소파에 기대면서 서 있는 거다.
"자, 보세요. 말했죠. 붙잡고서 일어설 수 있다고"
우키야는 만면에 미소를 머금으면서 아야네를 감싸 앉았다. 머쉬맬로우 같은 볼에 얼굴을 슬쩍 대었다.
- 그래. 나에겐 부인이 있고 아이가 있다. 더 이상 싸우지 않아. 이 행복을 헤집으려드는 자가 있다면 가차없이 때려눕히겠어.  하지만 자초해서 전쟁터로 가는 것은 불가능해. 카게야마, 용서해줘.
뭔가를 부여잡고 일어서기를 하는 자신의 아이를 보고 결심을 굳혔다.

그 날 밤.

잠자리에 들어 간 우키야는 어둑한 천장을 지그시 쳐다보고 있었다.
옆에선 부인 요코가 평온한 숨소리를 내고 있다. 바로 옆 아기 침대에서 자고 있는 아야네.
- 카게야마, 미안. 모처럼 만나러 와주었는데, 물론 그때의 빚을 잊었던 게 아니야. 하지만 말이지 그 이후로 괴로운 일이 너무 많았어. 솔직히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 해졌어. 전쟁터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애원해도 녀석들은 여기저기서 나타나서, 싸우고 싶어서 싸웠던 게 아니야. 싸울 수밖에 없었어.
그래, 그런 때에 요코가 나타났지. 신비하게도 차분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였어. 맞아, 나는 매달리고 싶었던 건지도 몰라. 어딘가 의지할 곳을 원했던 건지도 몰라. 카게야마 지금도 너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요코는 나에게 평온함이라는 은혜를 주었어. 그러니 요코와 아야네를 배신 할 수 없어.
우키야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윽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
그로부터 15년, 일이 있을 때마다 반복해서 계속 꾼 꿈. 1970년 5월 그 날의 꿈을.

야전병원을 방불케하는 이지스 작전사령실

"이쿠사와군, 정신 차리게"
쓰러진 루리코를 토키토가 흔든다. 그러나 반응이 없다. 루리코는 그저 흔들흔들 거릴 뿐이다.
"아까부터 이 상태에요. 모포를 몽땅 가져왔지만 경련이 멈추지 않습니다"
사정을 설명하는 오치아이.
"큭, 좀 더 주위를 기울었어야 했네. 하필 이쿠사와군이 사신신사의 공격을 받을 줄이야. 설령 생명의 게이트를 열어도 자신이 얻은 상처를 치유하는 건 불가능해"
토키토는 비상용 통로를 지나 지하 격납고에 살아남은 대원들을 찾으러 나섰다. 그리고 아직 숨이 붙어있는 몇 명을 데리고   작전사령실로 돌아왔지만 그 곳에서 처음으로 본 것은 혈색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 이쿠사와 루리코였다.
"죄송합니다. 말리려고 했지만 그럴 틈도 없었습니다"
"오치아이군, 자네가 사과 할 일이 아니야. 하지만 이쿠사와군은 무슨 일이 있어도 탈출시키고 싶었네만, 이 상태로는...."
"긴급 탈출용 항공기는?..."
"아니야. 너무 위험해. 정작 중요한 이쿠사와군이 조작이 불가능한 상태라면 사출하는 순간 지하로 낙하해버려. 원격유도를 하려고 해도 발진기관실은 전멸했네. 불가능해"
"그러면.. 맞아요. 사령관님 UP15. 요전에 긴급용 아나운스를 기록한 우키야 대장의 요타하치라면"
"그래, 요타하치라면"
"예, 다테가미 고등학교 현관문에서 발진합니다. 항공기와는 달리 계속 비행하지 않으면 추락한다는 일도 없어요. 이쿠사와군이 운전할 수 없으니 현관문에 고정 된 상태로 있겠지만 여기보다 훨씬 안전할 겁니다"
"오치아이군 명안이야"
"감사합니다"
"자네도 운전면허증 정도는 가지고 있겠지?"
"예, 그 정도는 있습니다. 그런데?"
"알았네. 그럼 자네가 요타하치를 운전하게. 이쿠사와군과 함께 이 극동지부를 탈출하게나"
"사령관님, 농담은 그만두세요. 아직도 고통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이 있는데......"
"그 탓일세. 나는 여기에 마지막까지 남겠네. 아직 가까스로 살아남은 대원들이 지하 도처에 있어. 그들을 여기에 모아 최후의 최후까지 탈출의 기회를 엿 볼 셈이야. 그 전에 자네만이라도 이쿠사와군과 함께...."
"하지만"
"이해해 주게. 재기를 위해서도 조금이라도 많은 전력을 남겨 둘 필요가 있어. 특히 이쿠사와군의 능력은 다른 게이트 키퍼즈  대원들에게도 필요불가결이야. 게다가 저 요타하치는 저번에 개조할 때 시험용 게이트 엔진을 탑재했네. 이쿠사와군과 게이트 엔진, 그 두 가지를 우키야 대장에게 배달하게. 이지스의 부활을 짊어지는 것이 지금 자네의 역할이야"
"이지스 부활......"
"그렇네. 짐군에게서 온 전화 내용도 들었을 테지. 지금도 여전히 계속 싸우고 있는 동지도 세계 각국에 산재해 있어. 그들을  결속해 신생 이지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
슈슝,
토키토의 말은 돌연 작전사령실의 한 구석에서 울리는 기묘한 작렬음에 덧 씌워졌다.
"꺄아아아아!"
여성 오퍼레이터 한 명이 비명을 질렀다.
"무슨 일인가!?"
일어서서 몸을 돌리는 토키토.
"신생 이지스 입니까? 아쉽게도 그건 무리입니다. 극동지부 사령장관 Mr 토키토”
벽 한구석, 거기에 어떤 수단을 쓴 것일까? 거대한 구멍이 뚫려있다.
콤파스로 그린 듯한 정확의 극치인 진원.
"이럴 수가, 가장 두텁고 강도 높은 장갑을 가진 이 작전 사령실의 벽을 뚫다니!?"
"아차, 내가 아니라 안내인의 힘을 빌린다면 간단해요. 덕택에 여기까지 최단시간에 도착했지요"
"........ 사신신사"
거대한 구멍을 빠져나와 작전사령실에 들어온 이는 틀림없는 사신신사였다.
더욱이 그의 뒤에는 한 소녀의 상이 떠올랐다. 긴 머리칼을 살랑거리며 어스푸레한 흰 빛을 발하는 소녀.
"저것은?"
"그녀는 수줍음장이라서 여러분 앞에서는 비추기 싫은가 보군요. 거기다 다른 볼 일도 있는 것 같고, 어쨌든 여러분의 상대는  몸소 제가 해드리지요"
흰 소녀는 그대로 통로 안쪽으로 사라졌다.
"이곳 작전사령실에 이리도 쉽게 들어오다니...."
분노와 놀라움으로 몸을 바르르 떨면서 말하는 토키토.
사신신사는 웃으면서 고백한다.
"Mr 토키토, 안심하세요. 귀중한 인간들을 무자비하게 살해 못하도록 장군과 백작이 만들어 준 이 안경을 쓰고 있는 한 여러분은 아직 살 수 있습니다. 자, 내가 여기까지 온 이유는 여러분과 같이 감상하고 푼 방송이 있어서인데"
탁하고 손가락을 부딪힌다. 그러자 신기하게 계속 침묵하던 작전사령실의 만능 전자스크린이 팟하고 켜졌다.
"Mr 토키토, 감상하지요. 이제부터 뉴욕 총본부에서 전세계의 이지스 지부, 그리고 세계 각국의 수뇌부에 긴급통신을 시작합니다”
이윽고 스크린에 노이즈 상이 뜨고 그것은 곧장 어느 인물의 얼굴로 전환되었다.
"설마, 뉴욕 총본부 이지스 총사령관!?"
"천천히 관람할까요. 죽어가는 대원 여러분과 함께"
마지막 한 마디가 신호라도 되는 듯 스크린에 확대된 총사령관이 엄중한 태도로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전 이지스 대원 및 세계 각국의 국가주석 여러분께 긴급히 보고 할 사항이 있습니다. 자세한 조사와 분석 및 정보 수집을 벌인 결과 오늘 세계 표준시 16시 22분에 인베이더가 이 지상에서 완전히 소멸되었다고 전언드립니다"
"뭣!?" 소리지르는 토키토.
"그럴 리가!?" 똑같이 소리지르는 오치아이
지금 이렇게 눈앞에 인베이더 간부 2명이 있는데도......
대리 간호사인 오퍼레이터나 빈사상태의 대원들도 경악의 눈초리로 스크린에 몰두하고 있다.
총사령관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 올해 2월 이후 인베이더의 발생 횟수는 급격히 감소. 특히 5월에 들어서는 세계 각국에서 목격 보고가 1건도 없습니다. 수학반의 상세한 분석에 따르면 인베이더의 활동은 완전히 침묵화. 이 이후 부활의 징조도 없는 것을 확인되었습니다. 아마도 인베이더의 간부가 사라져 그들 인베이더를 조직화시켜 통솔하는 자가 없어진 탓이라 추측됩니다. 설령 이후에 인베이더가 산발적으로 출현한다고 해도 그것은 아주 소규모적인 것을 각국의 군대 및 경찰 조직으로 충분히 대적 할 수 있으리라 단언합니다 “
"엉터리야. 확실히 인베이더의 활동은 침체화 되었지만 그것은 새 단계로 추이하는 도중이라는 설도!"
토키토는 분노의 표시로 사신신사를 매섭게 쏘아본다.
"네 이놈, 총사령관님을 협박 한 거냐?"
"협박? 설마, 신사는 그런 행동은 안 합니다. 저 분은 틀림없는 총사령관님이며 이후에도 계속 그렇겠지요"
"이후도?"
"자, 설명해 드릴까요. Mr 토키토. 저기에 있는 총사령관은 총사령관이며 총사령관이 아닙니다. 그렇죠. 그의 정체는......"
"미확인 간부 무한 마수!"
"딩동뎅. 그는 우리들 속에서도 약간 덜떨이지고 겉모습도 불쾌한 뱀 또는 늑대를 닮았지. 단지 그에겐 특이한 능력이 있어.  여 태까지 자기가 먹어치운 인간의 기억과 지식 더욱이 모습까지 완전히 재현 할 수 있어. 지금까지도 각국의 주요인물을 은밀히 먹어치우고 세계를 동란의 도가니로 빠트려 왔지. 무한한 얼굴을 가진 마수 이름하여 무한마수"
"총사령관님을 먹어치웠다는 소린가? 이 무슨 짓을!"
"정말 추잡한 이야기야. 적어도 신사다운 식사예절이 아니지. 마수의 외견을 가진 그이니깐 가능한 거지. 단지 그도 이해해준  거야. 우리들이 큰 변혁기를 맞이했다는 것을, 저렇게 총사령관의 모습을 빌려 앞으로도 인베이더가 멸망했다고 계속 제창하겠지. 그리고 이지스는 부활 할 일 없이 해체 돼."
"터무니없는 소리야. 각 지부에서 이 정도나 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들 전부를 은폐하기란 불가능 해"
토키토가 거기까지 소리 쳤을 때 돌연 얼어붙었다.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타입 니시야......."
그거은 작년 7월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토키토와 오치아이는 니시야라는 이름을 지닌 현존하는 인물로 뒤바뀐 인베이더에게 습격을 받았다. 그 때는 토키토가 인베이더를 간파했지만 평소에는 완벽히 니시야를 연기하고 있었다.
"살해한 대원들로 변하여 인베이더가 이지스 대원이 된다!"
"맞아. 이지스 해체 후도 그들은 인간 사회에 잠복해 우리들의 신종을 탄생시키기 위한 지원활동을 벌이지!"
"신종의 우리들?"
"그건 너희들이 알 바가 아니다"
사신신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쓰고 있던 안경에 손을 뻗는다.
"자, 잡담시간은 끝이다. 이 통신이 끝난 뒤 뉴욕 총사령관은 워싱턴으로 가서 대통령과의 회견이 예정되어 있어. 거기서 정식으로  이지스 해체 안을 진행시킬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 시간이 있다는 소리군"
"호오?"
토키토는 안주머니에서 소형 권총을 뽑는다. 남발식 자동 소형 권총.
통칭 베이비 넘.
아직 해군 파일럿이었던 젊은 시절 상관에게 물려받은 이후 호신용으로 지니고 있는 것이다.
탕!
재빠른 동작으로 정확히 사신신사의 이마를 꿰뚫었다.
허나,
" Mr 토키토, 쓸데없는 발악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런 만행을 저지르는군. 그다지 신사적이지 않아 “
인베이더 간부인 사신신사에게는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당연하다. 단순한 소형권총의 총탄으로 쓰러트릴 수 있는 상대라면 고생 따윌 하지 않는다.
하지만 토키토는 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 어떠한 절망 속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투지가 그로하여금 방아쇠를 당기게 했다.
"하지만 그것도 끝이다"
사신신사는 천천히 안경을 벗는다.
"사령관님!"
오치아이가 절경했다.
작전 사령실의 오퍼레이터가, 살아남은 대원들이 반사적으로 쪼그려 앉아 사신신사의 시선을 피하려고 한다. 쓸데없는 짓이다.  사신신사의 눈을 보지 않더라도 그가 본 것만으로 생명력을 빼앗긴다.
이지스 극동지부 최후의 순간이 찾아왔다.
"유리 벽!"
누군가가 외쳤다.
둔탁한 빛이 번쩍였다.
사령장관과 사신신사 사이에 끼어든 한 여성이 게이트를 전개 한 것이다.
"자네는!?"
게이트 키퍼 쿠로가네.
그녀는 게이트에서 끌어 온 에너지를 엮어 눈앞에 반짝반짝 빛나는 벽을 만들어 냈다. 온갖 광학적인 현상을 반사하는 빛의 방벽. 이름지어서 거울 벽.
"웃?"
그 광경을 본 사신신사가 뒷걸음질친다. 
냉정함을 유지하던 그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혹한 기색이 엿 보였다.
"쿠로가네군. 놀라운 걸. 이런 곳에 납시다니......"
"놀라긴 아직 일러"
"호오!?"
"섀도우 엣지!"
날카로운 외침소리에 재빠르게 반응하여 몸을 돌리는 사신신사. 직후 그가 서 있던 장소에 검은 그림자가 꽂힌다.
모든 물질을 절단하는 검은 이차원 단층. 즉 ‘그림자’를 사용한 공격. 이 기술을 구사하고 있는 인물은,
"역시 인베이더 미확인 간부야. 단 시간에 잘도 피했어"
어느 틈엔가 만능전자 스크린의 구석에 남자가 서 있었다. 
"설마 자네마저 내 방해를 하는 건가..... 일찍이 섀도우 코드 네임을 가지고 우리들 인베이더 측에 있었던 자네가"
쭉 뻗은 긴 손발. 금발 머리. 그리고 머리에 걸친 선글라스.
그 자는........

"카게야마!"

우키야는 벌떡 일어섰다.
호흡이 거칠다. 
가슴 팍이 흠뻑 젖을 정도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 또 그 꿈인가.......
옆에서 자고 있던 요코가 신음소리를 내고 몸을 뒤척인다.
- 이것으로 이 꿈을 꾸는 것은 몇 번째인가
문득 깨달아 보니 고함소리에 놀라 깬 건지 아기 침대 위의 아야네가 동그랗고 귀여운 눈동자를 멀거니하고 이쪽으로 향하고 있다.
"아야네, 미안. 깨웠구나"
우키야는 요코를 깨우지 않도록 천천히 침대에서 빠져나와 아야네를 보다듬는다.
잠이 덜 깬 듯하다. 잠꼬대를 하듯이 입을 느릿느릿 움직인 뒤 우키야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다시 잠에 빠졌다.
- 아기란 따뜻하구나 
땀으로 젖은 가슴에 아야네의 체온이 전해온다. 마치 고양이를 앉고 있는 듯하다.
보드랍고 따뜻한 감촉.
- 나는 몇 번이나 그 꿈을 봐야지 홀가분해 질까. 막 결혼했을 때는 요코도 놀라서 곧장 잠에서 깨어나 어떤 꿈을 꿨는지 물어 보았지
지금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새근새근 자고 있다.
- 아는지 모르는지 캐묻지 않고 있어 주는 것이 그렇게나 고맙다고 느껴진 적은 없었다.
아기 침대 위에 아야네를 살짝 올려놓는다.
조금 열린 커튼 사이로 달빛이 스며드는 작은 침실.
우키야는 농 위의 작은 불단에 놓인 고인이 된 양친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 아버지도 어머니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도기 전에 돌아가셨다.
나는 아야네가 커서 손주의 얼굴을 보여주러 올 때까지 살아 남을 수 있을까?
땀을 흘린 탓인지 매정히 목이 마르다.
우키야는 열린 채로 있는 문을 밀고 부엌으로 향했다. 몇 걸음 거리 밖에 안 된다.
원래 집이 비좁아서 재건축해도 소위 말하는 오십보백보의 넓이였다.
- 하지만 지금 나에겐 충분해. 충분할 정도의 넓이다.
아담한 나의 집, 화목한 가족.
달리 바랄게 무엇이 있으랴.
이걸로 충분해. 이것을 죽을 때까지 계속 지켜가면 돼.
빨리 아버지를 여윈 나나 사에미와 똑같은 슬픔을 아야네에게 맛보게 해선 안돼..
우키야는 냉장고를 열어 마시다만 커피우유를 꺼냈다.


10. 지나간 과거의 조각


"우후후후후....... 찾아다녔어. 그렇지 않음 숨박꼭질이었어?"

"너는...... 누구?"

"찾아다녔어. 내 마음을 이해 해 줄 사람을....... 너라면 멋진 친구가 되어 주지 않을까 하고 멀리서 쭈욱 지켜 봐왔어"
우키야는 잠에서 뒤도,
지나간 1970년의 파편을 메꾸기 위해 이야기는 이어진다.
"어깨 위의 이 작은 친구 외에 나는 누구하고도 통하지 않아"
"거짓말. 나보다 오랜 세월 동안 외톨이였고 실은 외로워서 견딜 수 없을 거야. 본심을 나에게 만이라도 말해줘. 헤아려 줄 수 있어.  분명 너와 나는 서로 이해 할 수 있을 거야"
빛도 들어오지 않는 다테가미 지하 깊숙한 곳에 두 소녀가 서로 마주보고 대화를 나눈다.
한 명은 얇은 레이스 같은 옷감의 드레스를 입은 유령소녀.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백합꽃 문양이 수놓인 은백색의 후리소데(소맷자락이 긴 일본 옷)차림으로 검고 기나긴 머릿결을 가진 아리따운, 마치 일본인형 같은 소녀. 호죠 유키노다.

"끽!"

"히사메. 멈춰"
유키노의 어깨 위에서 유령소녀를 위협의 소리를 내는 족제비의 이름을 불러 제지한 뒤 계속 말한다.
"이 애에게는 다 소용없는 짓. 이곳에 있어도 이곳엔 없으니깐, 서로 만지는 것도 교차한느 것도 불가능한 존재"
"우후, 후후후. 대단해. 내가 어떤 존재인지 바로 알아채는구나"
"살아있는 것에 죽음있으니 살아있는 동안을 즐겨야 하지 않는가"
"어머, 고시조네. 알아. 만엽집이지(만엽집 : 현존하는 일본 최고(最古) 시가집, 전 20권)이지. 우후후, 무슨 뜻인지 알아. 하지만 무리. 나는 즐겁게 살아 갈 수 없었어. 이 세상의 즐거움을 깨닫기 전에 무서운 재판에 해부되어서 강제로 목숨을 빼앗껴 버렸지"
"할 말은 그것 뿐?"
"어디에 갈 생각이야?"
"길을 알려주러"
"우후후, 납작 엎드려 살아가고 있는 인간들에게 무엇을 알려주려는 거지?"
그런 짓을 해봐야 소용없어. 이간들은 모두 순식간에 태어나 나이를 먹고 죽어가지. 너도 충분히 공감하잖아. 마치 환영처럼 사라져가는 인간들의 존재. 몇 년. 몇 십 년. 몇 백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어리석은 인생을 되풀이하는 꼴을 "
유령소녀는 손에 든 수정구를 테마리(손으로 치며 노는 공)처럼 가지고 논다.
"그러니깐 나랑 같이 놀자. 너와 나는 같아. 틀리지만 같은 존재. 너와 함께라면 분명 서로를 이해 할 수 있을거야" 
"너와는 놀 수 없어"
유키노는 하늘을 가르키는 것처럼 오른 손을 높이 치켜올리고 집게손가락을 곧추세웠다.
"열려라. 빙설의 문"
손끝에 연 보라색빛의 원이 떠오른다. 호죠 유키노가 연 빙설의 게이트다.
우수수 꽃잎처럼 싸락눈이 흩날리며 유키노는 자취를 감추었다.
유령소녀만이 남는다.
"어머, 순간이동. 나와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네. 우후후후. 역시 저 애와 나는 닮은꼴이야. 결단코 포기 안 해.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저 애가 나를 봐 줄 때까지 계속 쫓아 갈 테야. 곧 저 애가 아는 인간들은 전부 사라질테니, 후후후후. 기대 돼 무척 기대돼"
유령소녀는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손에 든 수정구를 두 손으로 높이 받든다.

그리고 유키노와 마찬가지로 깊은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이런이런. 쿠로가네와 함께 극동지부 위기일발의 순간에 달려오다니, 이것으로 속죄하고 정의의 히어로라도 될 심상인가? 카게야마 레이지군"

사신신사는 큭큭하고 웃었다.
" 설마, 너는 무지해 “
"호오?"
"정의의 히어로라고? 멍청한 소리군. 나는 여태까지 악당이 된 적은 요만큼도 없었다"
"장군과 백작을 이용해 이 나라를 점거했는데도 말이냐?"
"이윽고 이 나라를 집어삼킬 새카만 미래보다 적어도 그 편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를 쓰러트리려는 이유론 부족하군. 다시 이 나라의 원수가 되려고 한다면 네게도 지구방위기구 이지스는 방해되는 존재. 어느 의미로 너와 내 목적은 같을 거다. 틀리나?" 
"아쉽게도 틀려. 내가 이지스를 없애려고 한 것은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이 나라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그리고  내가 증오하는 것은 옛날과 변함 없다. 자신을 되돌아보지 않고 남만 탓하며 자신에게는 극단적으로 관대하며 향상심이 없고 타락한, 오늘만을 안락하게 사는 것 밖에 대가리에 들어 있지 않는 제멋대로인 등신들, 버러지 뿐. 그리고 너는 그런 부류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관계없이 죽인다. 너는 진짜 파괴와 혼돈의 버러지 왕이다"
"이런이런, 용서해 주게. 그저 나는 인간들에게 약간 벌을 주려고 한 것 뿐이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입만 살아있군"
"입만 살아 있다고?"
"너의 진짜 목전, 그것은 인베이더를 새로운 단계로 진화시키는 것. 그를 위한 서곡으로 이지스의 붕괴. 너는 인베이더가 소멸했다고 알리는 것으로 사람들의 마음 속에 일시적인 안도감을 심어 놓는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이상으로 타락한 사상을 지닌 인간을 늘리는  온상이 되고 버러지를 무기한 적으로 잉태한다. 그 버러지들을 못자리 삼아 신 인베이더가 태어나지. 여태까지의 무기물이 아닌 인간  그 자체가 인베이더화 하는 것이다"
"칫"
사신신사가 이제껏 취한 평정한 태도는 돌변하고 혀를 찼다. 잘 다듬어진 얼굴이 불쾌하다는 듯이 일그러졌다
"설마 거기까지 탐지했을 줄이야"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나?"
"어리석은 인간이지. 네가 말하는 하찮은 버러지들 중 한 마리일 뿐이다"
카게야마는 손을 뻗어 염원을 담았다.
"게이트 오 - 픈!"
칠흑의 원. 검은 게이트가 떠올랐다.
"사라져라. 네놈들 원초의 인베이더는 인간의 부(負)의 감정의 발현. 이 검은 게이트에서 태어났지. 설령 사신신사라 해도 뿌리 칠 수 없다"
"이런이런. 신사적으로 스마트하게 해결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군"
탁하고 엄지와 중지를 부딪히는 사신신사.
그러자,
천장에서, 벽에 있는 통풍기에서, 바닥의 이음매에서 연이어 검고 얇은 종이 같은 물체가 쏟아져 나온다.
작전 사령실 내부를 얇은 종이가 눈보라 마냥 흩날린다.
마침내 얇은 종이는 공중에서 풍선처럼 부풀어올라 인간의 형태로 변화해 간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 인베이더의 검은 양복들이다.
"자, 제군들. 여기를 맡기지"
사신신사의 한 마디가 명령 대신이었다.
횡 일렬로 선 검은 양복들이 손에 거머쥔 여행용 소형 가방 모양의 총구에서 광탄을 내뿜는다.
"쿠로가네, 배리어 전개다" 카게야마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고한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 불편한 듯이 두손을 펼치는 쿠로가네.
"강철이 벽"
게이트를 열자 거기서 구 형태의 벽이 나타났다. 
둣! 둣! 둣!
검은 양복들이 쏜 모든 광탄은 그 벽에 부딪혀 튕겨 나온다.
그 어느 공격도 차단하는 강도 높은 벽, 그 이름하여 강철의 벽. 이것이야 말로 쿠로가네가 펼치는 ‘철벽의 게이트’의 진수이다.
위태로울 뻔했다. 불과 몇 초라도 쿠로가네의 행동이 느렸다면 카게야마나 쿠로가네 본인은 어쨌든 토키토를 비롯한 이지스   대원들은 광탄을 직격으로 맞았을 것이다. 물론 의식을 잃어 쓰러진 이쿠사와 루리코도.
그 정도로 검은 양복들의 일제 공격은 어마어마하고 또한 광범위했다.
"후후, 어쩜 또 너를 구해주게 되다니"
쿠로가네는 씨익 웃고는 뒤에 쓰러져 있는 루리코를 한 번 흘겨본다.
"그런데 사신신사 놈. 이런 잡병들을 던져두고 냉큼 꽁무니 빼고 도망가다니 신사라 자칭하는 게 참으로 기막히군"
카게야마가 말하는 대로다. 사신신사의 모습은 작전 사령실 어디에도 없다. 아마도 검은 양복들이 일제 공격을 퍼붙는 거소가 동시에 사라진 것이겠지. 부(負)의 감정에 의해 변질된 검은 게이트를 여는 마이너스 게이트 키퍼는 오리지널 인베이더에게 있어 천적에 대등한 존재다.
"놓칠 수야 없지"
카게야마가 말하는 순간에도 검은 양복들은 무자비하게 계속 쏘아붙이고 있다.
쿠로가네의 배리어로 직접적인 데미지는 없지만 유탄에 의해 작전 사령실의 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여기는 지하 수백 미터 아래,  이 대로는 전부 생매장된다.
"쿠로가네, 배리어를 부분부분 해재 해. 밖으로 나간다"
"괜찮겠어?"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생전수전 다 겪어 본 몸. 유령소녀도 온 듯 하군. 검은 양복을 닥치는 족족 처치하고 사신신사가 유령소녀의 순간이동 능력으로 내 손이 닿지 않는 장소로 도주하기 전에 추격한다"
"네 뜻이 그렇다면 좋아"
"착하군"
"그래, 그 대담한 웃음이야"
"응?"
"우키야 슌에게 패하고 빌딩 뒤에서 흐느껴 울던 그 때의 비참했던 너와는 딴판이야. 잔혹하며 누구도 얼씬 못하게 만드는 죄여드는 웃음. 어떤 때도 당황하지 않고 야단스럽지 않으며 천성으로 타고난 왕자같은 얼굴. 그것이 카게야마 레이지이지"
"쿠로가네, 그만 둬"
"그럼 배리어를 해제할게"
"그래"
그 때였다. 
"카게야마군, 기다리게! “
소리 친 사람은 쓰러진 루리코 곁에 서 있는 토키토였다.
"자네는 아군인가? 아니면?"
토키토의 질문을 받은 카게야마는 히쭉 웃는다.
"아쉽게도 이지스는 이미 붕괴했습니다. 이것은 결정적인 사실, 지금에 와서 적 아군 논하는 건 무의미하죠"
"그럼 어째서 우리를?"
"방금 말 한 바입니다. 미래를 대비해 버러지를 무한으로 늘리려는 놈들의 만행을 간과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허나 나는 자네가 한 말을 믿을 수 없어"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고도 경쟁 성장, 끝없는 욕망의 저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인간의 마음과 가치관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당신은 내가 출연한 방송을 보았을 겁니다. WHK TV에서의 젊은 주장. 거기서 내가 투과한 미래를 논했을 터"
"분명히 그 때 자네의 주장에는 납득가는 점도 다수 있었네"
"사령관님!" 하고 옆에 서 있는 오치아이가 놀라움에 가득찬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토키토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잇는다.
"하지만 이간은 그렇게 어리석은 동물이 아니네. 근간에 시기가 되면 자신들이 밟아 온 발자취를 돌아보고 단점은 다시 보고 장점만 남기며 진보해 간다. 그렇게 믿을 수 밖에 없다네. 하물며 인간자체가 인베이더로 된다니......"
"정말로 그리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잊으셨나요. 나는 확정 된 미래만을 투과 할 수 있는 안광의 게이트 키퍼 소유자라는 것을, 그리고 국회의사당 상공에 인베이더가 탄생한  칠흑의 거대한 게이트. 심연(深淵)을 들여다보았다는 것을"
"그럼 자네는 그 때?"
"지금 떠올려도 오한이 멈추지 않아. 우키야와의 싸움에서 패한 뒤 하늘에 나타난 검고 거대한 게이트, 맞아. 그것은 게이트 그 자체였어. 간발의 차이로 쿠로가네가 해방한 강철의 벽 덕택에 난은 피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나는 접촉했습니다. 봤단 말입니다. 이 두 눈이 아닌 마음으로, 인간의 마음 속에 감춰진 부(負) 감정의 집합체, 거대한 마이너스 에너지 덩어리를. 그 곳에는 모든 기억이 잔류사념으로 남아있습니다. 녀석들 인베이더가 탄생한 이유. 그리고 거기에 덮여 감춰진 소스라칠 게이트의 진실"
"진실?"
"적어도 게이트는 희망이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 현재도 우리들이 지금 이렇게 검은 양복의 공격에서 벗어난 것도 쿠로가네군의 게이트 능력이 있어서네. 이쿠사와군이 여는 게이트도 빈사의 중상을 입은 인간을 치료해주지. 그야말로 희망 그 자체가 아닌가"
"일찍이 내가 하려던 일을 잊으셨습니까?" 
"그것은........"
"생명의 게이트를 반전시키면 모든 생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살육의 게이트로 바뀝니다. 저 사신신사와 동질의 힘입니다. 아직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소녀가 거머쥘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니야. 카게야마군, 그건 결단코 틀리네. 이쿠사와군은 자신의 의지로 게이트를 반전시키려는 짓은........." 
"없다고 단언하실 수 있습니까? 이후의 인생에서 그녀가 격한 증오에 휩싸이지 않는다는 보증은?"
"그것은........"
"그만두죠. 시시하게 짝이 없는 인간의 선악론은 논해도 끝이 없습니다. 단지 진실은 게이트라는 것은 우리 게이트키퍼에게 그만큼 무거운  중압을 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용자에 따라 선도되고 악도되는 양날의 검인가......."
"토키토 사령관님, 겨우 이해하신 것 같군요"
"그러면 카게야마군"
"아쉽게도 잡담은 여기까지입니다. 녀석을 놓칠 수는 없어. 만일 살아서 재회한다면 그 때 느긋이 이야기하죠"
그리고 카게야마는 쿠로가네 쪽으로 고쳐보며 ‘배리어 해제다‘라고 명령한다.
쿠로가네는 그 말을 듣고 빛의 벽에 조그만 구멍을 만든다. 사람 한 명이 아슬아슬하게 통과할 수 있는 좁은 틈새이다. 카게야마는 덤블링  하듯이 뛰어든다. 벽 밖으로 나서자마자 카게야마의 왼손이 번쩍인다.
"섀도우 엣지!"
검은 수리검이 난무한다. 그 뒤 사방팔방에서 절단음이 울려 퍼졌다.
"우고........아가가가........"
"가.........."
"구......... 가가가.........."
우물거리는 소리가 겹친다.
지금껏 광탄을 퍼붙던 검은 양복들의 몸이 절단되어 사지가 바닥 여기저기에 어질러져 있다.
키 - 잉 - 유리잔을 맞댄 듯한 잔 고음이 나더니 이윽고 검은 양복들의 단편이 연두색 별사탕 같은 결정으로 변했다.
"훗"
카게야마는 결과를 제대로 확인도 안하고 사신신사가 들어오기 전에 사용한 큰 진원 속으로 사라졌다.
"카게야마군, 자네는......" 망연히 지켜보는 토키토.
"사령관님, 그것보다 여기는 위험합니다" 라고 뒤에서 오치아이가 말을 건넨다.
"응? 아아, 그랬었지"
토키토는 겨우 제정신으로 돌아온다. 검은 양복들은 카게야마가 처리했다.
그때까지의 공격의 여파로 작전 사령시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였다. 천장과 벽이 가는 곳곳마다 균열이 생겼고 어딘가에서 철골이 삐걱거리는 소리도 들려온다.
토키토는 신속히 판단했다.
"사신신사는 후퇴했다. 현 시각을 기점으로 작전 사령실은 포기한다. 움직일 수 있는 자는 부상자를 부축해서 제 3격납고로 향해라. 그곳에 있는 긴급 격벽 건너편에는 지하로 통하는 비상계단이 있다. 거기로 탈출한다"
‘ 료카이 이지스! “
오치아이와 경상을 입은 대원들은 이지스식 경례로 응답한다.
토키토는 고개를 끄덕인 뒤 쿠로가네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쿠로가네군, 자네는 어떻게 할 텐가?"
"사령관님 안됐지만 저는 한 번 모두를 배신한 몸입니다. 그리고 그를 도와야 하니깐"
"카게야마군이로군"
"예, 그 남자 제가 곁에 없으면 어디서 발을 헛디뎌 넘어질지도 몰라요"
큭큭큭하고 만족스레 웃는 쿠로가네, 17세의 소녀라고 전혀 상상 할 수 없는 요염한 미소였다.
그리고 발을 돌려 사령실을 벗어나려고 한다.
토키토는 그 등에 대고 말을 던졌다.
"쿠로가네군, 여라기지 일은 있었네만 우리들은 아직도 자네를 동료라고 생각하고 있네. 이것만은 잊지 말게"
"사령관님, 감사합니다"
쿠로가네는 등을 돌린 채 대답하고 어두운 통로 속으로 사라졌다.

"어머나, 당신으로서는 드문 일이네. 최초 목적도 달성하지 않고 재빨리 철수하는 거야? 이렇게까지 밥상을 차려 준 내 기분도 조금 생각해 줬으면 하는데"

"따지지마. 스케줄에 차질은 없어. 이걸로 이지스는 붕괴하고 극동지부도 기능을 완전히 정지했다. 그것보다 카게야마 레이지는 검은 게이트인 심연을 엿보고도 아직 현세에 있다니 인간 주제에 꽤 하는군"
"어쩔 수 없어. 그는 애당초 이쪽에 있던 인간, 전부터 이미 우리들의 비밀을 다수 알고 있었고"
"우리들이라, 네가 그리 말하는 것도 이상한 얘기로군"
"그래?"
"당연하지. 너도 원래.........."
사신신사의 발걸음이 멈춰다.
동시에 유령소녀도 전방의 통로를 바라본다.
"이런이런"
그곳에는 목도를 지팡이 대신 활용한 우키야 슌이 서있었다.
"또 만나는군. 그것보다 의외로 끈질긴데. 내 살육의 눈동자를 바라보고도 아직 숨이 붙어 있다니........."
"네 놈을.........."
"호오?"
"나는......... 네 놈을... 결코 용서 못 해"
거친 숨소리와 함께 우키야는 열심히 말을 내 뱉었다.
두 발이 작게 떨리고 있다. 안색도 창백하고 이마에는 땀이 흥건이 베어있었다.
그래도,
그의 눈동자는 아직도 강렬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것은 결의의 광채,
마치 벌레처럼 이지스 대원들을 도륙한 사신신사를 반드시 몸소 쓰러트리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빛이다.
"아까도 말하지 않았던가. 무리해선 안돼. 아무리 발버둥쳐도 자네는 날 못 이겨"
"설령 이기지 못해도.... 나는 게이트 키퍼즈대 대장 우키야 슌이다. 우리들의 동료를 그 손으로 죽인 네 녀석을... 결단코 이대로 간과할 수 야 없지"
"그럼 죽을텐가?"
"그래도 좋아. 너와 같이 죽을 수 있다면.. 후회하며 살아갈 바에는........ 설령 자기만족이라고 해도 나는 성취해야 할 일은 하고 죽겠다"
"꼴불견이야. 너무 꼴불견이군. 자네의 주장은 그야말로 인간의 추한 정신의 말로야"
"당연하지 않나....... 나는........ 인간이니깐"
"그렇다면 좋아. 우키야 슌군 하지만 아깝군. 자네와는 앞으로 몇 년 몇 십년도 걸쳐서 놀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사신신사는 그런 말을 하면서 굉장히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그것이 연극일까 아니면 본심일까
그리고 느린 동작으로 얼굴에 쓴 안경으로 오른 손을 뻗었다.
"으............오오오오!" 
우키야는 있는 한 모든 힘을 쥐어짜내 소리질렀다.
두 손으로 꽉 진 슈퍼 목도에 희미한 청백색이 깃들었다.
게이트에서 끌어 온 에너지 질풍의 힘이다.
"울트라 진공베기이이이이"
우키야는 전 싸움을 통해 배웠다.
적은 안경을 벗기만 하면 된다. 단지 그 행위만으로 눈앞에 있는 상대방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다. 접근전을 시도할 여유는 없다. 
접근하기 전에 당해 버린다. 그러면 원거리에서 최강 최대의 일격을 노릴 뿐.
슈퍼 목도에 끌어 모은 질풍의 힘을 ‘찌르기’요령으로 그 칼끝에서 방출한다. 울트라 진공 베기와 진공 미사일의 합체 기술. 그것이 이 울트라 진공 찌르기였다.
확실히 우키야의 계산을 옳았다.
울트라 진공 찌르기에 의해 인도된 에너지 탄환은 음속 수배의 속도로 돌진한다. 아무리 사신신사라 해도 안경을 벗기 전에   직격탄을 맞았을 터이다.
허나,
제 3자의 개입이 없다는 가정하에지만,
꿈틀꿈틀.
울트라 진공찌르기의 탄도가 공중에서 기묘한 형태로 뒤틀린다.
어쩌면 줄넘기 끈 같이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뱀 같다.
"!?"
경악하는 우키야 슌.
직 후.
뒤틀린 울트라 진공 찌르기의 탄도는 통로 벽면에 박혔다.
굉장한 충격과 굉음.
통로를 지탱하는 특수장갑 벽재가 순식간에 뚫려 거대한 구멍이 만들어 졌다.
지반까지 도달했다. 주변 일대에 흙먼지가 일어난다.
"말도 안돼. 내 진공 울트라 찌르기가...... 이렇게도 무참히......?"
흙먼지가 시야 주위를 덮는다. 시야 제로. 사신신사의 모습도 포착 불가능하다.
"어디냐? 어디야?" 
"과연 아무리 나라지만 놀랐어. 제대로 맞았다면 이 나라도 산산조각 났겠어"
어딘가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자식!" 열심히 소리가 난 방향을 찾으려고 하지만 분쇄된 통로의 잔해와 농도 높은 흙먼지 탓인지 목소리는 여음을 동반해 발설된 방향을 특정 불가능하다.
"그런데 헛수고였어. 최후의 힘을 담은 일격이었지? 자네는 이미 만족히 게이트도 열지 못 해"
"사신신사 도대체 네 놈 무슨 짓을 한 거냐?"
"땡. 지금 것은 내가 아니야. 설명 해 줄 수도 있네만 그럴 여유도 없는 것 같아"
흙먼지가 잠잠해지고 동시에 여음도 약해졌다. 오른편 비스듬히 뒤쪽 우키야는 슈퍼 목도로 지탱해서 돌아본다.
허나 그것은 너무나도 부주의한 행동이었다. 너무나도 무방비한 행위였다.
"아아, 안경을 쓰지 않고 자네를 보는 건 이번이 두 번째로군"
우키야는 안경을 벗은 사신신사의 맨 얼굴을 정면으로 보게 되었다.


"가야 해........."

이쿠사와 루리코는 몸을 지탱해주던 오치아이의 손을 뿌리친다.

여기는 지하 격납고로 이어지는 비상용 통로.
작전 사령실을 포기한 토키토와 대원들이 생존자를 통솔해 지상으로 통하는 길을 찾아 피난을 개시했을 때.
"이쿠사와 대원 어느 틈에?"
오치아이가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불과 몇 분전에는 혼수 상태였던 인물이 아무 전조도 없이 벌떡 깨어나 스스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가야해. 이대로 두면 안돼. 그 눈동자를 봐 버리면 두 번 다시 일어 날 수 없게 돼"
"무리에요. 이쿠사와 대원, 당신 방금 전 까지 쓰러져 있었으니깐. 그리고 간다니 어디 말이에요?"
"우키야 군........" 
"에?"
"저 봤어요. 우키야 군이 사신신사와 싸우고 있는 것을"
비틀비틀 루리코는 난간을 붙잡고 지금 온 길을 되돌아가려고 한다.
"이쿠사와군 기다리게"
토키토가 가로막았다.
"확실히 우키야 대장과는 연락이 두절 된 상태네. 하지만 지금은 자네 자신이 위태로워. 생명의 게이트를 너무 많이 열었고   사신시사의 살육의 눈동자로 인해 체력은 이미 한계에 달했네. 지금 무리해선 안돼"
"하지만 제가 가지 않으면 안돼요"
"안돼. 대장이 궁지에 빠졌다는 확증은 어디에도 없어"
"저는 알 수 있어요. 사령관님 부디"
"정 그렇다고 해도 만신창이가 된 자네를 이대로 보낼 수 있을 리가!"
"사령관님" 
"그래, 지금 당신의 힘이 필요해"
두 사람의 실랑이에 다른 작은 목소리가 끼어 든다.
"희미한, 지금에라도 꺼져 들어갈 듯한 소곤거리는 목소리, 어린 소녀의 목소리인 듯 하다.
다이세츠설원의 기억과 함께 루리코는 그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설마 유키노?"
언제 나타난 건지 통로의 문 그늘에 흰 후리소데를 입은 호죠 유키노가 서 있었다.
유키노의 앵두 같은 입에서 시조가 흘러나왔다.
"몇 번이고 다시 보고 싶은 산인데 구름에 가려져도 좋은 것일까?"
토키토는 곧바로 뜻하는 바를 알아챈다.
"만엽가 중 일절이로군. 확실히 의미는 이렇네. 몇 번이나 다시 보고 싶은 산을 매정하게......."
".........눈이 덮어 감춰도 괜찮을까"루리코는 독해를 이어받아 마무리짓는다.
그리고 깨닫는다.
"눈이 덮어 감춘다. 그러면 역시 우키야군이!?"
루리코는 산을 덮어 감춘 눈이 임박한 죽음에 대한 비유라고 순식간에 깨닫는다.
"유키노 부탁해. 나를 우키야군에게로 데려다 줘"
"알고 있어. 그러니"
손을 내미는 유키노. 그 작은 손을 거머쥐려는 루리코.
"기다리게 너무나도 위험해! 아무리 호죠 유키노군이 고 레벨의 게이트 키퍼라고 해도......"
마지막까지 말을 마칠 수 없었다.
유키노와 루리코의 손이 맞닿는 순간 둘은 연기처럼 공중으로 사라졌다.
"사령관님, 지금 어린 여자아이와 이쿠사와대원이 갑자기 사리진 것처럼 보였어요!? “
"보인게 아니야. 실제로 사라졌어. 고 레벨의 게이트 키퍼 아니면 일부의 인베이더만이 사용 할 수 있는 특수능력. 세가에서  말하는 텔레포테이션일세"
희동그레진 눈으로 둘이 사라진 장소를 쳐다보는 토키토의 어깨 위에 작은 눈송이가 하늘하늘 날리어 떨어지고는 이윽고 녹아 사라졌다.
  1. 삶과 죽음의 경계 1985년, 어니 화창한 날. 정오가 약간 지난 무렵 천천히 핸들을 돌려 중심선 환상 7호선(도시를 환상으로 도는 도로, 철도)에서 메지로 거리로 들어갔다. 우키야는 도로 옆의 경치를 널리 바라본다.

- 여기도 마찬가지군. 상당히 변했어. 애당초 여기에 오는 것이 몇 년 만인지. 5년 아니면 6년째로군

운전하는 차는 79년산 KP61 스타렛이라는 이름의 토요타 소형차다. 그 원류를 거슬러 올라가면 우키야의 아버지 슌지로가 시험작 게이트 엔진의 탑재차량으로 선책한 차. 버브리카에 살아붙는 공냉수평대향이기동 엔진을 탑재한 보잘 것 없는 대중차. 또한 그것은 토요타 스포츠 800의 기본차량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사항을 인식해서 우키야가 이 차를 고른것이 아니다.
대금을 들여서까지 집을 신축했고 또 아야네까지 태어나 6년이나 뒤떨어지는 소형차로 타협 볼 수밖에 없었던 소극적인 이유,  나머지는 각 회사의 소형차 중에서 경량형 후륜 구동차의 고풍스러운 운전감각이 자신의 취향에 꼭 맞다는 적극적인 이유, 이  두 가지 때문이다.
- 뒷문이 약각 삐걱거리는 군. 요전에 요코가 아야네를 병원에 데려갈 때 모퉁이집 블록담에 부딪혔을 때군.
우키야는 그때의 일을 되새기며 살짝 웃는다.
- 나참, 손가락 끝이 약간 덴 것 뿐인데, ‘ 안돼. 아야네가 죽어러려’ 하고 큰소리로 울어버리고, 이웃집 사람들은 모두 무슨 일이야 하고 창문에서 얼굴을 내밀고, 아야네는 요코의 고함 소리에 놀라서 또 울음보를 터트리고, 생뚱맞은 대소동이었어.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한결 사뿐히 브레이크를 밟아 천천히 아슬아슬하게 주차선에 주차한다.
우키야는 주차한 뒤 한 번 더 웃는다. 이번은 쓴웃음이다.
- 나도 마찬가지로군. 옛날이었다면 좀 더 멋진 브레이킹을 했을 텐데. 완전히 아야네를 태웠을 때의 습관이 몸에 그대로 베어버렸어.
천천히 액셀을 밟아 브레이크를 밟는 고형적인 ‘아이가 타고 있어요’ 차다.
햇살이 약간 눈부시다. 차양막을 내려 직사광선을 차단한다.
앞 유리 너머로 안내표지판이 보였다. 안 봐도 뻔하다.
- 그래, 이 앞이다. 저 술집 모퉁이의 교차로를 돌아 주택가를 빠져나가는 비좁은 편도 일차선 도로를 밟는 편이 빨리 도착하지.
신호가 푸른색으로 바꼈다. 천천히 액셀을 밟아 차를 느긋이 가속시킨다.
지금 우키야는 떨쳐버리려고 해도 떨칠 수 없는 그리운 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사립 다테가미 고등학교.
일찍이 이지스 극동지부로 통하는 비밀 출입구로서 기능하고 우키야와 그의 동료들이 청춘과 지구방위의 나날을 지새운 장소.  그것은 확실히 한적한 주택지 안에 있다.
- 설마 정말로 오게 될 줄이야. 꿈도 못 꿨어.
우키야는 어제 밤에 이미 결심을 굳히고 있었다. 부인 요코와 딸 아야네를 위해서도 이게 자신은 전쟁터에서 손을 떼자. 될 수  있으면 게이트도 두 번 다시 열지 말자. 과거의 저주스러운 기억은 봉인하고 무지의 일반인이 되어 나이를 먹고 싶다. 자처해서  만나러 와 준 카게야마에게는  그리 전 할 생각이었다.
그저,
그전에 우키야는 어떻게 해서도 딱 한번 더 다테가미 고등학교를 봐두고 싶었다. 이유는 자신도 모른다. 단지 절반은 꼭 보아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가까운 감정만이 있었다.
- 어찌되도 상관없어. 나는 벌써 정했으니깐, 이걸로 진짜 끝이다.
다테가미 고등학교를 보고 과거와 결별하면 더 이상 그 꿈은 꾸지 않을 것이다.
후회로 얼룩진 기억은 지워 없애고 나는 내일부터 새로운 나로 거듭 태어나면 돼.
그래 이걸로 된 거야.
하지만 뭔가 마음에 걸린다. 그만큼 결심을 굳혔을 텐데 반복해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정말 이걸로 된 걸까?" 라고
잘못했으면 모퉁이 길을 지나칠 뻔했다.
주위 경치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우키야는 전신주에 표시된 주소를 의지해 차 속도를 늦추어 전진한다. 기억 속에 있는 주택가와 지금 눈앞에 있는 낯 설은 주택가.
다음은 수태무늬인 패치워크 (patchwork : 갖가지 색깔․모양의 헝겊조각을 이어서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 내는 수예)를 머리  속으로 정리하여 겨우 목적지인 다테가미 고등학교 건물을 발견했다.
- 이렇게 학교가 작았었나.
우키야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예전 이 주위에는 세계대전 이전의 낡은 가옥이 많았고 여기저기 공터도 남아있었다. 게 중 유일하게 막 신축된 다테가미 고등 학교만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광채를 주위에 뿜어내고 있었지만,
지금은 두루 보면 족히 십 층을 넘는 맨션이 몇 채나 들어서서 좁은 통로를 더욱 깍아 먹듯이 신주거지가 처마 끝을 즐비하고  있었다. 다테가미 고등학교의 교사(校舍)는 그 속에 매몰된 낡은 철근 콘크리트 건물일 뿐이었다.
정문 바로 옆 가드레일에 차를 세운다. 우키야는 엔진을 끄고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뒤에서 빵빵하고 경종을 울린다. 
당황해서 뒤를 돌아보니 아무래도 지각인듯한 여학생을 태운 자동차가 우키야의 옆을 지나쳤다. 그리고 새된 브레이크를 울리면서 교문 저편으로 사라졌다.
- 그것 참, 교복도 바뀌었구나.
자동차에 탄 여학생은 곤색 체크치마 복장이었다. 가슴에는 다테가미 고등학교를 뜻하는 ‘사자 옆얼굴’ 상징이 달려있다.
이 시기에는 도심에 있는 사립 고등학교의 대다수가 고풍스러움이 남아있는 세일러복과 교복을 폐지하고 브레이져나 그것에 준하는 제복으로 모델체인지를 추진하고 있었다. 게 중에는 제복을 없애고 사복으로 대처한 학교도 있었다. 낡은 것을 없애고 새것으로  바꾼다. 시대는 착실히 변화하고 있었다.
우키야는 정문 앞까지 걸어가 새삼스레 교사(校舍)를 올려다본다.
딱 10년 만에 찾아왔는데 이상하게도 무감각했었다.
단지 기억만이 요동친다.
이 학교 지하 깊숙이에서 벌여진 최후 싸움의 기억만이,

그리고 다시 1970년 이지스 극동지부 지하 깊숙한 곳.

"우.... 오오오.... 아......."
사신신사와 눈을 마주보는 결과가 되었다.
이걸로 두 번째 
우키야의 시야는 서서히 탁해지고 손발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땡그랑 손에 들고 있던 목도가 바닥에 떨어진다. 그러나 우키야 본인에게는 아득히 먼 곳에서 난 소리로 들린다.
시력만이 아니라 이어서 청각도 사라진다.
"내........ 큭....... 울트라...... 진공 찌르기가..."
가슴이 답답하다. 숨을 쉴 수가 없다. 마치 빈혈이 인 것처럼 신비한 무중력감이 전신을 뒤덮는다.
털썩, 이윽고 양 무릎을 지면에 찧었다.
- 내가 쓰러진 건가? 바닥에? 목도는 어디에 있지? 아니야. 틀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녀석은 어디에? 사신신사는? 
희미해지는 의식 밑바닥에서 열심히 자신에게 묻는다. 계속 자문하지 않으면 지금도 밀려오는 어둠이 자신을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확실히 끝났군. 두 번이나 내 눈을 보았어. 그러나 이렇게 되어도 즉사하지 않다니 훌륭하네. 우키야 슌군"
저 멀리서 소리가 들려온다. 사신신사의 목소리다.
아니면 바로 근처에 있는 건가.
이미 알 수 없다. 
의식이 멀어져 간다.
차가운 바닥의 감촉도 녀석의 목소리도 주위의 자욱한 먼지 냄새도 지금 그야말로 모든 감각이 사라져 간다.
- 이걸로 끝인가. 나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 채, 이지스 동료들의 복수도 못하고 죽어가는구나.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차가운 어둠이 몸과 마음을 천천히 감싸는 기묘한 감촉만이 있다.
이것이 죽음인가?
우키야 슌은 몽롱한 가운데 이해했다. 그 때였다.
"너는 아직 죽지 않아!"
닫힌 눈커플 속에서 유백색의 따스한 빛이 떠오른다.
구름 뒤편에서 천천히 달이 얼굴을 들이 내밀 듯이,
손가락 끝의 감각이 아련히 돌아왔다.
바닥의 차가운 감촉.
미약하나마 이어서 청각도,
처음 들은 것은 어떤 이와 어떤 이의 대화였다.
"이것 참, 이렇게 직접 보니 훨씬 미인이군. 그보다 용케 여기까지 도착했어. 모니터 너머였지만 자네도 내 눈동자를 보았을 텐데"
"사람의 생명을 벌레 보듯이 생각하는 당신의 폭권을 저지하기 위해서!"
"허허, 동양의 레이디는 상당히 과격하군.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 우리들 인베이더는 사람과 닮은 무기물. 구성은 조금 틀리지만 예를들면 로봇같은 존재야. 생명이라는 관념을 올바르게 이해하라는 건 애시당초 무리한 얘기네. 그렇지 않나?"
"거짓말이야"
"호오?" 
"그만한 지성이 있으면서 생명의 의미를 이해 못 할 리 없어 .당신은 그걸 알면서 단순히 자신의 목적만을 위해서 아무렇지 않게 생명을 빼앗아"
"이런, 어떻게 해도 평행선이라는 건가. 자네들과 우리들의 가치관은 틀려. 생명을 중요시하는가 그렇지 않은가 각자의 입장이 상반되는 이상 논쟁은 무의미 해. 자네는 그쪽 나는 이쪽 피차 서로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네"
"그럼 우리들은 당신을 쓰러트릴 뿐이야"
"하하하. 이거 유쾌하군. 과연 자네들이 이제껏 수많은 인베이더를 죽인 것처럼 생명을 가지지 않은 상대라면 우격다짐을 쳐죽여도 된단 말이로군"
"모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야"
"그러니깐 말이야. 나는 자네들에게 묻고 싶어. 모든 인베이더가 자네들과 같은 인간이 변화해서 된다면 그래도 자네들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태연히 죽일 수 있을까?"
"당신....... 설마?"
"답은 몇 십 년 뒤에 나오겠지. 자네들 아이들의 세대에 자기 손이 시뻘건 피에 물든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싸움에 고파하는 미치광이가 있다면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명목하에 같은 인간을 무참히 죽여버릴거다"
"설마 그 이유로 인베이더를? 우리들을 시험하기 위해서?"
"반반이네. 뭐 어찌되든 상관없지 않나. 어차피 자네는 바로 곁에 있는 멋진 남자친구와 함께 내 눈동자에 매료되어 죽을 테니깐"
안돼.
우키야는 마음 속으로 외쳤다.
대화를 나누는 둘은 이쿠사와 루리코와 사신신사. 그리고 자신의 손가락의 감촉을 되살린 유백색 빛은 루리코가 연 생명의 게이트의 빛이라고 그는 깨닫는다.
즉, 죽음의 구렁텅이에 빠져있던 자신을 구제한 이는 이쿠사와 루리코 였다.
- 루릿페.... 도망쳐.. 도망치는 거야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곧장 일어나 사신신사에게서 루리코를 구해야만 하는데

"그럼 작별을, 아름다운 레이디여"
옅은 웃음을 띤 사신시사는 왼손을 얼굴에 쓴 안경으로 뻗는다.
"안됐지만 당신은 날 못 죽여"
쓰러진 우키야를 무릎에 눕히고 감싼 루리코는 상대방에게 압도되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그 표정엔 여유마저 있다.
"지금이야!"
루리코가 소리침과 동시에 두 개의 그림자가 통로 안에서 튀어나왔다.
"섀도우 엣지!"
"거울 벽"
카게야마 레이지 그리고 쿠로가네다.
"큭!?"
카게야마가 방출한 그림자 수리검이 사신신사 주위에 내리 꼽힌다. 이어서 쿠로가네가 만든 빛의 구체가 움츠려 들며 사신신사를 감쌌다.
"맙소사. 이쿠사와 루리코 ‘지금이야’라 우리들에게 명령하는 건가?"
카게야마는 왼손을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은 채 묻는다.
"착각하지마. 나는 너희들과 손을 잡은게 아니야" 이 말을 한 이는 쿠로가네였다.
"미안해. 하지만 너희들은 날 마이너스 게이트 키퍼로 눈뜨게 해서 이용하려고 했어. 이걸로 빚은 사라졌어"
"훗, 말은 잘하는군" 쓴웃음 지은 카게야마는 빛의 원에 갇힌 사신신사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쿠로가네가 구성한 거울 벽 그 안에 있는 한 네 사신의 눈동자는 아무런 효력이 없지. 탈출하려고 해도 내 섀도우 엣지가   네 놈을 쓸어 버릴테고, 자 어떻게 할 테냐"
어두운 통로를 마치 램프처럼 비추는 구체, 거울 벽. 사신신사는 그 안에서 재밌다는 듯이 웃는다.
"이런, 뒤쫓아 온 자네들을 눈치 못 채다니 레이디와의 대화에 너무 심취한 듯해. 뭐 기습공격만 아니었다면 내 눈동자로 자네들의 목숨을 간단히  거두어 드렸을 텐데"
"사신신사 능청떨지마라"
"응?"
"감시역인 기계장군과 백작이 사라진 지금, 너는 왜 녀석들이 준 안경을 쓰고 있지 ? 그 안경을 벗어버리면 언제 어디서든 쳐다 본 것만으로도 인간들을 살육할 수 있을 것을!"
"대단해.. 눈치 챘었나"
"아아. 그 안경은 네 능력을 제한함과 동시에 생명줄이기도 하지. 네놈은 확실히 상대에게 닿지 않아도 모든 생물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어. 허나 결코 무제한으로 가능한 건 아니야. 끝없이 생명을 흡수하면 너 자신에게도 부담이 너무 커. 생명을 앗으면 앗는  만큼 네 몸은 자기 붕괴해 가지. 그걸 예방하기 위한 안경인 셈이야"
"이런, 자네 정도의 통찰력을 가진 인간이 재차 이지스쪽으로 붙다니 난처하군"
"헛소리. 나는 선행자가 된 게 아니다. 아니 애시당초 악당이 된 적이 없어"
"그러나" 
"응?"
"나도 마지막 한 수는 남겨두었네"
사신시사는 광구 속에서 탁 손가락을 맞 부딪혔다.
"쓸데없는 발악은, 아무리 검은 양복을 불러들여도......"
"검은 양복 따위가 아니야. 훨씬 특별한 게스트지. 아무리 안내인인 그녀라도 지구 반대쪽에서 데리고 오는 것은 상당한 노동이었던 듯 해"
웃고있는 사신신사의 표정이 으스스하게 일그러진다.
아니다.
비유표현이 아니라 진짜로 사신신사의 얼굴이, 몸이 마치 매직미러에 투영된 상처럼 울룩불룩 기묘한 형상으로 일그러졌다.
"웃?"
그리고 흔들흔들 아지랑이를 닮은 진동과 함께 사신신사의 옆에 사람그림자가 희미하게 떠오른다.
"설마 저 사람은!?"
소리를 높인 건 이쿠사와 루리코였다.
사신신사 옆에 나타난 인영. 그는 다부진 체격에 멋진 센스의 양복을 입은 오십대 중반의 남성이었다. 
직접 만난 적은 없다. 그러나 그 남자가 누구인지 루리코는 알고 있다.

"이건 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죠?"

생존자를 이끌고 격납고까지 도달한 오치아이는 제자리에서 오로지 망연하게 입을 벌리고 있다.
갖가지 항공기 및 차량이 북적거리는 격납고는 인정사정 없이 파괴되어 마치 광대한 고물상 같은 양상을 띠고 있다.
" 이것도 사신신사의 소행일까요? “
"아니네.. 틀려"
토키토는 어깨에 둘러 맨 의식을 잃은 대원을 슬며시 바닥에 내려놓으면서 대답한다. 
"데이터를 믿는다면 놈의 능력은 어디까지나 생명의 박탈 뿐. 이 만큼의 전투능력은 소유하고 있지 않을 걸세"
"그런 누가?"
토키토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천천히 격납고를 둘러본다.
날개가 뜯기고 위를 향해 누운 YS-11형 수송기, 울룩불룩 짓눌린 듯한 위조버스, 듀랄루민이 기묘하게 물결치는 NF-104A 공격 전투기, 이도 저도  마치 재질체로 변질 된 듯이 일그러져 있다. 게 중에는 기묘한 오브제처럼 되어 버린 물체도 볼 수 있었다.
"폭발 또는 외부에서 강력한 힘을 가해서 파괴된 것이 아니야"
"그럼 도대체?"
"아마 공간 그 자체의 왜곡, 아무리 단단한 장갑도, 정성들여 덧붙인 보강제도 전혀 그 기능을 다하지 못 하네. 이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이 저항할 수 없는 불가침의 힘. 그렇네, 삼차원 공간을 뒤튼 파괴의 흔적일세."
"공간을......."
"인베이더 간부가 아니네. 내가 아는 한 이 능력을 가진 이는.........."
  1. 게이트를 여는 자들 "이지스 총사령관!" 루리코는 소리쳤다. 사신시사 옆에 서 있는 이는 사진에서만 본 뉴욕 총본부에 있는 이지스 총사령관이었다. "속지마" 스윽하고 카게야마가 몸을 앞으로 내민다. "어떤 방법으로 수천 킬로가 넘는 거리를 초월해 데려 왔는진 모르겠지만 이 녀석은 인베이더 미확인 간부, 무한마수가 변신한 모습" "무한마수?" "참, 그때는 의식을 잃었었지. 뭐 요약하면 사신신사는 총사령관으로 하한 이 녀석을 이용해 이지스를 해체로 내몬다는 수법이다. 카게야마는 말을 하면서 큭큭하고 웃는다.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냐? 이지스 총사령관의 모습을 모방한 무한마수를 불러들였다고 해서 네 놈들이 수세 몰린 건 변함이 없다. 장군과 백작에게서 무한마수의 능력은 들었다. 분명히 강력한 살상력을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먹어버린 상대의 모습, 그리고 기억을 복사하는 정도의 능력. 이 때까지 은밀히 각국의 지도자를 먹어치우고 뒤에서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겠지......." "우키야 선배님 -!" 카게야마의 뒤에서 여음을 동반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루리코는 곧바로 반응했다. " 카오루!? “ 어두운 통로 안 쪽에서 달려 온 사람은 박격의 게이트 키퍼 코노에 카오루였다. "이쿠사와 선배님!? 걷기다 쿠로가네 선배에다 카게야마 레이지도?" "서명은 나중에 할 게! 지금 이 둘은 같은 편이야!" "같은 편이라니? 하지만 우키야 선배님은 스러져 있잖아요?" "우키야군은 괜찮아. 앞으로 몇 분 더 생명의 게이트의 힘을 The아부으면......... 그것보다 메가네군과 반쵸는?" "메가네군은 병원에 있어요. 도중에 반쵸도 발견해서 우선 안전한 지상에 옮기고 왔어요. 하지만 그 탓에 늦어졌어요" 둘의 대화를 가로막듯이 다시 말을 내뱉는 가케야마. "아시다시피 게이트 키퍼가 한 명 더 늘어났다. 이지스 총사령관의 모습을 빌린 무한마수를 불러내어 우리들을 방심케 만들 속셈이었나? 너로선 얕은 판단이로군. 사신신사" "정말 그리 생각하나? 확실히 무한마수의 능력은 먹어치운 상대 능력의 복사. 하지만 말이야, 지식이나 기억 그리고 그 상대가 간직한 진짜 능력까지 완전하게 복사 할 수 있다면?" "웃, 이지스 총사령관일지라도 단순한 인간. 뭘 할 수 있지?" "뭐 Mr 토키토라면 알고 있겠지만 이지스 안에서도 S랭크에 해당되는 최고 기밀.. 그걸 자네들이 모르는 건 무리가 아니야" "뭐?" "자, 무한마수여. 아니, 이지스 총사령관. 당신의 능력을 여기에 모인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듬뿍 베풀어 주소서" "우...... 오오오........... 아아....." 천천히 앞으로 나오는 이지스 총사령관. 그대로 양 손바닥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양손을 뻗었다. 울렁울렁 별안간 총사령관의 모습이 수면에 비친 모습같이 일그러진다. 총사령관의 모습뿐만 아니라 그 주위의 경치도 똑같이 흔들리고 있다. 이어서, 쭉 내민 양손의 선단에 오랜지색 빛깔의 원이 떠올랐다. "설마 게이트를?" 아무리 카게야마라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설마 이지스 총사령관이 눈앞에서 게이트를 열 줄이야.

"우오오오오오!"

총사령관의 모습을 한 무한마수가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을 질렀다. 게이트 링이 확장 돼 경치가 세차게 일그러져 간다.
울렁이는 왜곡은 그 자체가 생물인 마냥 통로 천장을, 벽을, 바닥으로 범위를 넓혀간다. 꽈베기 전염병이다. 아니면 거울 마냥 잔잔한 수면에 조약돌을 던졌을 때 생기는 파문 같은,
"공간이 뒤틀리고 있는 건가!?"
뒷걸음질치면서 가게야마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앞에서 사신신사를 감싼 쿠로가네의 배리어도 비누거품처럼 일그러져 이윽고 갈라진다.
"이럴수가 , 내 거울 벽이?" 
"섀도우 엣지!"
카게야마는 속박이 풀린 사신신사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그림자 수리검을 쏘았다.
그러나, 
"헛수고야" 
그 말대로 방출된 그림자 수리검은 다른 방향으로 휘어서 그대로 사신신사의 머리 위를 뛰어넘어 통로 안으로 사라졌다.
왜곡이다.
총사령관이 만든 왜곡장이 섀도우 엣지의 궤도를 구부린 것이다.
그렇다. 방금 전 우키야의 군신의 일격인 울트라 선풍 찌르기의 궤도가 휜 것도 여기 총사령관의 능력 탓이었다.
"이것이 총사령관이 열 수 있는 왜곡의 게이트, 삼차원 공간을 뒤틀어 도달하는 모든 공격을 피할 수 있지"
사신신사의 설명은 한 층 이어진다.
"그도 공짜로 총사령관직을 역임하고 있었던 게 아니야. 어쩌면 이지스에 소속한 이 중에서는 최강 레벨의 게이트 키퍼라 할 수 있지. 이지스를 창설 할 새도 없었을 때 이 능력을 사용해 수많은 인베이더를 장사 지내왔네. 하긴 지금에 와서는 거대 이지스에 있어 단순한 공무원으로 전략했지만 말이야. 그렇기에 순간이동해서 배후를 노린 무한마수를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그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먹혀 버렸지.
옳거니 그러고 보니 자네가 일으킨 국회 점거 사건, 그 때 동양의 섬나라인 일본을 잘라버리라고 명령을 내린 인물도 여기 이지스 총사령관이네 “
"그것이 어쨌다는 거냐?"
"그도 또한 인간이면서 인베이더에 가까운 한 사람이라는 뜻이야. 그러니 빨리 무한마수의 먹이로서 우리 쪽으로 오는 편이 그도 기뻐하지 않겠나"
"우오오오오오 아아아아아아!"
포효를 지르는 이지스 총사령관. 지금 그의 속은 무한마수다.
하지망 육체와 능력은 왜곡의 게이트 키퍼인 이지스 총사령관인 채, 실로 최악 최흉의 상대다.
"자아, 무한마수야. 자네가 얻은 공방일체인 왜곡의 게이트의 힘으로 이 극동지부를 산산히 박살내어 내 앞을 막아서 게이트 키퍼들을 일망타진 해주게"
총사령관의 눈앞에 펼쳐진 게이트가 한층 넓어졌다.
왜곡은 통로를 한가득 메우고 드디어 격렬한 신축운동에 견딜 수 없게된 벽면이 소리를 내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공간 왜곡은 강한 조석(潮汐 : 조석간만의 차)을 낳는다. 달의 중력으로 일어나는 조석간만의 차와 피차일반이다. 그리고 달의  중력은 해수만이 아니라 실은 미묘하게 지구의 암반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만일 달의 중력이 지금의 수배로 부풀어오르면  지구는 형태가 바뀌어 끝내 산산이 붕괴해 버릴 것이다.
왜곡의 게이트는 공간을 비트는 것으로 이와 같은 작용을 보다 부분적으로 발생시키는 것이다.
고고고고...........
땅울림 비슷한 소리가 사방팔방에서 나기 시작한다.
왜곡된 공간이 구조물을 비틀어서 단숨에 붕괴를 진행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신신사. 네 놈 좋을 대로 두지 않겠다"
굉음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카게야마는 집중한다.
슝,
전개된 칠흑이 게이트에서 검은 그림자덩이가 흘러넘친다.
"다크 디맨션!"
카게야마의 최강기술.
대상을 어둠으로 감사 이 세상에서 소멸시키는 허수공간으로 보내는 함정이다.
"카게야마군 헛수고야"
그 말 그대로였다. 날라 간 그림자 덩이는 사신신사와 총사령관의 앞에서 괴로워 몸서리치듯이 울렁거리다 그대로 운산무소(雲散霧消 : 구름이 흩어져 안개가 되어 사라짐) 되었다.
"그럼, 우선 자네부터"
사신신사는 눈길로 신호를 보낸다.
총사령관의 모습을 한 무한마수는 내민 손을 카게야마에게로 향했따.
공간의 일그러짐이 먹이를 노리는 촉수처럼 뻗어온다.
"큭!?"
카게야마 주위의 공간이 울렁울렁 울렁인다. 삽시간에 바닥과 천장이 작렬음과 함께 산산조각났다.
"우오오오오!"
바로 지금 와륵(瓦泐 : 깨진기와 조각)과 자갈 소용돌이가 카게야마를 집어삼키려고 했을 때,
"강철 벽"
주위에 배리어가 쳐졌다.
쿠로가네다.
"쿠로가네, 신세를 졌군"
"후후, 꼭 이렇다니깐"
"?"
"너는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뜻이야"
쿠로가네가 연 철벽의 게이트. 게이트에서 발현된 물리 배리어로 밀려오는 소용돌이는 막았다. 그러나,
"배리어 채로 생매장되어선 살아날 가능성도 없을 걸"
사신신사의 말이 옳다. 공간의 왜곡이 서서히 격해져 간다. 거기에 호응해서 천장의 두터운 철골과 파이프가 무너져 내렸다. 수면에 살얼음이 깔린 것 마냥 쩌-억하고 바닥도 짝 갈라져 탕 틈새로 와륵이 쏠려 들어간다.
"쿠로가네, 배리어 해제다. 저 왜곡의 게이트를 봉해야 돼"
"안돼. 지금 배리어를 해제하면 왜곡공간에 몸이 노출 돼. 강도 높은 콘크리트나 철골조차 비틀어 버리는 강력한 왜곡장이야.  인간의 맨 몸으로는 육체가 그 즉시 갈갈이 찢겨 버릴거야"
쿠로가네가 더 냉정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실제 아까 배리어를 치는 속도가 조금이라도 늦었더라면 지금쯤 카게야마는 왜곡에 휩쓸려 무참한 고기덩이가 되었을 것이다.
배리어를 쳐서 몸을 보호하는 둘은 동작을 취할 수 없는 수세에 몰렸다. 
그렇다. 지금 이러는 동안에도 왜곡장의 여파는 통로전체에 미쳐 극동지부 전체를 붕괴시킬 정도의 위세로 커져간다.
통로는 왜곡장에 의해 흔들리고 심하게 물결친다. 그 한 구석에 우키야를 필사적으로 감싸려는 이쿠사와 루리코가 있었다.
"우키야군, 제발 지금이야! 사신신사가 카게야마군에게 정신을 팔고 있는 지금 뿐이야!"
루리코는 쓰러진 우키야의 손을 꾹 쥐었다. 거기를 밝힌 희미한 유백색의 빛, 생명의 게이트에서 끌어온 회복의 에너지다. 문득 루리코는 떠올린다. 예전에도 이렇게 우키야의 손을 쥐고 마지막 힘을 전해준 적이 있다. 유치원생이었던 시절 헤어진 둘이 재회를 한 그 날, 우키야가 거대한 철구 인베이더의 공격을 받고 쓰러진 일을,
"우키야군 그 때처럼 일어나. 너라면 할 수 있어. 다시 일어나서 사신신사에게 개죽음 당한 모두의 복수를........."
"우....... 우우........"

우키야가 작게 신음했다.

"우키야군?"

그 둘의 머리 위에, 
마침내 천장이 여음을 발하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없이 넓어져 가는 왜곡공간에 의해 결국엔 통로전체가 붕괴를 시작한 것이다.  무수한 콘크리트 파편과 함께 거목 같은 철골이 떨어져 내린다.
바로 루리코와 우키야의 머리 위,
"앗!" 하고 루리코는 작게 비명을 지르며 절망 속에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이쿠사와 선배님, 우키야 선배님!"
뛰어 온 카오루가 착하고 낙하하는 철골을 떠받든다.
"괜찮아요?"
"카오루!?"
"천장 전체가 무너지기 전에 어서 우키야 선배를 데리고 피하세요.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요. 어서!"
"안돼. 카오루 안돼! 이 상태로 우키야군을 움직이게 하는 건 너무 위험해! 지금 여기서 생명의 게이트의 파워를 주입해서   회복 시켜야 해. 잘못되면 영원히 눈을 안 뜰지도 몰라!"
"하지만 서두르지 않으면 모두 생매장 당해요!"
"괜찮아"
"에?"
"우키야군이라면 반드시 해결 해 줄 거야. 그래서 나도 이렇게 모든 게이트 파워를 주입하고 있는 거야"
"모든 이라면........ 그런 짓을 했다간 이번엔 이쿠사와 선배가!?" 
"나는 신경 안 써"
"이쿠사와 선배님, 하지만 !"
"그보다 카오루야 말로 서둘러!" 
"농담하지 마세요! 이쿠사와 선배님에게 연애사업에서 진데다가 이지스 극동지부 최후의 싸움에서 질 순 없잖아요!"
"카오루........"
"그리고 아까 반쵸랑 약속했어요. 반드시 우키야 선배님을 지킨다. 그리고 우키야 선배님과 같이 모두의 복수를 한다고"
카오루가 떠받치는 철골 위에 계속해서 와륵이 떨어지고 있었다.
"사신신사 놈. 이지스 총사령관의 숨은 능력을 간파하고 이지스 붕괴극과 더불어 자신의 장기말로 삼을 줄이야"
카게야마는 고된 듯이 중얼거린다.
벌써 배리어 주위는 어마어마한 모래먼지와 와륵의 도가니로 변해 있었다. 분명히 이대로라면 생매장 당할 것이다. 하지만 섬짓한 공간 왜곡의 파동이 카게야마와 모두에게 미치는 이상 우매하게 배리어를 해제 할 수 도 없다.
"진퇴양난이로군" 
"아니야, 그리 비관할 일도 아니지" 쏟아지는 와륵의 저편, 총사령관 뒤에 가만히 서 있는 사신신사는 냉소를 지었다.
"자네들 인류 평화의 요새, 이 이지스 극동지부와 함께 생매장된다. 그건 그걸로 꽤 멋지지 않나?"
"네 놈 두려운 거지?"
"무엇이 말이냐?"
"이 몸의 마이너스 게이트가" 카게야마는 왼손을 뻗어 칠흑의 게이트를 전개해 보였다. 인베이더들이 탄생한 어둠의 문, 모든 싸움의 원천인 마이너스 게이트다.
"아아, 맞아. 소름끼쳐. 우리들 오리지널 인베이더의 유일무이한 약점, 이 정도 거리라면 끄덕 없지만 근거리라면 얘기가 다르지. 본디라면 마음이 일그러진 인간만이 열 수 있는 법이거늘"
"아아, 확실히 이상한 일이지. 나는 뿌리까지 선인이니깐. 하지만 너무 착해서 꼴사나운 인간들을 계속 미워할 뿐이야"
"후후, 하하하하, 핫핫핫 사신신사의 드높은 웃음은 무너지는 와륵 소리에 지워졌다.
"뭐, 좋아. 무한마수여 왜곡의 게이트를 풀 오픈해서 그와 그녀를 공간 채로 짖이겨 버리게"
"쿠로가네 간다" 라고 카게야마는 귓속말로 쿠로가네에게 전한다. "찬스는 단 한 번뿐이다. 네가 게이트를 해제 한 순간 낙하하는 와륵을 가로질러서 놈들의 품속으로 파고든다. 운이 좋으면 칠흑의 게이트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을 거야"
"..........."
"무슨 말했어?"
"응, 죽지 말라고"
"알았어......"
"우오오오오오오오!"
총사령관의 모습을 한 무한마수가 절경을 내지른다.
눈앞의 게이트가 더욱 크게 팽창해 간다.
"쿠로가네 지금이다!"
"강철 벽 해제!" 
순식간에 눈앞에 있던 빛의 벽이 사라졌다.
카게야마는 낙하하는 와륵을 불과 몇 센티 차이로 계속 회피하면서 단숨에 사신신사를 향해서 돌진한다. 왜곡장의 영향으로 손발이 마구 찢어지는 감각을 맛본다. 전신을 관통하는 충격. 뼈 몇 군데가 부러진 듯하다.
피부가 찢겨 새빨간 피가 세차게 솟아 나온다. 하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놈들의 눈앞에, 근처까지 도달하기만 하면.
"나의 칠흑의 게이트로!"
"아쉬워"
"웃!?"
사신신사는 카게야마의 움직임을 읽고 있었다.
"자네의 위치는 여기서도 확연히 보이네"
전방,
사신신사가 안경을 벗고 서 있다.
살육의 눈동자가 반짝하고 빛났다.
"우...... 큭......!?"
순간 카게야마의 몸에서 모든 힘이 빠져나갔다.
발이 납덩이처럼 무거워져 그 장소에 넘어진다.
"이걸로 충분해. 남은 건 자멸 할 뿐"
사신신사가 말을 마치기보다 빨리 무너져 내린 와륵과 철골이 쓰러진 카게야마의 머리 위에 쏟아진다.
"칫......."
피할 수 없다.
무방비 상태로 사신신사의 시선을 받았기 때문에 몸 전체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카게야마는 시선을 돌리려고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듯이 덮쳐오는 와륵을 눈도 깜짝하지 않고 쳐다보고 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와륵이 카게야마를 짓누르려고 했다.
다음 순간,
얼어붙었다.
존재하는 그 모든 것이
떨어져 내리는 와륵도, 철골도, 비틀려 흔들리는 공간 그 자체도, 모든 것이 하얗게 얼어붙고 만 것이다.
"이것은..........?"
망연히 지켜보는 카게야마.
마치 장면을 정지시킨 것처럼 자신 머리 바로 위의 와륵과 철골이 꼼짝도 않고 정지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기묘한 광경인가.
더욱 신기한 것은 카게야마 자신은 극히 평범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시간이 멈춘게 아니야. 마치 공간 그 자체가 얼어붙은 것 같이........."
얼마 안남은 힘을 두 팔에 끌어 모아 몸을 약간 일으키는 카게야마. 그러자 그의 볼에 어떤 차가운 것이 닿았다. 어딘지 그리운 동시에 허무함을 느끼게 하는 감촉.
"눈............"
꽃잎 같이 바로 앞에 하늘하늘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설마 공간채로 얼어붙게 만들었단 말인가?"
카게야마는 기척을 느껴 뒤를 본다.
그곳엔 하얀 기모노를 입은 호죠 유키노가 서 있었다.
"너는 토쿄 타워에서 내 행동을 봉했던!?"
잊을 수 없다. 칠흑의 게이트 로봇에 타서 우키야 슌이 탄 게이트 로봇에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던 때, 독같이 강제 냉각 능력을 사용해 방해한 고 레벨의 게이트 키퍼가 있었다. 본 바로는 어린 소녀지만 명백히 자신을 능가하는 힘을 지닌 수수께끼의 게이트 키퍼.
"호죠 유키노........"
벗어난 장소에서 쿠로가네가 중얼거렸다.
"호죠 유키노?" 그 말을 듣고 카게야마는 반사적으로 혼잣말한다.
"이것으로 당신들이 나아갈 길을 열렸으니깐" 
호죠 유키노는 기어 들어갈 듯한 목소리를 남기고 천천히 사라져 간다.
순간이동이다.
그리고 동시에,
"우오오오오오오오!"
어딘가에서 우렁찬 기합소리가 들려왔다.
카게야마는 순간 소리가 나는 쪽을 본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우키야!?"

"비켜, 카게야마마마마마!"

완전 회복을 이룬 우키야 슌이 슈퍼 목도를 손에 쥐고 돌진해 온다.
이쿠사와 루리코가 나눠 준 생명의 게이트의 힘을 빌어 지금 우키야 슌이 부활한 것이다.
"그만둬 우키야! 그대로 돌파해도 놈에게 살육의 눈동자가 있는 한"
"알아!"
"그러면 기다려! 녀석을 쓰러트릴 방법은 나와의 동시공격 말고는 없어!"
"아니, 네 힘은 안 빌려. 내 손으로 모두의 복수를!"
돌진하는 우키야는 멈추지 않는다. 카게야마의 제지도 무시하고 사신신사와 무한마수에게 쏜살같이 달려간다.
와륵과 철골은 유키노의 능력 덕에 얼어 붙어 있다. 발디디기에 문제는 없다.
남은 장애물이 있다면,
"또 덤비겠다는 건가. 꼴불견이군. 내가 카게야마군을 상대하는 틈에 레이디와 함께 냉큼 꽁무니를 뺄 것이지"
사신신사는 안경테두리로 손을 가져간다.
"세 번째도 마찬가지다.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숨통을 끊어주마"
말하면서 사신신사는 안경을 벗는다.
"더 이상 같은 수법은 안 통해!"
우키야는 목도를 좌우로 흔들었다.
질풍의 게이트에서 끌어온 풍압이 온사방으로 퍼진다.
"이것은?"
저 사신신사가 처음으로 동요하는 목소리를 냈다.
눈이다.
우키야가 일으킨 바람이 동결된 와륵 표면의 서리를 휘 날리게 해 즉석 눈보라를 만든 것이다.
새하얀 눈의 난무(亂舞).
모든 것이 하얀 빙운에 묻혀서
사신신사의 시계가 사라져 간다.
"이래선 내 살육의 눈동자가!?" 
"상대방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 자랑스러운 눈동자는 쓸모 없을 걸!"
하얀 눈보라 저편에서 우키야의 목소리만이 다가온다.
가깝다.
"무한마수! 게이트 풀 오픈이다. 왜곡 장벽을 만들어!"
"우.......오오오오......"
눈앞으로 손을 뻗어 왜곡장을 넓히는 무한마수. 얼어붙은 와륵과 철골이 기묘한 형태로 일그러져 간다. 삼차원 왜곡장의 최대발현. 마치 천장과 벽에 믹서기를 돌린 것처럼 공간이 뒤틀려 심하게 분쇄되어간다. 하지만 그 때문에 와륵에 붙어있던 서리가 세차게 날아올라 사신신사의 시야를 더욱 앗아간다.
"예상하던 바다!"
"우키야 슌 어디냐?"
"네놈들이 공간을 왜곡시키면 왜곡시킬수록!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네놈들이 어디 있는지 안다라는 전법이다! 그래! 왜곡 공간의  중심! 그 곳에 네놈들이 있어!"
"그럼 날려 봐라. 자만의 기술을! 왜곡장에 가로막힐 뿐이다."
"아아 좋지!"
빙운이 더욱 세차게 날아오른다. 
눈보라를 초월한 마치 눈폭풍이다.
"울트라 선풍 베기이이이이!"
드디어 우키야는 눈폭풍 건너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왜곡장의 정 가운데,
아니다.
정반대 방향
즉 사신신사의 뒤에서,
우키야는 눈폭풍에 섞여 어느새 그들의 배후로 돌아 들어간 것이다.
"두 놈 다 한꺼번에 뒈져 버려라 - !"
목도를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든 자세로 점프를 하는 우키야.
바로 밑에는 사신신사와 무한마수가 있다.
우키야는 아무 주저없이 손에 든 슈퍼목도를 내리쳤다.
다음 순간, 
무한마수가 연 왜곡의 게이트가 끝없이 펼쳐져 어마어마한 왜곡이 극동지부 전체를 집어 삼겼다.
  1. 이어져 가는 궤적 "우키야, 역시 여기에 있었나......." 서 있는 이는 선글라스를 낀 카게야마였다. 1985년 다테가미 고등학교 정문. 카게야마와 우키야 둘은 눈앞에 우뚝 솟은 교사를 올려다본다. "잘도 맞췄어" " 집에 전화했더니 부인이 받고는 알려줬어 “ "재미없는 증명식이로군" "그리 굴지마 “ 카게야마는 피식 웃고서 선글라스를 손가락 끝으로 들어 올렸다. "요코씨였나. 착실하고 좋은 여자를 만났구나" " 그것도 조사한 거냐? “ "지금의 너를 보고 문득 그렇게 생각한 것뿐이다" 음악실일까 희미한 피아노소리가 들려온다. 드뷔시(DEBUSSY : 프랑스의 인상파 작곡가) 연주곡인 듯 하다. 어딘지 모르게 서투른 연주가 우습다. "그래서 결심은 선거냐?" 라고 묻는 카게야마 물론 우키야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미안, 못해. 나는 더 이상 싸우지 않아. 앞으로는 새고 샌 평범한 남편으로서 그리고 아버지로서 평온한 나날을 보낼거다. 신변에 인베이더가 나타나 아내와 아이가 위험에 처했을 때만 싸운다. 가족 이외의 인간이 어찌되든 내 알바아니야. 인간들이 마음대로 인베이더로 변해간다면 그건 그걸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대답하려고 했다. 그러나, "솔직히 나는 모르겠어" 흘러나온 말은 우키야 자신의 심정과는 상반되는 것이었다. "그렇겠지. 이 곳 다테가미 고등학교로 발걸음을 옮긴 것 자체가 네 망설임을 말해주고 있어" 카게야마는 나직히 계속 말한다. "그건 그렇고 이 교사의 벽도 상당히 때가 많이 탔어. 빠른 시일 내에 대규모 개조공사를 해야 겠군" "마치 이 학교의 소유주 같은 말투로군" 이라며 우키야는 웃는다. 카게야마는 웃음으로 대변한다. "몰랐나? 다테가미 고등학교의 대부분은 내가 낸 기부금으로 꾸리고 있어. 사실상 내가 이 학교의 오너인 셈이지" "이거 놀라운데, 최근에는 학교 법인에도 손을 대고 있나?" "멍청한 소릴, 그다지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사립 고등학교다. 돈벌이로는 꿈도 못 꿔. 단지 그냥 보고 지나칠 수 없었다. 지금도 이 지하에는 극동지부의 흔적이 남아있어. 만일 경제난으로 이 학교가 망해 봐. 교사는 후딱 허물어 버리고 곧장 맨션이나 주거지로 만들어 버릴거다" "상관없잖아. 어차피 아무도 출입하지 않는 폐허다. 그 대부분도 그 때의 싸움으로 와륵으로 메워져 버렸고" "응 그렇겠지. 아니면 감상에 빠진 걸지도 몰라" "감상? 농담이겠지. 이지스에 소속하지 않은 네가" "물론 이지스에 대한 감상이 아니야. 그 시대 아직 내가 미래에 대한 아련한 희망을 품고 있던 시절에 대해서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미풍이 인다. 그 바람을 타고서 옥상에서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체육 수업 같다. 여학생들의 쾌활한 목소리다. "운동장도 죄다 사라졌다. 수영장도 테니스코드도 지금은 철조망에 둘러쌓인 교사 옥상에 있지" 우키야는 대답하지 않는다. 카게야마는 약간 시간을 두고 "조금 걸을까?" 하고 말했다. 체육관은 개조되어 예전 보다 한둘레 작아졌다. 한 때 교정 주위에는 큰 포플러 나무가 늘어서 있었지만 지금은 무기질적인 큰크리트 벽 밖에 없다. 그 바로 건너편은 새로 지은 주거지가 처마 끝을 즐비하고 있었다. "이봐, 우키야. 너 이런 생각 해 본적 없어?" "뭘?" "만일 인생이 이야기라고 한다면 과연 자신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날까하고" "애 같은 발상이로군. 인생은 이야기가 아니고 영화나 소설 같이 판에 박힌 해피엔딩이란 있을 리 만무해" "우키야. 어른다운 발언이로군. 그래 확실히 그 말 그대로야. 서른도 넘어서 이 세상에 경사났네 경사났어란 해피엔딩 같은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아버리고 말았다. 때로는 행복한 순간에 맞닥드려도 결국 그것은 불행의 전초일 뿐이고 자신에게 불행한 일만 일어난다고 한탄해도 살아있기만 하면 언젠가 자그마한 행복에 해후 할 수도 있어” 둘은 교정 구석을 빠져나와 중정으로 들어갔다. 기나긴 복도로 연결되는 두 교사의 사이. 걸으면서 카게야마는 여전히 말을 계속한다. "맞아. 살다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어. 거꾸로 말하면 인생의 어떤 시기를 떼어놓느냐에 따라 그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냐 배드 엔딩이냐로 시시각각 변하지. 하지만 살아있는 한 인생의 어느 일부분을 떼어놓기란 불가능해. 갖가지 라스트신이 교차하고 방금까지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곧 배드 엔딩으로 바뀌지. 희극과 비극, 인생은 그것의 반복이야" "꽤 달관된 사리판단법이군" 하고 우키야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리고 계속 말한다. "카게야마, 그래도 그건 관념적인 사리판단에 불가해. 본인의 생각 여하에 따라 행복한가 불행한가가 결정되는 거야. 타인이 봐서 불행의 도가니에 있는 것처럼 보여도 장본인 자신은 행복할 지도 몰라. 반대로 남이 봤을 땐 행복해 보여도 자신은 불행의 도가니에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겠지" "물론, 그건 예상의 범주다. 하지만 세상에는 실제 매사를 겉만 보고 판단하는 인간이 다 수 있어. 아니 틀림없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매사를 헤아리지 아니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꼬맹이 같은 어른들. 자신이 해를 입는덴 민감하지만 상대방에게 해를 끼치는 데는 둔감한 인간들. 그러니깐 인베이더를 증가시키는 온상이 된다고 볼 수 있지 " 카게야마는 거기서 한 박자 쉬고 우키야를 쳐다본다. "그래서 말이지 우키야 네게 질문이 있다" "갑자기 정색하고 뭐냐?" "직접 물어보고 싶었다. 너는 지금 행복하냐? 만일 여기서 네 생명이 다 해도 네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거냐?" "그것은........" "진부한 대답을 듣고 싶은 게 아니야. 네 자신의 마음 속 깊이 감춰진 진짜 대답이 듣고 싶다. 알겠지?" "내 대답은......" 얼떨결에 말을 우물거린다. 마치 간흠천(間欠泉)마냥 여러 가지 기억이 솟구쳐 나온다. 우키야는 15년 전으로 되돌아 갔다. 장소는 똑같이 이 곳 다테가미 고등학교 중정. 1970년 5월 싸움은 끝났다. " 우키야군, 이쿠사와군, 코노에군, 여기에는 없지만 반쵸군에 메가네군, 그리고 카게야마군, 쿠로가네군 잘 해주었네 “ 동틀 녘, 다테가미 고등학교 중정. 우키야는 비상구를 통해 생존자들과 함께 지상으로 빠져나왔다. 토키토는 풀죽어 잠자코 있는 게이트 키퍼의 노고를 치하하고 있었다. "어쨌든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생존자들을 병원으로 옮기게. 괜찮아. 극동지부는 붕괴했을지언정 이지스의 기능자체가 정지한 셈은 아니야. 도시내부에는 무수한 전용설비가 남아있고 각지에 있는 대원도 많아" 그리고 토키토는 상처투성이인 우키야가 앉고 있는 이쿠사와 루리코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이쿠사와군도 분명 회복 할 걸세. 지금은 지나친 게이트 능력의 남용으로 인한 일시적 기절증상 일뿐이네" "사령관님 유감입니다" "우키야군 무슨 말인가?" "저는 잘한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 실제 자네들은 적은 전력으로 인베이더의 미확인 간부, 사신신사와 무한마수를 격퇴했고....."

"아니야, 아니에요. 그 때 나는 보았어요. 확실히 총사령관의 모습을 빌린 무한 마수는 내 울트라 선풍 베기로 산산조각 냈지만 사신신사는, 이 극동지부를 엉망진창으로 만든 장본인인 그 녀석은........"

"아마도 유령소녀의 짓이겠지. 사신신사는 하얀 그림자에 인도되어 홀연히 자취를 감췄어" 우키야의 대사를 이어받아 카게야마가 말했다.

"그건 틀림없는 순간이동이야" 
그리고 시선을 돌려 중정 외딴 곳에 있는 긴 복도를 쳐다보았다.
"그래 저기에 서 있는 호죠 유키노와 같은"
복도에 희미한 빛이 떠오른다. 뒤이어 호죠 유키노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르게 모두의 안부를 염려하고 있었던 듯 하다.
"맞아. 자네도 같이 싸워 주었지. 고맙네 유키노군"
토키토는 유키노에게 말을 건넸다. 허나 유키노는 지그시 모두를 계속 지켜 볼 뿐이다.
"정말 기묘한 싸움이었어. 결과적으로 게이트 키퍼즈대나 호죠 유키노와 공동전선을 펼치게 될 줄이야" 카게야마는 토해내듯이 말을 던지고 쿠로가네에게 말을 건넸다.
"쿠로가네 어깨 좀 빌려줘. 간다"
"알았어......"
살짝 달라붙는 쿠로가네, 강한 척은 해도 카게야마 또한 왜곡의 게이트로 인해 상당한 데미지를 받았다. 본디 서 있는 것도 힘들 터이다.
"기다리게 카게야마군" 토키토는 불러 세운다.
"아직 무슨 볼일이라도 남아있습니까?"
"자네는 앞으로 어쩔 셈이지?"
"뭘하든 간에 앞으로 인베이더들은 제멋대로 날뛸 겁니다. 인간사회에 조용히 잠복해서 무기질에서 유기물로 그 성질을 바꿔가겠죠. 모든 인간이 인베이더화 되는 그 날까지 놈들의 보이지 않는 침략은 계속 됩니다"
"그럼 우리들과 함께 싸우지 않겠나?"
"이지스가 붕괴했는데도 그러십니까?"
"확실히 각국의 지부가 괴멸했네. 그러나 이대로 끝내지 않아. 사신신사의 의도가 진짜 전 인류의 인베이더화라면 나는 세계 각국에 그 위험을 호소해서 이지스 재건에 전력을 다 할 걸세"
"토키토 사령관님 정말 가능하리라 보십니까? 인간 그 자체가 인베이더로 변한다는 둥 일소에 붙여지는 건 명백합니다. 놈들은 이 때까지의 실패로 학습했습니다. 타입 후쿠오카나 타입 니시야가 태어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인베이더가 자신들의 판도를 넓히기 위해 시행착오 끝에 생산한 실험체. 그리고 마침내 놈들의 침략은 최종단계로 돌입했습니다. 긴 세월에 걸쳐 놈들은 인간에 동화해 갈 겁니다. 스스로를 바이러스 같은 원자로 바꾸어 살아있는 인간에게 달라붙어 발병하는데 몇 십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분명히 인간들을 변질시켜 갑니다. 기나 긴 잠복기간이지요. 그러나 반대로 그 긴 잠복기간이 놈들의 침략을 기정사실화 시킬겁니다"
"그럼, 앞으로 자네는 어찌 할 생각인가?"
"글쎄요, 이 세상에 흘러 넘치는 버러지들이 인베이더로 된다면 염려 없이 말소 할 수 있지만......." 
카게야마는 쿠로가네에게 기대면서 걷기 시작한다. 이어지는 말을 어깨 너머로 던졌다.
"그렇지 않은 인간도 얼마 안되지만 남아 있습니다. 인베이더로 전략한 버러지들을 일소하고 그 뒤에 남은 진짜 훌륭한 인간들을 통솔 해 이상적인 국가를 건설하는 것도 반드시 나쁜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카게야마군 그건......." 
"그럼 이만"
그것이 카게야마의 마지막 대사였다.
카게야마를 부축한 쿠로가네가 잠시 돌아보고 짧게 인사를 한다.
둘은 아직 어두컴컴한 동틀 녘의 번화가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저대로 보내도 괜찮을까요?"
오치아이가 토키토에게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
"소용없네. 그는 그야. 언젠가 때가 되면 한 번 더 느긋이 대화를 하고 싶지만, 어쨌든 지금은 부상자를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급선무야" 
"그렇겠죠....."
뒤를 둘러보자 지면에 축 쓰러져 있는 이지스 대원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극동지부에는 수백 명이나 되는 대원들이 있었다. 그것이 지금에 와선 수십 명 정도로 줄어들고 말았다.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와륵과 같이 깊고 어두운 지하에 매몰되었다.
"내가.... 내 힘이 부족했기에......"
나직하게 떨f고 있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루리코를 감싸앉은 우키야의 목소리였다.
"결국 모두의 복수도 갚지 못했어. 아무 저항도 못 한 채..... 사신신사에게 만신창이가 되도록 당하기만 하고......."
"우키야군 자신을 책망하지 말게. 자네는 열심히 게이트 키퍼즈대로서 책임을 완수해 주었어"
토키토는 우키야의 어깨에 살짝 손을 얹었다.
"그래요. 우키야 선배님만이 모든 책임을 떠맡을 건 없어요. 저도 동감이에요 눈앞에 간부가 있었는데 손가락만 쪽쪽 빨며 보고만 있을 뿐, 내가 좀 더 사력을 다했더라면 어쩌면 사신신사를 쓰러트렸을지도 모르는데......"
카오루도 열심히 말을 잇는다.
"아니, 역시 내가 제구실을 못 한 거야. 루릿페가 목숨을 걸고 열어 준 생명의 게이트의 힘을 빌었는데도 정작 나는 사신신사를 놓쳐버리고.....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두 번씩이나 싸웠으면서 결국 녀석에게 기스 조차 낼 수 없었어. 무기력하게 그저 쓰러져 있었을 뿐..... 나는...... 나는........"
우키야는 말을 하면서 손에 쥐고 있던 목도를 내동댕이쳤다. 목도는 건조한 소리만을 남기며 지면을 뒹군다.
그 건너편 복도에서,
"아............?"
쓸쓸한 표정을 지은 유키노가 천천히 자취를 지워간다.

"내 대답은........."

계속해서 솟구치는 과거의 기억이 우키야의 대답을 느리게 만든다.
그로부터 15년, 어떻게 해도 깨끗이 지울 수 없었던 감정, 그것은 후회였다.
뒷맛이 씁쓸한 감정을 질질 끌면서 오랫동안 살아온 듯한 기분이 든다.
결국 그 사건 뒤 이쿠사와 루리코와 헤어졌다.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별안간 그녀는 게이트의 능력을 상실한 것이다.
같은 시기, 마음 고생 끝에 토키토 사령관도 병마로 쓰러졌다.
인베이더의 조용한 침략을 호소해도 그 누구하나 믿어주지 않았다.
극동지부가 사라졌어도 우리들은 아직 싸울 생각이었다. 그러나 인베이더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그와 비슷한 흔적 조차 전혀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카게야마 레이지가 말한 잠복기간에 들어 간 것이다.
우키야는 게이트 능력을 잃은 루리코에게 폭탄선언을 했다.
"게이트 능력 없이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어"
- 이 이상 같이 인베이더를 계속 쫓다간 너는 언젠가 죽고 말 거야.
"나한테는 걸림돌일 뿐이다"
- 이제 됐어. 이렇게 한심스러운 나와 함께 있어도 똑같은 일의 반복일 뿐이야.
"미안 하지만, 이 이후론 나 혼자 인베이더를 쫓겠어. 너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
- 그래, 같은 일의 반복일 뿐이야. 꼴사납게 쓰러진 나를 위해 너는 목숨을 바쳐 게이트를 열겠지. 언젠가 반드시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죽고 말 거야.
"그러니깐 이해하지?"
- 제발 용서 해 줘. 나는 네 기대에 부응 할 수 없어.
기다려도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는 적, 그 때의 복수를 하고 싶어도 사신신사의 모습은 없다.
"게이트 능력을 잃어버린 인간은 이미 우리들의 동료가 아니야. 나는 혼자가 되어도 게이트 키퍼즈대 대장으로서 끝까지 계속 싸울 거다"
- 그래, 나 혼자라면 죽어도 좋아. 이런 후회의 감정을 질질 끌면서 살아갈 바에는, 하지만 루릿페 너는
빙글빙글 기억이 소용돌이친다.
우키야는 잠시 잠자코 교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밋밋한 바람이 분다.
뒤뜰 한 구석에 심은 작은 은행나무가 작게 가지를 흔든다.
잎사귀가 주위에 흩날린다.
카게야마의 질문에 궁해있던 우키야는 그저 나무 뿌리 부근에 걸린 팻말 쪽으로 시선을 떨군다. 
그 때,
우키야의 마음 속에서 뭔가가 튀어 올랐다.
그 팻말에는 비벽이 생긴 유성매직으로 이렇게 씌어 있었다.
‘ 1970년 졸업생 일동’ 이라고
시선을 고정한 채 천천히 카게야마에게 말을 건넨다.
"저기 카게야마"
"응?"
"그 사건을 계기로 우리들은 흐지부지하게 학교를 그만두게 되어서...... 기록상으론 무사히 졸업한 걸로 되어있지만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않았어 “
"뭐, 별수 있나. 그런데 그것이 어쨌다는 거지?"
"15년 만에 이 학교에 와서 말이다.... 못 다한 일을 떠올렸어"
"호오"
"이건 단지 내 자기만족에 불과해. 어쩌면 힘들 때 나를 지탱해 준 요코나 이제 막 한 살이 된 아야네에게 슬픈 일을 겪게 할지도 몰라"
"우키야, 방금도 말했지"
"에?"
"세상을 살다보면 나쁜 일도 있고 좋은 일도 있어" 
"그래도......."
"어제 만났을 때는 네가 그렇게 말해서 잠자코 있었지만 이쿠사와 루리코는 말이지, 대학에 재입학 한 뒤 교사자격증을 땄다.  지금은 개발 도중인 외딴 섬에서 학생 몇 명을 상대로 선생님을 하고 있어. 보고 사진을 봤다만 재작년에 결혼 한 것 같아. 행복해 보였어"
"루릿페가 선생님이라"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래, 맞아 확실히 천직일거야......"
"이봐, 우키야 . 만약 네가 부인과 아이를 소중히 여긴다면 계속 살아남아라"
"나는 계속 살아남으면서 후회스러운 과거를 떨쳐내고 싶어. 가능하다고 봐?"
"너라면 가능하고 말고"
"그리 나올 줄 알았어"
우키야는 슬며시 웃고는 뒤돌아본다.
"카게야마 가자, 네가 말한 이지스 네트워크의 개요 자세히 들려줘"
"쉬운 일이지"
그리고 발걸음을 내딛으려고 했을 때,
선선한 바람이 우키야의 볼을 스쳐 지나갔다.
어떤 예감에 뒤돌아본다.
눈처럼 새햐안 후리소데를 입은 소녀가 복도 에 서 있었던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가벼운 미소를 지으면서,

"또 보자"

종 장 1988년 2월

"카게야마님 유감입니다"

비서인 이소가이 아야코는 가죽의자에 앉은 카게야마에게 한 장의 사진을 넘겨 준 뒤 고개를 숙인 채 입을 다물어 버린다.
도심의 호화스러운 맨션, 그 최상층에 있는 카게야마의 집무실.
얼마간 벽에 걸린 시계소리만이 들려온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카게야마가 겨우 입을 떼었다.
"그러고 보니 이소가이군 너도 우키야를......."
"예, 잘 알고 있습니다. 같은 반 친구였으니깐요"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울고 있는 것 같다. 
"그렇군. 사회 사상 연구회라는 애들 장난에 껴 그 뒤에도 기억을 잃지 않고 내 사업에 협력해주었지. 새삼스럽지만 고마워"
"갑자기........"
"아니, 그 때의 일이 갑자기 떠오른 거야"
카게야마는 이소가이로부터 받은 종이를 테이블 위에 놓는다.

"죄다 잘 안 되는군. 모든 책임은 나한테 있어. 안광의 게이트라는 힘을 가지고 있어도 투시할 수 있는 것은 극히 한정 된 것 뿐. 중요한 부분은 언제나 어둠 속이지"

"제가 해드릴 일은 없나요?"

"고마워, 그냥 지금은 혼자 있고 싶어"
"알겠습니다......"
이소가이는 그 말만 남기고 눈물을 닦으며 그 장소를 떠났다.
블라인드 너머로 햇살이 들어오는 집무실에서 카게야마는 큰 한숨을 쉰다.
이상하게 눈물은 쏟아지지 않았다.
대신 누구한테 말하는 게 아니라 중얼중얼 혼잣말한다.
"쿠로가네도 죽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나는 틀렸던 건지도 몰라. 우키야 살아있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다라고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지. 그런데 도대체 이 세상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나쁜 일 투성이지않나"
테이블 위에 있는 종이쪽으로 다시 시선을 내렸다.
무기질적인 타자기의 문자가 이어진다.
거기엔 이렇게 씌어있었다.

보거서 A-22

인베이더 미확인 간부 S-08D 통칭 ‘사신신사‘와의 교전기록
2월 11일 미명,  사신시사 포착
오전 3시 15분  포위망을 구축
        인베이더 헌터 17명 사망
오전 4시 33분  공격대 대장 우키야 슌 돌입
        질풍의 게이트 발현
        최대 출력
오전 4시 40분  사신신사의 완전소멸을 확인
        폭발지에서 우키야 슌의 유체 발견
        사망을 확인

"우키야 바보자식. 최후의 최후까지 나와의 약속을 져버리는 거냐"

의자를 회전시켜 뒤쪽의 큰 창문을 바라본다.
블라인드 틈새로 칙칙한 색의 하늘을 엿 본다.
"우키야 과거와 결착을 맺고 스스로 해피엔딩을 일구었다고 생각하나? 하지만 남겨진 사람은 어떻게 되지? 나나 부인인 요코씨 그리고 딸인 아야네는?"
그 말을 끝으로 카게야마는 입을 다문다.
째깍 째깍 째깍.......
나직하게 시계소리만이 계속 울린다.
멈추지 않는 그 소리는 무자비하게 흐르는 시간의 흐름이었다.
시간은 더욱 흐른다.
끝없이, 끝없이, 많은 기쁨과 슬픔을 남겨 둔 채.
이윽고 2001년 10월
시간의 저편으로 사라진 인물의 음성을 듣는 이가 있었다.

"당신 같은 인간을 아버지라고 인정 안 해.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 하셨지 네 아버지는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정말 누군가가 해야만 하는 일을 하고 있단다. 아주 훌륭한 분이셔 라고 하지만 나는 훌륭한 사람이 되든 안되든 아무래도 상관없었어. 술에 만취해 집에 돌아와서 세상살이에 대해 푸념만 늘어놓는 사람이라도 병에 걸린 어머니 곁에 제대로 있어 주길 바랬어"

- 어떤 말을 해도 변명으로만 들리겠지만, 미안. 전부 내 책임이다.
"정말 변명일색이네. 당신이 남긴 꺼림칙한 힘 때문에 나는 어딜 가든 친구를 못 만들어. 모두 내 앞에서 사라지고 말아. 그렇다면 적어도"
- 적어도?
"당신한테 대답할 의무는 없어"
- 그저
"이제 됐어. 말하기도 싫어. 지금 나한테 할 수 있는 일은 도중에 비참히 죽은 당신보다 내 쪽이 유능한 인베이더 헌터라고  카게야마 아저씨에게 보여주는 것 뿐. 좋아하는 여자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 남자의 변명 따윈 듣기 싫어.
- 그럴지도 몰라. 너한테 뭔가 말할 자격은 나한테 있을 리 없지.
"그럼 지금 바로 내 눈앞에서 사라져. 이건 내 꿈이야. 나만의 세계라고, 당신이 등장할 장면은 없어"
- 알았어. 그래도 이것만은 기억해 주렴. 무리하게 고집을 피울 필요 없어.
너는 너대로 있으면 돼. 조금 솔직해져서 이치고산( 七三五 : 남자는 3살과 5살 여자는 7살에 달하는 해, 11월 15일에 행해지는 어린이의 성장을 축하하는 행사 )살 때처럼 환한 미소를 언젠가 다시 보여줘.
"정말 갈 거야?"
- 아아, 이젠 시간이 됐으니깐.
"기다려 아직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처럼 있다구. 나에 대해, 어머니에 대해 당신은 들을 의무가 있어"
- 미안
"비겁자, 멋대로 꿈속에 나타나서 이번엔 멋대로 사라지고! 당신 정말 최악이야"
- 그리 생각해도 좋아. 단지 지금 절망의 늪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나를 위해서 아니라 그 사람들을 위해 눈을 떠 다오 .
"기다려! 제발 기다려!"
- 그럼, 아야네 안녕.

그것은 시간을 뛰어넘어 도달한 과거에서 온 목소리였을까, 아니면 마음 속 깊이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만든 그녀의 환상이었을까.

그러나 그녀는 분명히 들었다.
고인이 된 아버지의 목소리를,
그 시절과 다름없는 상냠함과 강인함 그리고 희미한 슬픔이 담긴 목소리를,
"어렸을 때부터 줄 곧 미움 받아 온 날 대체 누가 기다린다는 거야?"
이스즈 아야네는 그 말과 동시에 침대 속에서 눈을 떴다.
이상하게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 진 듯한 기분이다.
그리고 아야네는 누군가가 연 블라인드 틈새에서 내리쬐는 햇살에 눈살을 찌푸린다.

( 完 )